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득표 '반여(反與) 표' 더 많아
노동당 1천여표 나 후보 도운 꼴
야권 성향 1,400여 무효표 덕도

나경원 서울 동작을 새누리당 후보. 자료사진
7·30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였던 서울 동작을에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야권연대를 이룬 정의당 노회찬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하지만 실제 득표에서는 '반여(反與) 표'가 더 많았기에 투표에선 졌지만 당선됐다는 행운의 승리란 평가가 나온다.

나 당선인이 가져간 표는 총 3만8,311표이며 득표율 49.9%이다. 노 후보는 3만7,382표를 얻어 득표율 48.7%를 나타냈다. 양자간 표 차이는 929표에 불과하며 득표율 차이도 1.2%포인트의 초박빙 접전이었다. 하지만 둘의 대결 와중에 노동당 김종철 후보도 있었다. 김 후보는 1,076표를 얻어 득표율 1.4%를 기록했다. 이를 보면 2명의 야권 후보 득표 합계는 3만8,458표가 돼 득표율 50.1%를 기록하는 것이다. 여당 표 보다는 야권 표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실제 노 후보는 선거 막판 김 후보와의 단일화를 심각하게 고려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의 반대 등으로 철회했는데, 만일 두 후보가 2차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김 후보가 얻은 1,076표의 행방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 상식적으로 김 후보가 얻은 표는 친야(親野) 성향이 대부분일 것이기에 이 표가 모두 노 후보로 갔다면 나 후보의 낙선이 될뻔 한 것이다.

노 후보의 패인을 분석할 수 있는 또다른 관점은 무효표가 1,403표나 됐다는 것이다. 무효표란 기표를 두 번 하거나 엉뚱한 곳에 할 경우 사표(死票) 처리되는 것이다. 이번 서울 동작을 선거에서는 기표용지에는 이름이 올라 있지만 실제 출마를 포기한 후보가 2명이나 된다. 노 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기호2번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전 후보, 김 후보와 단일화를 한 기호3번 통합진보당 유선희 전 후보는 출마는 하지 않았지만 기표용지에는 이름이 그대로 인쇄돼 있었다.

사전투표의 경우 투표 당일 투표용지를 인쇄해 후보자 이름 아래 '사퇴'란 표시가 되지만, 선거 당일 투표용지에는 사퇴한 후보의 이름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을에서 발생한 무효표 1,000여표가 어떤 이유에서 무효가 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정치권에선 무효표의 상당수가 기호 2번에게 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야권연대를 너무 늦게 한 탓에 야권 성향 유권자들이 기호 2번이 단일 후보인줄 알고 표를 던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얼마간의 표라도 기호 4번으로 향한 무효표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면 득표율도 49.9%, 2위와의 표차도 무효표나 노동당 후보의 득표보다도 적은 929표의 차이로 나 후보가 당선됐다는 것은 '실제 선거에선 지고 승부에선 이겼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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