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궐선거 광주 광산 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후보(왼쪽)가 30일 오후 후보사무실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광주 광산을 후보로 나서 승리한 권은희 후보는 7ㆍ30 재ㆍ보궐 선거 정국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부른 인물이다. 그는 60.6%의 득표율을 보여 장원섭 통합진보당 후보(26.4%) 등을 제치고 당선됐다.

그는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2년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 사건 수사에 대한 축소ㆍ은폐를 지시했다고 폭로해 유명세를 탔다.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광주 광산을 후보. 자료사진
권 당선인은 법원이 김 전 청장에게 1ㆍ2심 모두 무죄를 선고하자 일신상의 이유로 지난달 20일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현직에서 물러난 지 10일 만에 광산을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김한길ㆍ안철수 공동대표의 끈질긴 권유로 출마를 결심한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출마 이유에 대해 “사회에서 정의에 대한 요구가 높아 최종적으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광산을은 애초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과 기동민 전 서울시부시장 등 여러 명이 공천 경쟁을 벌인 곳이다.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언급한 천 전 장관의 반발과 “권 전 과장 내부고발의 진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당내 우려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전략공천을 강행하자 새누리당은 “권 전 과장은 지난 대선 때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거짓말을 한 사람”이라고 몰아붙였다.

새정치연합 안에서도 큰 논란이 일었다. 조경태 의원은 “권 전 과장 공천은 ‘천정배 죽이기’이자 호남 민심을 짓밟은 행위”라며 “광주의 만행적 공천이 전국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면 무조건 조기 전당대회를 해야 한다. 두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걸 의원도 “권 전 과장의 행위의 일관성과 신념, 진정성이 정치적 흐름에 활용당한 것”이라며 권 후보의 공천을 비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권 당선인은 선거기간 남편의 부동산 임대업과 관련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남편이 대표이사로 있는 부동산임대회사의 자산을 주식 액면가로 신고해 재산을 축소해 신고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남편이 수십억대 자산가라는 주장도 또 다른 논란거리였다. 이에 권 후보 측은 “재산 축소 신고 의혹에 대해서는 현행 선거관리위원회 규정과 공직자윤리법의 재산등록 조항에 비상장주식은 액면가로 신고하도록 명시돼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남편 직업이 부동산임대업이라는 자체가 권 당선인 이미지와는 충돌하는 면이 없지 않아 선거내내 곤욕을 치러야 했다.

권 당선인을 둘러싼 잇단 논란은 광산을 유권자들의 투표 열기를 떨어뜨리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광산을 투표율은 재보선 선거구 15곳 중 가장 낮았다.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전남 순천ㆍ곡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다소 무리한 전략공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부정적인 인식, 공천 후유증에 대한 반발 등이 저조한 투표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광산을의 저조한 투표율과 그를 둘러싼 당 내외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난히 첫 금배지를 가슴에 달게 됐다. 그가 여의도에 복귀하게 되면서 그간 법원 판결에 의해 묻혀져 있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경찰청장의 수사 외압 의혹 등이 다시 불거질 개연성이 크다. 권 당선인의 여의도 입성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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