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새누리당에서도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김 후보가 조금 우위에 선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워낙 손 후보의 인지도가 높은 탓에 실제 개표가 이뤄지면 밀릴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선거직전 새누리당은 경합으로 분류했고, 새정치연합은 박빙 우세지역으로 분류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막상 개표가 끝난 30일 밤 손 후보는 고개를 떨궈야 했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기지사, 네 번의 국회의원에 두 번의 당 대표를 지낸 거물 정치인의 몰락이었다. 그것도 정치권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은 신예 변호사 출신 후보에게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초반 개표상황부터 뒤지다 끝내 무릎을 꿇었다.
이로 인해 앞으로 손 고문의 정치적 미래는 자욱한 안개만 가득하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신 체제에서도 비주류로 전락한데다, 구주류인 친노진영과도 각을 세워온 그다. 더 이상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그가 힘을 쓰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그를 따르던 당내 의원과 원외 위원장들도 더 이상 손 고문을 받쳐주기 어렵게 됐다. 일부 친손학규 계열 인사들도 이번 재보선 결과를 통해 뿔뿔이 흩어질 개연성이 크다. 당선만 됐다면 그는 단연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음하면서 문재인-박원순-안철수로 이어지는 차기 주자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오히려 이들을 능가하는 주자로 평가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 패배로 모두 물거품이 됐다.
손 고문은 과거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말을 갈아탈 당시 강원지역에서 한동안 은둔생활을 하는 등 정치권을 외면하며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또 두 번의 대선 후보 경쟁에서 예선 탈락하면서 역시 정치권과 일정 부분 거리를 둔 적이 있다. 그는 또다시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춰야 할 상황을 맞게 됐다. 적어도 2년 후 총선까지 손 고문의 정치적 활동을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만큼 그의 대권 꿈은 멀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