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을 야권 단일후보가 된 정의당 노회찬 후보(오른쪽)가 24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선거사무소에서 이날 후보직을 사퇴하고 방문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7·30 재보선을 엿새 앞둔 24일 서울 동작을과 수원 정(영통), 수원 병(팔달) 선거구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후보자들이 잇따라 사퇴하면서 야권 단일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와 맞승부를 벌이는 상황으로 선거판이 바뀌고 있다. 야권 분열까지 겹쳐 새누리당의 독주 양상이 지속되는 듯 했지만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이날 선거구 곳곳에서 야권연대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호탄은 서울 동작을 선거에 나선 새정치연합 기동민 후보였다. 기 후보가 정의당 노회찬 후보에게 양보하면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극적으로 성사됐다. 여기에 통합진보당 유선희 후보도 “노동당 김종철 후보를 지지하며 후보에서 사퇴한다”고 밝혀 한 지역에서 두 명의 야당 후보가 동시에 야권연대를 선언하고 사퇴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어 두 시간 여 뒤에는 경기 수원정(영통)에서 정의당 천호선 후보가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임태희 새누리당 후보와 박광온 새정치연합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곳이었기에 천 후보 사퇴는 상대적으로 박 후보에겐 천군만마 같은 도움이 됐다. 또 천 후보의 일종의 답례성 사퇴로 양당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한시간 뒤에는 수원 병(팔달) 보궐선거에 출마한 정의당 이정미 후보가 "당 대표의 결단을 무겁게 받아 안아 함께 하겠다"며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이 후보는 바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 후보의 사퇴 결단에 따라 부대표로서 함께 사퇴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서울 동작을) 노회찬 후보 당선을 위해 모든 걸 던져 승리를 이루는 밑돌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원 병도 새정치연합의 손학규 후보가 사실상 야권 단일후보가 돼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와 손 후보의 여야 1대1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정의당 박원석 대변인은 기 후보의 사퇴 소식에 “참으로 고뇌어린 결단을 해줬고 이로 인해 무산돼가던 야권단일화의 불씨가 살아났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날 야권 후보들의 릴레이 사퇴로 수도권 선거구에서는 새누리당과 야권 단일후보간 사실상 1대1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당장 25일부터 시작되는 사전투표부터 적잖은 표심 이동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단일화 시점이 너무 늦어 애초 기대했던 효과를 가져오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선거구별로 투표용지 인쇄가 완료돼 투표용지에 사퇴한 후보의 이름도 적혀 있어 사표가 많이 발생할 소지가 있는 데다가 후보단일화에 대한 반발로 보수표가 결집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또 단일 후보에게 사퇴한 후보 지지층이 고스란이 옮겨가겠느냐 하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그렇다해도 새누리당 독주 체제로 흐르던 선거판세가 막판에 심하게 요동치고 있는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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