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의원이 페이스북에 '노무현 유서 패러디'글을 체코의 시로 잘못 알고 올렸다. (사진=문재인 의원 페이스북)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 인터넷 유저가 작성한 '노무현 유서 패러디'를 자신의 SNS에 올려 파장이 일고 있다.

문재인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편의 시를 소개한다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문 의원은 "지금도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분들에게 시를 한편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몇 달 전 시 동호회 카페에서 이 시를 처음 봤을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놀라실 겁니다"라며 '주데텐란트의 체코군'라는 제목의 시를 인용했다.

문재인 의원이 SNS에 올린 글. (사진=문재인 의원 페이스북)
<주데텐란트의 체코군>

나의 전차는 시속 43km/h 멈춤을 모르고 달리며 조국을 위해 무장한 정신력으로 파쇼의 군단에 나의 전차가 돌진하고 파쇼의 방어망을 돌파해 나치의 수괴와 함께 어머니 보헤미아를 위해 산화하고 싶다. 오래된 생각이다. 오스트라바에 있을, 내 일생을 함께 하리라 맹세했던 베로니카여, 동생 같았던 블라디미르, 이웃집 마르틴,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마라, 독일을 미워하고 그들을 증오해라, 우리 조국의 운명을 위해 싸워라. 전쟁이 끝나고, 파쇼독일놈들에게서 우리 조국이 평화를 되찾을 때 뒤뜰에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다오. -조국을 위해, 패트릭 1938년 9월 남김-

문 의원은 이 시에 등장한 '오래된 생각이다', '삶과 죽음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집 뒤뜰에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다오'라는 시구를 언급했다. 문 의원은 이 문구들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유서의 문구와 똑같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이 시를 읽고, 그 시구들이 무의식 속에 남아 유서에 표출된 것일까요? 아니면 우연의 일치일까요? 어느 쪽이든 죽음을 앞둔 두 사람의 시공을 추월한 의식의 일치가 놀랍습니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문재인 의원이 올린 '노무현 유서 패러디 시' 원본. (사진=디시인사이드 캡처)

특히 "주데텐란트에서 빈약한 전력의 체코군이 애국심만으로 압도적 전력의 독일군에 맞서다 궤멸되었으므로, 시인도 같은 운명이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입니다"라며 이 글을 쓴 '패트릭'이라는 시인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동일시했다.

하지만 문 의원이 인용한 이 시는 반대로 디시인사이드와 일베를 오가는 한 누리꾼이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를 인용해 만든 자작시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의원이 올린 '노무현 유서 패러디 시' 원작자가 일베에 쓴 글. (사진=일베저장소 캡처)
'노무현 유서 패러디 시'가 문 의원 SNS에 올라온 직후 이 누리꾼은 디시인사이드와 일베에 각각 자신의 자작시임을 인정하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문 의원이 '노무현 유서 패러디' 글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린 많은 누리꾼들이 댓글로 문 의원의 응원과 추모 메시지를 보냈고,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 글이 한 인터넷 유저의 패러디 작품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큰 혼란에 빠졌다.

이에 문 의원은 "제가 올린 시는 인터넷 카페에 체코어와 번역이 함께 올라와 있습니다. 그런데, 시가 조작되거나 번역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있네요. 체코어를 아시는 분은 한번 살펴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글을 남겼지만, 함께 적힌 체코어 역시 이 글을 쓴 인터넷 유저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 의원이 '노무현 유서 패러디' 글을 SNS에 올린 것에 대해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문재인 의원, 정확한 검증 없이 이런 글이나 퍼나르다니" "문재인 의원, 글 올릴 땐 사실 관계 확인하고 올려야" "문재인 의원, 악질적인 패러디를 한 사람이 나쁘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최근 문 의원이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 필요성을 강조해 당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운 것에 이어 이러한 SNS 논란 역시 문 의원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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