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미경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야당 공천"

野 백혜련 "여당 후보의 지역일꾼론은 어불성설"

24일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해 양파를 팔고 있는 상인과 악수를 하고 있는 백혜련 새정치연합 후보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진=데일리한국)
7·30 재보궐선거에서 경기 수원을(권선) 지역구는 유일하게 여성 간 맞대결이 벌어지는 곳이다. 그것도 여성 검사 출신에 같은 고려대 동문간 대결이란 점에서 이번 재보선의 또다른 백미가 되고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 정미경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백혜련 후보는 집권 세력에 쓴소리를 하고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정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비판한 책을 출간하고 검사직을 그만둔 뒤 18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으로 이 지역에서 당선됐고, 백 후보는 이명박 정부 당시 대구지검 검사로 근무하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비판하고 새정치연합에 몸을 실었다. 여기에 통합진보당 윤경선 후보와 정의당 박석종 후보도 이변을 기대하며 표밭을 갈고 있다.

하늘이 잔뜩 찌푸린 상태에서 비가 오락가락하던 24일 수원시청 사거리에 나란히 위치한 두 후보의 사무실 외벽에는 정 후보의 ‘저예요, 정미경입니다’와 백 후보의 ‘정의로운 사람’이란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전직 의원 출신이라 인지도 면에서 다소 앞서는 정 후보는 자신에 대한 홍보를, 백 후보는 검찰의 중립성 훼손을 비판하고 정치권에 뛰어든 점을 홍보하기 위한 선거 전략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4일 시청 사거리 선거사무소 앞에서 주민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는 정미경 새누리당 후보. (사진=데일리한국)
정 후보는 이날 오전 수원농협과 택시본부 등을 찾아 지지를 호소한 뒤 오후에는 롯데백화점 입점 반대 시위 현장을 방문하는 등 하루 종일 시내를 누볐다. 정 후보는 유세 차량에서 마이크를 잡기 보다는 직접 길거리를 걸으며 주민들을 만나고 있었다. 출마 경험이 있던 터라 시민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건네는 게 제법 여유있어 보였다. 먼저 알아보고 다가와 악수를 청하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선거사무소를 찾아와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는 주민들도 있었다. 정 후보는 “주민들과 지낸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이번 공천 결과를 나보다 더 기뻐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백 후보를 평가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수원 영통구를 위해 일한다던 사람이 백 후보인데 그런 사람을 수원 권선에 공천한 것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선에서 연이어 출마한 자신이 진정한 지역일꾼이란 토박이론을 앞세운 것이다. 정 후보는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도 “권선구는 굉장히 넓고 동도 많은데 상대 후보는 아마 동을 외우는 것도 벅찰 것”이라면서 “지금 보궐선거인데 임기가 되더라도 현안 파악하는 데만 시간을 보낼 것”이라며 백 후보를 은근히 ‘무연고 정치인’에 비유하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날 같은 시각 백 후보는 김한길 공동대표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지원 유세에 나온 덕인지 다소 목소리 톤이 높아진 듯 보였다. 백 후보는 아침부터 한 전 총리와 유세차에 함께 올라 타 아파트 단지를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수원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면서 백 후보는 “여기가 닭장과 다를 게 뭐냐”고 고충을 토로하는 상인들에게 “권선이 수원에서 제일 넓지만 낙후된 지역이 많다”면서 “앞으로 권선이 달라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백 후보의 취약점은 아무래도 무명과 다름없는 인지도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한명숙 전 총리까지 지원에 나선 것이다. 백 후보 지원에 나선 한 전 총리는 “밑바닥 정서가 아주 좋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 전 총리를 먼저 알아보고 아는 척을 한 뒤 백 후보와 악수를 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지역일꾼론을 앞세우는 새누리당 정 후보의 전략에 대해 백 후보는 “정 후보만 지역 일꾼이 아니다”라면서 “사실 정 후보는 국회의원이었던 기간을 빼고 지역 연고만 따지면 오히려 거주 기간은 내가 더 길다”고 반박했다.

역대 선거를 보면 권선에서 여야 우열은 가리기 힘들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이 이겼고,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가 앞섰다. 7·30 재보선 마지막 판세를 가늠할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대체로 정 후보가 백 후보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 후보는 “이변은 없다”고 강조하며 지역을 돌고 있고, 백 후보는 “숨은 표가 돌아올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도 두 여성 틈새에서 분전하고 있는 통합진보당 윤경선 후보와 정의당 박석종 후보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여당의 무능한 대응 태도를 비판하며 득표전에 나서고 있다. 인근 서울 동작을과 수원 팔달과 영통에서는 새정치연합이나 정의당 후보들이 사퇴해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지만 아직 이곳은 통진당이나 정의당 후보의 사퇴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주민 한 명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백혜련 새정치연합 후보와 한명숙 전 총리. (사진=데일리한국)


선거사무소 앞에서 정미경 새누리당 후보. (사진=데일리한국)
24일 세월호 100일을 기억하는 108배를 하고 있는 박석종 정의당 후보. (사진=데일리한국)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