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18일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김병권 위원장 등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단과 면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이선아 기자
벌써 세 번째다. 새누리당이 세월호 유가족대책위원회 대표단과 지난 1일 만남을 가졌지만 지난 1, 2차 면담과 달리 몇 차례 고성이 나오는 등 험악한 분위기로 진행되며 큰 성과 없이 30분 만에 결렬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안한 3자 협의체 구성을 거부한 새누리당으로서는 세월호 특별법 해법을 두고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 여론도 유가족의 뜻을 반영한 재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세월호 유족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위장은 1차, 2차 합의해서 양보할 수 있는 만큼 했다며 이들의 수사권·기소권 부여 요구를 거부했다.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첫 번째, 두 번째와 똑같은 만남으로 우리를 설득하려는 취지라면 당장 일어나겠다"고 했고,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유가족을 대하는 자세부터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에 주 정책위원장은 "다 줘야 한다고 해서 한 게 1차 합의, 2차는 동의권까지 줬다"며 "더 요구하는 건 피해자 측이 특검을 임명하게 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까지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건 위헌적인 수사기관을 창설하는 일이고 여당에서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소리다"고 하자 유족 대표단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유족 대표단이 떠난 빈자리를 보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원내대표는 2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도 전날 성과 없이 끝난 3차 면담에 대해 언급했다. 이 원내대표는 "세월호 유가족이 일반 유가족과 단원고 유가족으로 나뉠 수 있는데 통일된 입장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재협상을 지지하는 유족도 있고, 기소권과 수사권 내용을 담은 재재협상을 원하는 유족도 있는데, 강경한 입장의 유족만 부각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마냥 야당 탓이나 유족 탓을 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실제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유가족의 뜻에 따라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47%, 여야의 기존 협상안대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40%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KBS가 여론조사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세월호 특별법 다시 협상해야한다'는 의견이 53.7%로 ,'재합의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41.6%)는 의견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여론 추이를 간과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더이상 방치했다가는 '식물국회' 기간이 더 길어지고, 정국 공백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여당 몫으로 돌아온다. 또 그 사이 세월호법 재재협상안을 지지하는 여론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서둘러 마무리지어야 할 형편이다.

이때문에 당내에서는 꽉 막힌 세월호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요청 또한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 측은 "유족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내에서 국회 정상화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도부가 이 모든 부분을 고려하고 있겠지만 유족과 3차 면담에서 그 어떤 실마리도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추석연휴를 전후해 새누리당이 어떤 타결책을 제시하고 나설지 주목된다. 새누리당에게도 시간이 많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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