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7·30 재보선에서 완패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선거 패배를 복기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해묵은 노선 논쟁까지 터져 나와 당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확한 패인을 분석하고 나부터 반성하겠다고 앞다퉈 말은 하면서도 정작 핵심 쟁점에 들어가면 되레 당내 여론이 갈라져 ‘네 탓 공방’을 벌이는 모양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고문단과 간담회를 시작으로 주말까지 선수별 모임을 비롯, 당내 그룹별로 릴레이 회의를 열어 비대위 구성 및 운영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4일 의원총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느냐와 비대위의 성격 및 활동 기간, 전당대회 시기 등에서부터 갖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여기엔 당내 해묵은 계파간 갈등이 깔려 있다.

비대위원장직과 관련, 지도부 총사퇴로 유일하게 남은 선출직인 박 원내대표가 맡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는 의견이 있지만 정기국회를 함께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3의 인물'로는 김부겸 전 의원 카드 등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된다. 또 임시지도부인 비대위의 활동기한을 최소화,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해 당 혁신·개편은 전대에서 뽑히는 새 지도부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과 '혁신형 비대위'를 통해 쇄신작업을 궤도에 올려놓은 뒤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당초 임기였던 내년 3월을 즈음해 정기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의견이 맞부딪히고 있다.

이와 관련 친노진영의 한 의원은 "최대한 빨리 전대를 열어 야당 재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486인사인 이인영 의원은 "조기 전대 논의가 본격화되면 자칫 소모적 정쟁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우원식 전 최고위원도 "비대위 체제가 너무 길어져도 당이 정상화되지 않는데, 정기국회 중간에 당내 문제를 논의하기는 어렵다"며 12월말∼내년 1월초 전대를 열자는 의견을 냈다.

또 당내에서는 해묵은 계파정치의 폐해를 혁파해야 할 제1과제로 꼽는 목소리가 많지만, 정작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원 인선 과정에서부터 계파간 힘겨루기가 예상돼 '계파해소'가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다. 지역위원장 선출 및 전대 룰, 차기 지도체제 등 '뜨거운 감자' 같은 현안들이 비대위의 손에 달려 있는 탓이다. 천정배 전 의원은 “재보선 실패와 당이 수년간 무기력증에 시달려온 기저에는 '비민주적이고 불공정한 계파 패거리정치'가 자리잡고 있다”면서 "계파정치의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전대에서 전당원투표제 도입을 주장했다.

재보선 패인 분석도 엇갈리고 있다.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어온 강경파 진영에서는 야당이 야당답지 못해 유권자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이인영 의원은 "국민이 야당에 '야당다운 매서운 맛이 없어졌다'고 경고한 것 같다"며 "야당이 국정운영의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뚜렷한 성과도 안겨주지 못했다고 평가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의원도 "어느 선거든 정책선거가 선거 전 기간을 압도하기보다는 야당다운 야당에 지지표가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야당이 국민의 눈높이를 제대로 읽지 못해서 졌다고 말한다. ‘최경환에게 세월호가 졌다’고 일갈한 김영환 의원은 "이번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경제를 살리라는 아우성이었다"며 "수백만의 노인은 기초연금 20만원의 혜택이 피부에 와닿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안철수로 대변되는 새정치의 좌절로 시대에 뒤떨어진 진보강화론이나 투쟁우선주의로 귀결할 가능성이 크다"며 "관념적 급진론이 다시 고개를 들어 야당은 한 번 더 죽어야 살 운명을 안게 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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