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적 모습 보이며 '싸움닭 이미지' 탈피 의도

홍준표 경남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취임 후 처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경남도는 1일 "홍 지사가 2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도 예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 행로를 밟아온 홍 지사가 봉하마을을 찾는 것을 놓고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슨 속내로 그곳을 찾아갈까 하는 점에서다.

실제 홍 지사는 2008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아방궁'에 비교하며 "혈세 낭비의 대표적 사례"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당시 친노 그룹의 거센 반발을 받았고 두고두고 정치적 공격의 빌미가 되어 왔다. 지난해 초에도 "왜 봉하마을에 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께 좀 미안한 마음이 있어 아직 못 갔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그해 추도식과 올해 5월에 있은 서거 5주기 추도식에도 불참했다.

이번 봉하마을 방문에 대해 경남도의 한 관계자는 "홍 지사는 추석을 앞두고 인사차 노 전 대통령을 참배하는 것"이라며 "이는 홍 지사가 이전부터 마음먹고 있었던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평소 대권 도전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피력했던 홍 지사였기에 일각에서는 이번 행보를 놓고 차기 대선을 향해 서서히 걸음을 떼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먼저 자신의 지지기반인 경남지역을 다져놓기 위해서는 노 전 대통령의 묘소 참배를 통해 화해와 사과의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아무래도 부산 경남에서는 친노무현 유권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엔 이미지 변신을 꾀하자는 의도도 담긴 듯 하다. 홍 지사는 도정의 화두를 지난 1기 때 '척당불기'(크고 기개가 있어서 남에게 얽매이거나 굽히지 않음)에서 2기에는 '여민동락'(도민과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하겠다)으로 바꿨다. 보다 부드러운 이미지로의 변신을 염두에 둔 것이다.

홍 지사는 4선 의원 경력에 당 대표까지 지냈다. 경남지사 재선에 성공하면서 중앙 정치와는 당분간 거리를 두고 있지만 언제고 대선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이유에서 지난 지방선거 공천 경선 과정에서도 그의 존재를 부담스러워 하는 당내 친박계 의원들로부터 상당한 견제를 받은 바 있다.

홍 지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에게 조사한 여권 내 차기주자 선호도 문항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18.4%, 김문수 전 경기지사 10.1%, 정몽준 전 의원 8.7%에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함께 5.8%의 지지율을 얻어 여권 대선주자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홍 지사의 큰 꿈을 위한 발걸음이 이제 막 떼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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