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광주 광산을 당선자. 자료사진
7·30 재보선에서 야당이 참패한 데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무리한 전략공천이 화근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초 전체적으로 바닥 정서가 야권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됐으나 전략공천이란 명분 아래 자행된 공천이 ‘측근 챙기기’나 ‘유력 인사들의 인위적 배제’로 받아들여지면서 유권자들이 야당을 외면한 것이다.

그 핵심에는 광주 광산을에 전략공천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자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권 전 과장이 공천을 받자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보은 공천'이라고 주장하면서 ‘권은희 때리기’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기동민 전 서울시 부시장은 서울 동작을로 '돌려막기' 됐고, 그나마도 그는 야권연대로 중도하차했다. 함께 공천을 신청했던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결정에 따라 그냥 뒤로 비켜났다. 중진들이 잇달아 공천에 대한 부적절성을 언급했으나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권은희 공천'을 강행했다.

곡절 끝에 권 후보 공천은 이뤄졌지만 그 이후 권 후보 남편의 재산 축소 신고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다시 한 번 판세가 요동치게 됐다. ‘정의의 아이콘’으로 이미지화해 선거를 치르려던 지도부의 계산이 엇나가면서 권 후보조차 지역구에서 큰 환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새누리당은 권 후보를 향해 ‘위증교사와 논문 표절 의혹’ ‘말바꾸기 등 거짓말 챔피언’ 이란 공세에 집중했다. 광주 선거의 당락에는 별반 영향을 못미쳤지만 전국적으로 야당의 ‘잘못된 공천’이란 인식이 퍼지기엔 충분했다. 새정치연합으로선 권은희는 구했지만, 다른 후보를 대부분 잃는 뼈아픈 오판을 한 셈이 됐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정치연합 전신인 민주당을 패전으로 몰아넣은 결정적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는 김용민 서울 노원갑 후보의 전례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많다. 당시 민주당은 과반 획득을 자신하며 선거전에 임했지만 김 후보의 막말 파문 등으로 되레 새누리당에 과반을 내주며 패퇴했다. 19대 총선이 끝난 뒤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 후보의 공천을 빨리 철회시키고 다른 후보를 내세우며 김 후보 여파를 차단했다면 전체적으로 새누리당에게 질 수 없었던 선거였다는 자책성 분석이 잇따랐다. 그 때도 지도부가 김 후보 공천을 고집해 일을 그르쳤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당시 ‘김용민 논란’이 이번 재보선에는 ‘권은희 논란’으로 다시 한 번 선거판을 뒤흔들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 의원은 “권은희 한명을 살리려고 도대체 몇 석을 잃은거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말에서 이번 재보선 야당 패인의 핵심 원인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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