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통일 시대 준비하자 ①]

우리 국민 열 명 가운데 일곱 명은 '통일은 해야 하나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권영민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편집자 주= 데일리한국은 창간을 기념해 국가의 핵심 어젠다인 '통일 준비'를 주제로 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통일 문제 및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를 소개합니다.

우리 국민 열 명 가운데 일곱 명은 '통일은 해야 하나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대북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제재 조치를 완화하고 남북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다.

데일리한국이 창간 기념으로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22~24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남북 통일의 필요성과 시점'에 대해 질문한 결과 '통일은 해야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응답이 71.4%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가급적 빨리 통일해야 한다'는 대답은 17.0%였다. 결국 '통일이 필요하다'는 대답은 88.4%에 이르는 셈이다.

반면 '굳이 통일할 필요 없다'는 응답은 10.8%였고, 모름·무응답은 0.8%였다. 20대(19세 포함)와 30대에서는 '굳이 통일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각각 18.7%, 16.3%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통일의 당위성,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통일이 되면 국민들의 생활이 나아질 것이란 믿음까지 주지는 못했으므로 굳이 통일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대답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통일의 끝은 대박이란 점은 알렸으나 통일의 과정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통일의 당위성을 확산시키고 통일 준비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통일이 되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으로 대북정책을 어떻게 펴는 게 바람직한가'라고 질문한 결과 '대북 제재 조치를 완화하고 남북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가 54.2%에 달했다. '현재의 남북 교류 및 대북 압박 수준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26.4%였고, '지금보다 더 북한을 압박하고 제재해야 한다'는 응답은 14.7%에 그쳤다. 모름·무응답은 4.7%. 박 교수는 "최근 남북 관계가 완전 경색돼 있으므로 교류를 확대하면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고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에서 제재 완화 및 교류 확대를 선호하는 답변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초에 언급한 '통일대박론'과 8.15광복절 축사에서 거론한 '남북 간의 작은 통로론'에 대해서는 지지 의견이 우세했다. '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환경, 민생, 문화 분야의 협력을 통해 남북 간의 작은 통로를 열자'고 제의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51.1%는 '바람직한 제안'이라고 대답했다.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제안'이란 답변은 42.0%, 모름 모름·무응답은 6.9%였다.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는 대답(63.9%)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32.1%)보다 두 배 가량 많았다.

'통일 준비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에 대해 질문한 결과 경제 및 민간 교류 확대(33.2%)와 남북 간의 정치·군사적 갈등 해소(23.1%) 가 가장 많았다. 교류 중에는 경제 교류 확대(19.2%)를 민간 교류 확대(14.0%)보다 더 중시했다. 그 다음으로 통일 당위성 공감대 확산(10.5%) 통일재원 마련(7.9%) 주변국 상대 통일외교 강화(7.6%) 남북정상회담 추진(7.6%) 초당적 대북정책 마련(3.5%) 순으로 나왔다.

박 교수는 "국민들은 경제·민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신뢰를 쌓아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정치·군사적 갈등을 해결하지 않고는 통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통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로 남북 간의 이질성(22.9%) 주변 강대국의 입장(22.2%) 북핵 문제(20.6%)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 다음은 통일 비용(17.5%) 남남 갈등(11.1%)을 거론했다.

이번 조사는 유선 가구전화와 휴대전화를 대상으로 병행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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