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하며 정국 구상… 토크콘서트 등 대중 곁으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자료사진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31일 당 지도부 긴급 회의에서 7·30 재보선의 패배에 대한 책임 문제를 들어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안 대표는 "넉 달동안 최고위원들께 많이 의지하고 배웠다"면서 "선거결과는 대표들 책임"이라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안 대표는 이어 "평당원으로 돌아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향후 계획에 대해 짤막하게 소개했다. 안 대표는 이어 국회를 떠나는 자리에서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소 상기된 표정만 지었을뿐 일절 입을 열지 않고 자신의 차량에 올라탔다.

안 대표의 향후 정치적 구상은 안개속이다. 다만 당 대표직에서 내려왔기에 앞으로 매일 아침 개최되는 지도부 회의에서는 모습을 보기 어렵게 됐다. 또 당분간은 전국 단위 선거는 물론 조기에 전당대회가 개최되지 않는다면 당 내부의 선거도 없다. 때문에 안 대표는 문재인 의원의 현재 행보처럼 국회 상임위 활동이나 당과 관련한 큰 행사에서나 가끔 얼굴을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안 대표의 향후 행보를 놓고 한 측근 인사는 "일단은 성찰이 필요한 시간"이라면서 "자신에 대한 성찰은 물론 야권이 어떻게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성찰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당장 차기 대선을 겨냥한 조급한 행보를 보여주기보다는 차분히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정국 구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동시에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대중 곁으로 다가가 토크콘서트 등을 통해 정치 혁신을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야권 세대교체를 위한 새 인물 양성에 몰두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박왕규 매트릭스 여론분석센터 소장은 "이번에 물러난다고 해서 '안철수의 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의 당 인적구성으로는 선거에서 못 이긴다는 게 드러났으니 '안철수 현상'에 참여했던 새로운 정치 예비군과 원로들의 지혜와 힘을 다시 모아 새정치의 중심세력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내 기반이 취약한 안 대표가 대표직까지 내놓으면 설 자리를 잃고 다시 독자세력화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지만, 안 대표가 이미 '평당원으로 돌아갈 것'을 밝힌 이상 당내에서 와신상담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 대표와 함께 대표 직을 내놓은 김한길 대표는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 이겨야 하는 선거에서 졌다. 죄송하다"면서 "모든 책임을 안고 공동대표에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안 대표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는 백의종군의 자세로 새정치연합이 부단한 혁신을 감당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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