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난국 타개할 인물 없고, 비난·선동으로 일관"
"여권도 진정으로 공감과 설득의 노력 보여주지 못해"
"결국 리더십 문제… 19개월 뒤 국민 누구 손들어줄까"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특강을 통해 세월호 정국에서 싸움만 하는 정치권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3일 "보수(補修)하지 않는 보수(保守), 진부한 진보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시대가 왔다"며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통렬하게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저녁 재단법인 행복세상(이사장·김성호 전 국정원장)이 주최한 포럼에서 특강을 통해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싸움만 하면서 일하지 않는 여야를 겨냥해 이같이 지적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김 전 의장은 "국회는 타협하는 곳"이라면서 "타협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얻어낼 것인가 보다는 (상대 정당에게) 무엇을 양보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여야 지도부를 겨냥해 "내부 강경파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면서 "협상 대표나 리더가 명확한 소신과 철학을 갖고 공감과 설득을 통해 진두지휘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전 의장은 우선 야당의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에선 세월호 심판이 아니라 야당 심판이 이뤄졌다"면서 "야당은 세월호 정국을 활용하기는커녕 점수를 다 까먹고 기회의 밥그릇을 걷어 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행과 분노에 편승하지 말고 차기 집권당으로서 국정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우선 보여 줘야 한다"면서 "(야당에선) 난국을 타개할 용기 있는 인물이 나타나지 않고 비난과 선동, 생색내기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만년 야당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여권의 책임론도 거론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 참사 직후에 대통령이 팽목항을 찾은 것은 잘한 일이지만 이후에 대통령과 참모들은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고 진정으로 공감과 설득의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미국에서 9·11 테러,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국민들은 뭉치고 하나가 됐는데, 우리는 오히려 세월호 정국에서 분열되고 있다"면서 "우리가 뭉치지 못하는 것은 결국 리더십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사건·사고가 터지면 무조건 인적 쇄신과 기구·조직을 개편하는 게 관행이 아닌 관행이 돼 왔다"면서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전 의장은 목표 달성을 위해 절차와 과정을 생략하고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사회의 모습을 거론하면서 "우리 모두 세월호처럼 살아왔다"면서 "세월호 사건은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정국은 국민통합의 기회가 됐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제는 노랑 리본을 가슴 안에 담고 일상으로 돌아가자"면서 세월호 정국의 갈등을 접자고 제의했다.

그는 "국회가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신뢰와 존경을 받는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여야가 '일하는 국회' '싸우지 않는 국회' '상시 국회' '부도덕하지 않는 국회'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과 같은 국회의 모습이 계속된다면 과연 19개월 뒤 총선 때 국민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 줄지 모른다"며 여야의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했다.

김 전 의장은 역대 대통령의 예외 없는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과 '일하지 않고 싸우는 국회' 의 원인을 대통령 5년 단임제의 1987년 헌법체제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개헌을 통해 국회의원과 대통령 임기를 통일해야 정치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