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투쟁 8일째를 맞이한 새정치민주연합 내 강경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장외 투쟁이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 중단과 유가족의 국회 복귀 요구로 인해 명분이 약해지고 투쟁 동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회를 더 이상 져버리지 말자’고 주장하는 당내 온건파의 목소리도 거세다. 강경파가 코너에 몰린 모양새다.

그간 지도부는 강경파의 의견을 받아들여 원·내외 병행투쟁을 지속하면서 민생 안전 행보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국회를 정상화하는 게 급선무다”며 반기를 드는 온건파의 주장이 당내외적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어 지도부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실제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박주선, 조경태, 변재일, 황주홍 의원 등 10여명의 의원은 2일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조찬회동을 갖고 세월호특별법 처리 방안과 국회 의사일정 등을 논의하며 강경파에 반기를 들었다. 박 의원은 “국회를 정상화 시키고 특별법과 민생법안을 (연계 없이) 병행 처리하는 것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경파의 기류는 여전히 ‘빈손으로 회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세월호법이 최고의 민생법안’이라는 원칙론을 져버릴 수도 없고, 유가족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또 아무런 실익 없이 복귀할 경우 강경 투쟁을 주도한 강경파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강경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 측은 “세월호 진상규명이 없는데 정상적인 국회는 불가능하다”면서 “정부와 여당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아예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적으로 당내 온건파 의원들을 비판했다. 그는 장외투쟁을 비판하는 의원들을 향해 “사학 비리 비호하는 여당 대표에겐 침묵하고 세월호 참사로 투쟁하는 야당 대표에게 총질하는 야당 의원들을 전문용어로 빨대라고 한다”며 “당장 총질을 중단하라”고 주장해 당내 갈등을 표출했다.

그러나 일관되게 장외 투쟁을 반대하는 국민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론의 싸늘한 시선은 당의 낮은 지지율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달 26~28일 실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 21%로 새누리당 지지율(44%)의 반토막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지난 3월 창당 이후 최저 기록이기도 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강경파도 결국 세월호법 출구 찾기에 나설 수 밖에 없다”면서 “사실상 명분 확보에 달렸다. 아마도 추석 전후 민심 탐방을 통해 적절한 복귀 타이밍을 측정할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회에서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정의화 의장의 중재에 기대를 거는 시선도 있다. 비교적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한 의원 측은 “여당과 유가족의 만남이 서로 불신만을 낳은 형국에서 정 의장이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다”며 “유가족의 뜻이 더 포함된 진전된 합의안을 가지고 사회적 총의를 모아 유가족을 설득하는 것이 국회 정상화를 위한 길이다”고 말했다. 박범계 의원은 “집권여당이 플러스 알파의 대안을 내놔야 유가족 설득이 가능하다”면서 “김무성 대표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