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24일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힌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는 오전까지만 해도 끝까지 출마할 뜻을 내비치는 등 완주의사를 밝혔다. 기 후보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에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요구하는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에 대해 "전화 유선 1,000샘플 이상을 하루에 잡아 놓는다는 것은 쉽지않은 상황인 것 같다. 그것보다 신뢰가 중요하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또 전날에는 노 후보에게 "후배에게 양보해달라"고 부탁하는 등 출마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이날 오후에 기자회견을 자청해 후보직 사퇴를 선언함으로써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 후보가 사퇴 쪽으로 급선회한 것은 무엇보다 지지율 면에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를 꺾기 힘들 것이란 판단을 한데 있다. 3파전으로 가면 필패가 유력한 데다, 설령 자신으로 단일화해도 승산이 그렇게 많지만은 않다는 계산에서다. 만일 기 후보로 단일화했는데도 패한다면 사실상 그의 정치적 미래는 담보하기 어렵다. 정의당 측에서는 다음 선거 때 새정치연합에게 더욱 큰 양보를 원할 것도 분명하고 그 때마다 노 후보의 단일화 이야기가 거론될 게 분명하다. 기 후보로선 당에게 큰 부담을 안기는 책임이 따르게 되는 것이다.

실제 그간의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기 후보가 끝까지 후보직을 고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기 후보는 몇몇 여론조사에서 3자 대결 때는 노 후보보다 지지율이 앞섰지만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와의 양자대결 조사에서는 노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이는 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을 때에는 새정치연합 지지자들이 노 후보로 표심을 옮겨가지만, 반대로 기 후보로 단일화했을 경우에는 노 후보의 지지층 중 상당수는 투표장에 나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기 후보가 노 후보를 주저앉혀 단일후보가 된다 해도 선거는 지면서 당에는 큰 부담만 안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을 수 있다.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게 적어도 차선은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길게 보면 노 후보에게 양보하고 선거운동을 도움으로써 그는 야권 지지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되고, 이런 과정은 2016년 총선에서는 중요한 정치적 자산으로 작용하게 될 것임을 계산에 넣었을 수 있다.

사실 그간 야권 지지층에서는 기 후보의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그간 "기 후보가 양보하는 게 자신도 살고, 당도 살고, 야권 전체가 사는 길"이라면서 "기 후보가 결단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공공연히 말해 왔다. 어쨌든 기 후보의 사퇴로 동작을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짐에 따라 당장 수원정(영통)도 야권 단일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당은 그동안 동작을에서 새정치연합 기 후보가 양보하면 수원정에 출마한 천호선 후보가 물러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천 후보가 사퇴할 경우 이곳은 임태희 새누리당 후보와 박광온 새정치후보 양자 대결이 된다. 그간 여론조사에서는 임 후보가 다소 앞선 것이 많았지만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예측불허로 치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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