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촉구하며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청와대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사진=조옥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특별법 정국 돌파를 위해 고육지책으로 꺼내든 강경 투쟁 카드가 되레 자신들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이 세월호 유가족과 2자 협의를 벌이면서 합의점 모색에 나서자 세월호법 정국에서 새정치연합의 역할론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판단에서다. ‘야당은 투쟁만 하고 공은 여당이 다 가지는 것 아니냐’는 게 걱정의 골자다.

실제 새정치연합은 26일 국회 본관,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규탄대회을 갖고 대여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의원들은 4개조로 나뉘어 청운동사무소 앞 유가족 농성장,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입원한 시립동부병원, 문재인 의원이 단식 중인 광화문 농성장, 부산 수해 현장을 찾았다. 국회 예결위장을 진지로 삼은 철야농성도 이틀째 이어갔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린 국회 예결위장에서는 새정치연합 의원 20여명이 밤을 세웠다. 27일에도 밤샘 농성을 이어간다. 새정치연합은 이날도 오전 의원총회을 가진 뒤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 피케팅 등 장외 선전전 등에 나선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이 강경투쟁을 천명한 첫날부터 뭔가 미묘한 균열을 노출하고 있어 주목된다. 새정치연합이 세월호법 제정을 위해 장외투쟁에 돌입하며 당 차원에서 본격적인 비상 체제를 가동했지만 의원들이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의원 10여명은 이날 장외투쟁을 반대하는 연판장을 돌려 당내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이만저만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의식한 듯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이번주 안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다음달 1일부터 정기국회"라면서 "집권여당의 무성의·무책임·방관이 국민을 멍들게 하고 있다"며 여당을 압박했다. 특히 “이날 유가족이 새누리당과 회담을 가진 후 야당과도 회담을 가질 것”이라면서 “시간 끌 일이 아닌 만큼 꼭 처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가 새누리당에 여, 야, 유가족 3자협의체 구성 수용 요구를 촉구하면서도 유가족이 여당과 야당을 만나는 연쇄회담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여당이 노골적으로 야당을 협상에서 제외하며 유족과 1대 1 만남을 진행하는 상황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비록 여야가 기존 재합의안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은 일치하지만 여당과 유족의 만남에서 어떤 진전된 합의가 도출될 경우 야당의 존재감은 더욱 작아진다. 이 경우 당 지도부는 국민적 지지도 추락과 함께 세월호 협상안 주도도 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박범계 의원은 여당과 유가족의 1대1 만남이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사실상 3자 협의체가 구성된 것이라고 애서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야당이 유족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유족들이 여당과 만나고 있다”면서 “그래서 유족과 여당이 어떤 합의를 끌어내고 이후 여당과 야당이 만나면 이게 사실 3자 협의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영근 대변인도 이날 “당은 그동안 세월호 유가족을 수시로 만나서 특별법에 담을 내용을 협의해왔다. 지난25일과 26일도 유가족들이 여야 지도부를 만났다”면서 “27일도 유가족은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와 논의를 하게 되는데 , 이는 박 원내대표가 제의한 3자 협의체가 사실상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보는 각계 시선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세월호 유가족 측에서도 여당과의 최종 협상을 이끌어낼 경우 이는 야당 덕이 아니라 ‘유민아빠’를 비롯한 자신들의 힘으로 이룬 성과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세월호 정국에서 정작 표류하고 있는 쪽은 두 번의 여야 합의를 스스로 걷어차고 장외로 나선 새정치연합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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