이상돈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에 반대 의견 공개 표출
‘투톱 체제’ 카드 제시도 정청래 등 강경파 반발 극심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에게 들이닥친 시련의 계절이 영 끝날 기미가 안보인다. 자신이 사인한 세월호법 여야 협상안이 당내에서 두번이나 거부당하더니 이번에는 비상대책위원장 선임 문제도 내부 강경파에 의해 좌초될 위기다. 그 중심엔 당내 강경파의 대부분을 이루는 친노계가 자리하고 있다.

친노계의 핵심인 문재인 의원은 11일 박 원내대표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임명할 뜻을 밝히자 당내 거부 움직임을 들어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문 의원은 이 교수 내정 의사를 밝힌 박 원내대표에게 “이 교수가 훌륭한 분이지만 비대위원장으로서 적합할 지 모르겠다”면서 “당내 반발이 클 것이고, 정체성 논란이 불거질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관련 당의 한 관계자는 12일 “문 의원이 박 원내대표와 지도부를 위했다면 조용히 자신의 의견만 피력했어야 했다"면서 "어떤 이유에서든지 이같은 사실(이상돈 카드 재고 요구)이 외부로 알려진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의원의 반대 의견이 공개된 데에는 어떤 의도가 들어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문 의원의 반대 의견이 알려지면서 당 내부에서 '이상돈 카드'에 대한 비토 의견은 더욱 힘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박 원내대표가 더욱 곤경에 빠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문 의원을 비롯한 친노계가 본격적으로 ‘박영선 끌어내리기’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문 의원의 박 원내대표에 대한 견제는 최근 심심찮게 있었다. 문 의원은 먼저 박 원내대표가 임시 당 대표를 맡으며 내놓은 첫 작품인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을 전면 부정했다. 의원총회에서는 강경파들이 주도한 가운데 합의를 백지화했고, 이 과정에서 대선 패배 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던 문 의원이 존재감을 나타낸 것이다. 그는 세월호법 첫 합의안에 대해 실망감을 표하며 “여야가 다시 머리를 맞대는 게 도리”라며 재협상에 불을 붙였다.

이후 문 의원은 단식 카드를 꺼내 들며 박 원내대표의 재협상안마저 거부했다. 세월호 유가족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합의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같은 문 의원의 행보는 박 원내대표의 지도력에 치명타를 입히는 결과를 불렀다. 문 의원은 세월호 정국서 당의 강경투쟁을 이끌고 그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효과를 얻었지만 당 지도부의 리더십은 땅에 떨어졌다.

정치권에서는 일련의 문 의원 행보에는 당권을 둘러싼 정치적 역학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박 원내대표는 특정 계파색이 옅은 걸로 분류됐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가 차기 당권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당직 인선 등에 측근을 중용하자 친노 진영이 견제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상돈 카드’에 대한 반발이 크자 박 원내대표는 이날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의원을 도왔던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 교수 조합의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카드를 내놓았다. 박 원내대표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는 것이 애초의 생각이었다”면서 “(비대위원장의) 외부인사 영입은 혁신과 확장이란 두 개 축으로 진행됐고, 그 결과 진보와 개혁적 보수 공동위원장 체제가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것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승리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도 역시 박 원내대표의 뜻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당내 반발이 더욱 거세진 것이다. 당장 광화문 농성장에서 22일째 단식 중이던 정 정래 의원이 국회에 들이닥쳤다. 그는 전날에 이어 이 교수 내정에 대해 반대하는 주장을 펼쳤지만, 그 강도는 더 세졌고 박 원내대표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정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상돈 카드를 강행한다면 결국 파국을 맞을 것”이라며 “(철회하지 않는다면) 박 원내대표의 사퇴 단식을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온건파 등 우군의 지원마저 사라진 박 원내대표가 점점 고립무원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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