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 박영선 원내대표, 안철수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새정치민주연합이 장외투쟁을 나흘째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주요 유력주자들에 대한 기상 상태도 제각각이다. 세월호 정국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인사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역풍으로 다가온 인사도 있고, 아예 존재감 자체가 없어진 인사도 있다.

먼저 단식 투쟁까지 하면서 야당의 강경 투쟁을 주도한 문재인 의원은 '흐린뒤 갬'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체제에서 박영선 원내대표 체제로 넘어가면서 모처럼 찾아온 친노의 부활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문 의원은 이를 강경투쟁 천명으로 바꿨다. 여기에 단식까지 나서면서 야성(野性)의 중심에 친노가 있다는 점을 각인했다. 또 대내외적인 비판이 커지기 시작하자 단식을 적시에 중단해 더이상의 논란 확산도 피했다. 문 의원으로서는 야권의 정점에는 자신이 서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부각했다는 소득이 있다.

안철수 상임고문은 비 온 뒤 계속 흐리다. 안 고문은 7·30 재보선 참패 책임으로 당대표 직을 내려놓은 뒤 아예 여의도를 멀리하고 있다. 세월호 정국에서도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때가 까마득하다. 지난 27일 리얼미터가 공개한 8월 3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안 의원의 대선주자 지지도는 7.7%로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재보선 후 내리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안 고문 측은 "자숙하는 기간" "지도부가 잘 해내실 것" "재충전을 하며 국회 일정에 대비하고 있다"는 등의 원칙론 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침묵이 이어지는 안 고문으로서도 고민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정치 재개에 나서야 국민이 다시 자신을 '과거의 안철수'로 봐줄지에 대한 고민이다.

세월호 정국에서 가장 부침이 컸던 인사가 박영선 원내대표란 점엔 이견이 없다. 원내대표 당선에 이어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맡아 당 지휘봉까지 들게된 그다. 그는 이어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함께 세월호법 여야 합의안을 만들어 냈다. 그것도 두번이나 합의했다. 그때까지가 '맑음'이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천둥과 벼락이 동반한 폭풍우가 몰아쳤다. 내부 강경파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스스로 합의안을 팽개치고 장외로 나갔다. 그러고는 '세월호법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피켓을 들었다. 자신이 두번 서명한 합의안이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셈이니 모순도 이런 모순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도 녹록치 않은 일정이 남아 있다. 짙은 안개 속을 걷는 형국이다.

반면 세월호 정국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권 주자들 중에는 가장 편안하다. 세월호 정국 전면에 나서진 않았지만 순간 순간 자신의 존재감을 내비쳤다. 서울시장 역할에 충실하며 정치에 가급적 관여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면서도 국민 관심사와는 꾸준히 끈을 유지했다. 박 시장은 세월호 특별법 관련 1차 협의안 도출 때 자신의 SNS에 “유가족의 뜻이 충분히 반영되야한다”며 의견을 피력했고, 유민 아빠 건강이 나빠져 병원에 실려간 24일에도 “정부,여당, 청와대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때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박 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당분간 '맑음'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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