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핵심에는 광주 광산을에 전략공천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자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권 전 과장이 공천을 받자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보은 공천'이라고 주장하면서 ‘권은희 때리기’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기동민 전 서울시 부시장은 서울 동작을로 '돌려막기' 됐고, 그나마도 그는 야권연대로 중도하차했다. 함께 공천을 신청했던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결정에 따라 그냥 뒤로 비켜났다. 중진들이 잇달아 공천에 대한 부적절성을 언급했으나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권은희 공천'을 강행했다.
곡절 끝에 권 후보 공천은 이뤄졌지만 그 이후 권 후보 남편의 재산 축소 신고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다시 한 번 판세가 요동치게 됐다. ‘정의의 아이콘’으로 이미지화해 선거를 치르려던 지도부의 계산이 엇나가면서 권 후보조차 지역구에서 큰 환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새누리당은 권 후보를 향해 ‘위증교사와 논문 표절 의혹’ ‘말바꾸기 등 거짓말 챔피언’ 이란 공세에 집중했다. 광주 선거의 당락에는 별반 영향을 못미쳤지만 전국적으로 야당의 ‘잘못된 공천’이란 인식이 퍼지기엔 충분했다. 새정치연합으로선 권은희는 구했지만, 다른 후보를 대부분 잃는 뼈아픈 오판을 한 셈이 됐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정치연합 전신인 민주당을 패전으로 몰아넣은 결정적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는 김용민 서울 노원갑 후보의 전례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많다. 당시 민주당은 과반 획득을 자신하며 선거전에 임했지만 김 후보의 막말 파문 등으로 되레 새누리당에 과반을 내주며 패퇴했다. 19대 총선이 끝난 뒤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 후보의 공천을 빨리 철회시키고 다른 후보를 내세우며 김 후보 여파를 차단했다면 전체적으로 새누리당에게 질 수 없었던 선거였다는 자책성 분석이 잇따랐다. 그 때도 지도부가 김 후보 공천을 고집해 일을 그르쳤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당시 ‘김용민 논란’이 이번 재보선에는 ‘권은희 논란’으로 다시 한 번 선거판을 뒤흔들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 의원은 “권은희 한명을 살리려고 도대체 몇 석을 잃은거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말에서 이번 재보선 야당 패인의 핵심 원인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