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고문단과 간담회를 시작으로 주말까지 선수별 모임을 비롯, 당내 그룹별로 릴레이 회의를 열어 비대위 구성 및 운영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4일 의원총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느냐와 비대위의 성격 및 활동 기간, 전당대회 시기 등에서부터 갖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여기엔 당내 해묵은 계파간 갈등이 깔려 있다.
비대위원장직과 관련, 지도부 총사퇴로 유일하게 남은 선출직인 박 원내대표가 맡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는 의견이 있지만 정기국회를 함께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3의 인물'로는 김부겸 전 의원 카드 등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된다. 또 임시지도부인 비대위의 활동기한을 최소화,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해 당 혁신·개편은 전대에서 뽑히는 새 지도부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과 '혁신형 비대위'를 통해 쇄신작업을 궤도에 올려놓은 뒤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당초 임기였던 내년 3월을 즈음해 정기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의견이 맞부딪히고 있다.
이와 관련 친노진영의 한 의원은 "최대한 빨리 전대를 열어 야당 재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486인사인 이인영 의원은 "조기 전대 논의가 본격화되면 자칫 소모적 정쟁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우원식 전 최고위원도 "비대위 체제가 너무 길어져도 당이 정상화되지 않는데, 정기국회 중간에 당내 문제를 논의하기는 어렵다"며 12월말∼내년 1월초 전대를 열자는 의견을 냈다.
또 당내에서는 해묵은 계파정치의 폐해를 혁파해야 할 제1과제로 꼽는 목소리가 많지만, 정작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원 인선 과정에서부터 계파간 힘겨루기가 예상돼 '계파해소'가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다. 지역위원장 선출 및 전대 룰, 차기 지도체제 등 '뜨거운 감자' 같은 현안들이 비대위의 손에 달려 있는 탓이다. 천정배 전 의원은 “재보선 실패와 당이 수년간 무기력증에 시달려온 기저에는 '비민주적이고 불공정한 계파 패거리정치'가 자리잡고 있다”면서 "계파정치의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전대에서 전당원투표제 도입을 주장했다.
재보선 패인 분석도 엇갈리고 있다.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어온 강경파 진영에서는 야당이 야당답지 못해 유권자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이인영 의원은 "국민이 야당에 '야당다운 매서운 맛이 없어졌다'고 경고한 것 같다"며 "야당이 국정운영의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뚜렷한 성과도 안겨주지 못했다고 평가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의원도 "어느 선거든 정책선거가 선거 전 기간을 압도하기보다는 야당다운 야당에 지지표가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야당이 국민의 눈높이를 제대로 읽지 못해서 졌다고 말한다. ‘최경환에게 세월호가 졌다’고 일갈한 김영환 의원은 "이번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경제를 살리라는 아우성이었다"며 "수백만의 노인은 기초연금 20만원의 혜택이 피부에 와닿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안철수로 대변되는 새정치의 좌절로 시대에 뒤떨어진 진보강화론이나 투쟁우선주의로 귀결할 가능성이 크다"며 "관념적 급진론이 다시 고개를 들어 야당은 한 번 더 죽어야 살 운명을 안게 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