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성향 심리단장이 주도… 사령관들은 방조
국방부는 19일 국군 사이버사령부(이하 사이버사)의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한 결과 극우 성향인 이 모 전 사이버사 심리단장(지난해 말 전역)이 작전 요원들에 부당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드러나는 등 정치관여 혐의로 전 사령관 2명 등 모두 21명을 사법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극우 성향의 이 모 심리단장의 정상적인 작전 범위를 벗어난 '일탈행위'였으며, 일각에서 의혹이 제기된 군내·외 지시나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다른 기관과 연계된 조직적인 대선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내렸다.
백낙종 국방부 조사본부장(육군 소장)은 19일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 의혹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사이버사 심리전단 작전요원들이 정상적인 작전범위를 벗어나 일부 특정 정당 및 정치인을 언급한 글을 게시했고 전직 사령관들은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군형법 제94조 '정치관여'에 해당하는 위법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백 조사본부장은 "압수수색 영장을 32차례 군사법원에서 발부 받아 사이버사가 보유한 장비와 사무실, 자택 등과 120여 명을 상대로 조사를 실시했다"며 "심리전단장의 부당한 지시와 작전 요원들의 위법성 인식 부족으로 정상적인 작전 범위 벗어나 일부 정당 및 정치인을 언급한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극우·보수 성향의 이 전 단장이 북한과 국외 적대세력의 대남 사이버 심리전에 대응하는 작전을 수행하면서 북한의 주장이나 의견에 동조하는 개인과 단체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간주했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단장은 천안함 사건, 제주 해군기지 등 특정사안에 대해 일부 특정 정치인을 언급하면서 대응하라는 지침을 요원들에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 및 안보와 무관한 사안에 대해서도 자신이 작성한 글을 요원들에게 활용토록하고 "정치적 표현도 주저마라"고 독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단장의 지시를 받은 심리전단 요원들은 이를 정상임무로 인식해 휴대폰, 태블릿 PC 등으로 78만 7,200여건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고, 이 중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의견을 비판 또는 지지하는 정치개입성 글은 7,100여건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여기서 일부는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정당 및 정치인들을 비판하거나 지지하는 글을 게시한 부분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모 전 심리전단장은 이미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며, 심리전단 담당관 4명과 작전 총괄담당자 3명, 정치성향에 따른 개인적 일탈자 4명 등 16명도 마찬가지로 '정치관여' 혐의로 입건됐다.
또 이 전 단장의 지시를 받고 사이버사의 서버 등을 삭제한 1명은 '증거인멸' 혐의로, 사이버사가 관련서류와 IP주소 등을 임의 삭제 못하도록 작전예규를 보완했으나 이 예규 시행 일자를 수사개시 이전으로 소급 기재한 1명은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각각 입건됐다.
아울러 조사본부는 사이버사 전 사령관 2명에 대해선 이 전 단장과 부하들의 정치개입 활동을 알고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 조사본부장은 "연 모, 옥 모 전 사이버사령관은 대남 사이버 심리전 대응 작전 결과를 보고받는 과정에서 일부 정치적 표현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음으로써 심리전단 요원들로 하여금 대응 작전 간 정치적 표현도 용인되는 것으로 인식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들 두 전직 사령관에게는 '정치관여 특수방조' 혐의가 적용됐다. 두 전직 사령관들은 "인식도 하지 못했다"면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조사본부는 당시 군 최고 책임자였던 김관진 국방장관(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사이버사의 정치관여 글 게시 행위를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일일 사이버동향과 북한의 대남 사이버전 대응 작전결과는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으나 사이버사 심리전단 요원들의 정치관여 행위는 보고되지 않았다"며 구체적 혐의가 없어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정치 개입성 글 7,100여건은 전체 78만여건 중 0.9% 수준으로 미미하다"면서 "처음부터 어떤 정치인이나 당을 비판해라고 한 건 아니었다. 대선 개입을 위해 의도를 갖고 조직적으로 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