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독자경영체제' 도입 이후 신흥 부자 속출… 빈부격차 우려

최근 북한에서도 일반 노동자 월급의 3~5배에 달하는 햄버거(약 76달러)와 BMW 등 고급 외제차가 주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보도했다.

이는 북한 당국이 개별 주민의 기업 경영과 자율권 확대 등 영리 활동을 묵인하면서 신흥 부자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배급 체제 붕괴 이후 주민들에 의한 자생적 시장화, 김정은 체제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기업의 독자경영체제 등이 급속도로 진행해온 데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기류 속에서 기업소나 협동단체 노동자가 당 간부보다 더 부자인 경우도 나타나는 등 벌써 시장경제 도입의 후유증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조짐이 속속 나타나는 실정이다.

FT는 서울특파원의 평양 르포 기사를 통해 북한 속에 뿌리내린 민간경제의 모습과 그 이면에 담긴 빈부격차를 상세히 조명했다.

FT는 평양의 문수물놀이장 푸드코트에서는 햄버거 단품이 일반 노동자 월급의 3~5배에 달하는 북한돈 1만원(약 76달러)에 팔리고 있고 입장료도 북한돈 2만원(약 152달러)로 상당한 수준이지만 수백명의 인파가 가득차 있었다고 전했다. 수영장에서 인터뷰를 했던 30대 남자는 당의 고위급 간부가 아니라 트럭 운전수라는 점도 큰 눈길을 끈다.

"또 승용차 보급의 확산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다. 우리나라 통일교 그룹과 합작으로 만든 평화자동차가 가장 눈에 많이 띄었지만 일본차와 폴크스바겐, 벤츠 등도 널리 보급돼 있고 최신형 BMW까지 자주 눈에 띈다"고 FT는 지적했다. 소매가격이 200달러가 넘는 휴대폰이 일상화됐고 중국산이 아니라 '아리랑' 등 북한산 제품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에선 직물공장 창업, 농수산물 유통운수 업체 운영 등으로 상당한 수익을 내는 개인 기업이 늘어나며 노동자들의 임금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당국이 추진하는 기업의 독자경영체제는 사실상 자재 수입과 생산, 판매, 노동자 급여 지급과 복지 등 모든 경영권을 공장에 부여하는 의미로 시장 경제 도입의 단적인 예로 들수 있다.

최근 조선신보에 따르면 독자경영체제 도입 이후 철광석을 중국 기업에 수출하는 무산광산처럼 돈을 많이 버는 기업소의 노동자들은 매월 30만~40만원씩 월급을 받아간다고 한다. 야근이 많고 생산실적이 높은 광부들은 최고 80만원까지 받는데 북한 돈 80만원은 월급으로 5,000원 정도를 받는 당 간부에 비해 100배가 넘는 수준으로 어마어마한 액수다.

독자경영체제 도입 이후 노동자의 복지 수준도 높아져 평양 기초식품공장이나 비료공장인 평안남도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같은 탁아소, 도서관, 음악 감상실은 물론 수영장까지 갖춘 공장도 생기고 있다.

북한 전문가는 "최근 북한 민간경제가 활성화되고 신흥 부자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이미 저변에 자리 잡은 시장의 힘과 더불어 자본주의식 독자경영체제의 도입 때문으로 보인다"면서도 "독자경영체제의 확대는 경제 성장기의 다른 국가들처럼 부정부패 및 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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