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문화의거리에서 시민과 대화 중인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왼쪽 사진)과 아이스 버킷 챌린지 캠페인에 참여한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사진=이정현, 나경원 의원실 제공
지난달 30일 치러진 재보선에서 가장 화려한 승리를 거머쥔 의원은 야권여대를 뚫고 접전지 서울 동작을에서 당선된 나경원 의원과 여당에게 완전한 적지인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이정현 의원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이들은 당선되자마자 언론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다시피하며 화려하게 여의도에 복귀했다. 나 의원은 당장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려놓았고 이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지명되면서 여권의 핵심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재보선이 끝난 지 3주가 지나도록 이들의 모습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세월호법 처리를 놓고 여야가 극도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 여야 의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각종 정치 현안이 거듭되는 데도 이들 스타 의원들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마치 일부로 중앙 정치무대와 거리를 두는 듯한 느낌이다. 조용한 두 의원의 근황을 <데일리한국>이 집중 취재했다.

먼저 나 의원은 서울 중구에서 동작을로 정치거점을 옮긴 만큼 지역 기반을 다지는 데 열중하고 있다. 지역을 옮겨 어렵게 당선된 만큼 일단 지역기반을 다져놓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당선된 이후의 주민들을 상대로 한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더구나 동작을 강남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강남 4구’ 민생공약을 내건 만큼 지역주민에게 이를 위해 뛰어다니는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실제 지난 14일 나 의원은 서울 서초갑·을이 지역구인 같은 당 김회선, 강석훈 의원과 함께 서초구와 동작구의 지역 현안인 정보사 터널 개통을 위해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었으며, 이와 관련한 TF(태스크포스)를 구성에도 힘 쏟고 있다. 개인적으론 장애인 돕기 활동에 여전히 열심이다. 지난 21일에는 루게릭병 환자를 위해 ALS 협회가 진행 중인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도 동참했다. 나 의원은 당분간 지역 현안에 매진할 계획이다. 적어도 2년간은 전국적인 선거도 없다는 점에서 굳이 지금부터 중앙 무대에서 활동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또 김무성 대표체제의 당 지도부도 이미 꾸려져 있는 만큼 딱히 지도부 회의 등에 얼굴을 내밀 기회도 많지 않다. 훗날을 위해 당분간은 지역구를 다져놓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나 의원의 조용한 행보가 당분간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 의원은 11일 최고위원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에 모습을 나타냈다. 김무성 대표는 약속대로 이 의원을 등에 업고 당선을 재차 축하했다. 이에 이 의원은 "재보선을 계기로 여당 지도부가 순천지역에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고 새누리당은 1년 반만에 호남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또 이 의원이 내건 지역 공약과 관련된 순천만 정원 및 순천대학교에 들른 뒤 순천웃시장 국밥집 등에서 현지 시민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이 의원도 일단 중앙 무대보다는 지역 활동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호남의 유일한 여당 지역구 의원이란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자칫 지역을 소홀히 할 경우 엄청난 역공세에 시달릴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 의원은 주로 지역에서 대면접촉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마치 선거 때 한표를 호소하듯 거리로 나가 주민에게 직접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를 듣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8일에는 순천 문화의 거리로 나갔고, 19일에는 순천대 대학본부 대회의실에서 중소기업 간담회를 가졌다.

현재 이 의원은 공약으로 내세운 순천대 의대 유치를 위해 목포대 의대 신설을 유치 중인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 의원을 국회 예결위로 배치하고 최고위원에 지명하는 등 공약 이행에 전폭적인 지원을 예고하는 모양새다. 이 의원도 나 의원처럼 일단 지역 공약을 이행하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이다. 주민과 약속한 큰 공약 한두건을 해결한 이후에나 중앙을 오가며 친박 정치인으로서의 입지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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