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동헌 기자)
경기 김포의 7·30 재보선은 ‘지역일꾼론’을 앞세운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와 ‘검증된 인물’을 슬로건으로 내건 새정치민주연합 김두관 후보의 맞대결로 승부가 압축되고 있다. 여야 두 후보는 출신 성분에서 공천을 받아 출마하게 된 과정도 모두 판이하다. 국민참여경선에서 새누리당 대표주자로 발탁된 김포 출신의 홍 후보는 ‘굽네치킨’이라는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의 최고경영자(CEO)로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반면 새정치연합 김두관 후보는 남해 이장으로 시작해 군수, 장관, 경남지사를 거친 중량감 있는 거물급 정치인이다. 이에 따라 홍 후보는 지역 출신 임을 앞세워 토박이 정치인을 강조하고 있고, 구 민주당에서 대선 후보 경선에까지 나섰던 김 후보는 거물 정치인 임을 알리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들 외에 정의당 김성현 후보와 무소속 두 후보도 나름대로 표밭을 갈고 있지만 아무래도 여야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에 끼어들어 일정한 세력을 확보하기는 힘이 부치는 양상이다.

22일 김포에는 5일장이 섰다. 사람들이 북적거리기 시작하자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가 모습을 보였다. 홍 후보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장터를 찾은 사람들과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홍 후보가 오랜 시간 지역 기반을 다져왔던 터라 먼저 다가오는 시민들도 더러 있었다. 홍 후보는 힘 있는 집권여당의 후보라는 점과 프랜차이즈 굽네치킨을 1,000억원대 브랜드로 키워낸 경험을 들어 정체된 지역경제를 살려낼 사람은 자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후보는 “5,000여개에 이르는 관내 기업들이 사람을 구하지 못해 떠나려고 한다”면서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과 기업을 이어주는 인력공급시스템을 만들어 기업과 내수가 잘 돌아가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 후보는 새정치연합 김두관 후보를 겨냥해서는 “전학생이 내가 이전의 학교에서 총학생 회장을 했으니 이번 반장은 내가 해야한다고 하면 그게 말이 되느냐며”며 지역 연고를 강조했다. 홍 후보 지원을 위해 내려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홍 후보는 조상 대대로 400년 동안 김포를 지켜온 김포 사람”이라면서 토박이 정치인임을 부각했다.

(사진=이동헌 기자)
새정치연합 김두관 후보는 이날 김포 대곶리 산업단지에서 유세를 시작했다. 이장 출신답게 직접 경운기와 트랙터를 운전하는 시범을 보였다. 이를 본 농민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김 후보는 중앙 정치에서 활약한 전력을 앞세워 주민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그는 “지역현안인 한강신도시 개발문제는 매우 고민이 되면서도 이 일을 잘해내면 제대로 김포시민으로 대접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한강신도시가 당초 계획하고는 너무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예산 확보문제에서부터 여야를 뛰어넘는 정치력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장관 때나 도지사·군수 때나 하고자 한 일은 다 해냈다”면서 “재보선은 연습하는 자리가 아니라 정리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경력을 앞세워 새누리당 홍 후보를 은근히 견제했다. 김 후보는 ‘지지율이 홍 후보에 비해 낮게 나오고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당세가 새누리당이 센데다 외부에서 온 사람이란 인식 때문에 초반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그러나 선거전이 중반으로 가면서 주민들이 큰 일꾼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김 후보 지원 유세차 내려온 김한길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일할 줄 아는 김 후보는 이장·군수·장관·도지사까지 지낸 소문난 일꾼”이라며 큰 인물 부각에 역점을 뒀다.

주민들의 후보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구도심이나 중장년층에서는 여당 지지세가 뚜렷한 반면 신도시와 젊은층에서는 야당 성향이 짙었다. 박모(50)씨는 “지역에서 나고 자라서 성공한 지역 인재를 뽑아야 이곳 어린 학생들이 본받을 수 있다”고 홍 후보를 지지했고, 이모(43·여)씨는 “토박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일 잘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발전만 시켜주면 된다”고 김 후보 쪽에 섰다.

선거 초반까지는 홍 후보가 김 후보에 지지율에서 조금 앞섰다는 평가다. 엠브레인이 16일 발표한 여론조사(800명 대상 신뢰 수준 95%, 오차 범위 ±3.5%)에서는 홍 후보가 37%의 지지율을 얻어 김 후보(28.9%)보다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18일 케이엠조사연구소가 내놓은 여론조사(500명 대상 95% 신뢰 수준, 오차 범위 ±4.4%포인트)에서는 홍 후보(37.5%)와 김 후보(31.0%)의 지지율 격차가 6.5%포인트 차이로 좁혀지는 등 접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사진=이동헌 기자)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도 경기지사 선거는 새누리당이 52.1%의 득표율로 새정치연합을 4.9%포인트 차이로 앞섰지만, 김포시장 선거에서는 오히려 새정치연합 후보가 48.3%의 득표율로 새누리당 후보를 5.8%포인트 차로 이겼다.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만 놓고 보면 여야가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양상이다. 결국 재보선 선거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한편 홍 후보와 김 후보의 접전 속에서 시민 운동가 출신인 정의당 김성현 후보와 기업인 출신 무소속 고의진 후보, 개그맨으로 얼굴이 익숙한 이재포 후보도 표밭을 일구기에 여념이 없다.


(사진=이동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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