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분위기가 벌써부터 심상찮다. 7·30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한데 대한 승리분위기에 흠뻑 도취된 듯 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1일 “이번 승리는 우리의 자력으로 이룬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한다”라고 경고한 바 있지만, 1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여당으로서 보여야할 포용력과 타협의 자세보다는 대야(對野) 강공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재보선 당선인 인사를 겸한 의원총회를 열고 당 혁신과 세월호특별법을 포함한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도 김 대표는 “선거 대승에 연연해선 안 된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당의 혁신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어진 비공개 회의의 상황은 사뭇 달랐다. 당 혁신 논의는 간곳 없고, 대신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비판만 제기됐다. 이번 7·30 재보선 승리는 세월호특별법 협상에서 야당에 밀리지 말라는 의미라는 '아전인수' 격 주장까지 나왔다.

이노근 의원은 “세월호법 협상에서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밀리느냐”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야당이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나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이어 “재보선에서 국민이 그렇게 가라고 표를 몰아준 것”이라며 “세월호 협상에서 야당의 무리한 주장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며 강경 입장을 주문했다. 김태흠 의원도 “세월호법 협상은 강하게 가야 한다”고 주장한 뒤 세월호 유족들이 국회에서 단식 농성 중인 것을 거론하면서 “유족들을 국회 안으로 들어오게 한 데 대해선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초재선 소장파가 주축이 된 '쇄신모임'을 이끌고 있는 재선의 조해진 의원만 전날 모임 결과를 소개하며 “이번 재보선 결과는 우리가 잘한 것보다 야당이 민심에 너무 동떨어진 행동을 해서 그런 것”이라며 “쇄신과 혁신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혹독한 심판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초선 의원은 "재보선이 끝나자마자 혁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의총이었지만 발언자도 많지 않고 그나마 세월호법 성토가 대부분이어서 이래도 될까 싶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더구나 이날 의총은 충분한 토론시간을 보장한다며 오전 10시 일찌감치 시작했지만 당선자 인사와 보고가 이어지며 절반 넘는 의원이 자리를 떠, 정작 발언자는 이채익, 조해진, 이노근, 김태흠 의원 등 4명에 그치며 썰렁하게 끝났다. 보다못한 이완구 원내대표가 나서 "토론을 많이 하자고 해서 시간을 길게 잡았는데 다 빠져나가면 어떻게 하느냐"며 의원들의 이석을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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