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을 전략공천이 가장 문제…난 승리 자신 있었다"
"손학규 고문 당과 국민이 원하면 돌아올 것"

허동준 전 동작을 위원장. 허 전 위원장 제공
7·30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가장 큰 패인은 당 지도부의 무리한 전략공천 탓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번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의 공천 파문은 서울 동작을에서 점화됐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측근인 금태섭 전 대변인을 전략공천 하려하자, 이 지역의 허동준 전 위원장이 발끈한 것이다. 이후 안 대표 등 지도부는 경선 등을 외면하고 광주 광산을에 공천 신청한 기동민 전 서울시부시장을 전략공천했다. 당연히 허 전 위원장은 반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기 전 후보도 중도 사퇴해 전략공천은 빛을 잃었고, 야권연대에도 불구하고 당선은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의 몫이 됐다. 허 전 위원장으로선 여러모로 씁쓸한 공천 과정이 아닐 수 없다. 허 전 위원장은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아마 내가 출마했으면 이겼을 수 있었을 것”이란 말로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음은 허 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7·30 재보선에서 야당이 참패했는데. “지금 야당은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있다.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선거만 이기려고 애쓴다. 당원과 국민들의 의사는 모른 채 전략공천이니 박근혜 대통령 심판이니 하는 말들로 국민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심판이 아니다. 야당을 도와주려는 국민들은 어머니의 심정으로 야당에 회초리를 든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는 모든 이들의 잘못이 있는 것이다. 야당도 책임이 있고 사과를 했어야 하는데 대통령과 여당에게만 비판을 퍼붓고 '대통령 심판' '야당 심판' 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로 선거에만 급급했던 것은 국민을 지치게 만든다. 국민은 여야가 싸우는 것을 보고 싶은 게 아니다.”

-서울 동작을이 야권연대에도 불구하고 여당에게 패했다. “전략 공천부터 잘못됐다. 지역 민심부터 파악한 후에 그에 맞는 후보를 내놓는 것이 순서다. 당에서 꼭 필요한 인물을 내놓고 싶다면 비례대표에 배치해야한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당원과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해서 후보를 뽑아야한다. 동작을에 내가 나갔다면 무조건 승리 할 자신이 있었다. 경선 전 당원들과 시민들이 허동준 단독공천 추천위원회를 만들었다. 1만5,000여명의 지지와 동의를 직접 얻었다. 이번 선거의 전략 공천은 지역 주민의 뜻이 모두 무시된 것이니 질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선 유독 전략공천이 자주 이뤄지는데. “지역 발전에 대한 고민 없이 아무나 새로 등장하고, 나이가 적다고 해서 신진 세력이라며 밀어주는 일은 경쟁력이 있을 수 없다. 지역 주민들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동작을은 선거 때마다 거물급 전략공천과 낙하선 전략공천 등이 반복된 지역이다. 그런 이유로 이 지역의 발전이 정체됐다. 나는 동작을에서만 정치를 해왔고 지역의 민심을 수습하며 현안 문제들을 풀어왔다. 지역 주민들의 민심 파악도 없이 왔다가 떠날 사람은 이길 수 없다. 민심을 충분히 읽고 있는 내가 싸웠으면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새 지도부에 혁신적 인물이 필요한가. “그렇다. 국민은 새로운 얼굴을 바라고 있다. 신상품을 내놔야 소비자도 물건을 사는 법이다. 국민의 마음을 얻고 새로운 모습을 위해선 지금까지와 다른 인물이 대표로 나와야한다. 나왔던 상품 또 내놓고 또 내놓고 이것이 반복되면 소비자들이 선택하겠는가? 똑같은 이치다. 언급된 인물들이 훌륭한 것은 맞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내가 이 시점에 당 대표를 나가는 것이 맞는지 아닌지는 본인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구 경북의 김부겸 전 의원이나 저평가 됐지만 야당 통합 운동을 일관되게 펼쳐온 신계륜 같은 인물들이 필요하다.”

-손학규 고문과 안철수 대표의 미래는. “손 고문은 공천으로 가장 피해를 입은 인물이다. 그가 정치에서 물러난 것이 가슴 아프다. 하지만 당과 국민이 강하게 원하면 돌아올 수 있다고 본다. 야당이 힘을 얻어 집권을 하려면 손 고문처럼 저력이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정치 철학을 갖추신 분들이 정치를 더 해야 하는데 아깝다. 안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에겐 오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국민의 이야기를 잘 전달해야 하는 게 필요하다. 올바른 정치를 위해선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 머리 속에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방법을 얻기엔 기간이 짧았다. 당원들과 소통하는 방법이 익숙하지 않은 분이지만 퇴장시켜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두 사람 모두 야당의 소중한 자산이다.”

-앞으로 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세력 확장이나 계파를 많이 만들고 위원장 많이 만든다고 선거에 이기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정치는 죽은 것이다. 야당은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인정하고 집권 여당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국민들이 볼 때 여야가 싸우는 모습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이 정도는 합의해서 풀고 협력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자체가 문제다.”

중앙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허 전 위원장은 민주화운동 이력을 바탕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전남 신안 출신인 그는 정치권에 들어와서는 줄곧 동작구를 지역구로 삼아왔다. 허 전 위원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서울 동작을 지역은 제2의 고향이며 인생”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