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보수층 표심 결집할라' 내심 우려…일각선 "대통령 우는 건 부적절" 지적
박수현 군 아버지 "그동안 한 번도 안 울더니… 선거 의식한 국면전환용" 비판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사진=SBS 방송 화면 캡처)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야권은 6ㆍ4 지방선거를 불과 16일 앞둔 상황인 만큼 박 대통령의 눈물이 보수층의 결집으로 이어지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던 중 의롭게 숨진 이들을 언급하다 눈물을 흘렸다. 박 대통령은 "어린 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탈출시키고 실종된 고 권혁규군,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어 사망한 고 정차웅군, 세월호의 침몰 사실을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하고도 정작 본인은 돌아오지 못한 고 최덕하군, 그리고 제자들을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고 남윤철ㆍ최혜정 선생님, 마지막까지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생을 마감한 고 박지영ㆍ김기웅ㆍ정현선님과 양대홍 사무장님, 민간 잠수사 고 이광욱님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본다. 세월호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 추모비를 건립하고 4월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박 대통령이 담화 도중 눈물을 흘린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이 동요했다. '박 대통령 눈물' '박근혜 눈물'이 순식간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그 만큼 박 대통령의 눈물은 많은 관심을 끌었다.

야권은 내심 박 대통령의 눈물이 6ㆍ4 지방선거에 끼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세월호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흩어진 보수층의 표심이 결집하는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야권에서 "박 대통령 대국민사과, 눈물만 있고 책임은 없습니다. 인적쇄신 간 곳 없구요"(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오늘 박근혜 대국민담화 들으며 이 말 생각나더군요. 무능하고 무지하고 무책임하고, 쇼만 하는. 4년 전 지방선거 시작할 때 이명박 대통령, 전쟁기념관에서 천안함 대국민담화. 이번 지방선거 시작하며 박 대통령, 세월호 참사 34일 만의 눈물로 해경 해체. 대국민담화 닮은 꼴"(김진애 전 민주당 의원) 등의 비판 발언이 나오는 건 보수층의 표심 결집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 언론인인 고종석씨는 트위터에 "박근혜의 눈물, 이거 지방선거때까지 방송에서 틀고 또 틀고 또 틀 거다. 노무현의 눈물처럼 이것도 명백한 선거 광고 방송인데, 박근혜의 눈물은 광고료 한 푼 안 받고 틀고 또 틀고 또 틀고. 시청자들은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투표소에서 저절로 1번을 찍게 됨"이라는 글을 올렸다.

유가족 중 일부는 박 대통령이 눈물을 흘린 걸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도 했다. 고 박수현군의 아버지 박종대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라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그동안 한 번도 안 울다가… 사람들이 그렇게 애도를 표해도 눈물 하나 안 흘리지 않았는가. 또 34일 동안 한 게 없다. 이때껏 입 꾹 다물고 있다가 이번에 한 번 담화문 발표하고 질문도 안 받고 아랍에미리트에 나가는 것 자체가 (6·4 지방선거를 의식한) 국면전환용이다. 진정성이 있다면 왜 지난 9일 (유가족들이) 청와대에 갔을 때 '나중에 얘기하자'며 따뜻한 물 한 잔 못 갖다 줬는가"라고 말했다.

보수논객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도 박 대통령이 눈물을 보인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변 대표는 트위터에 "표절석희, 표절관용 같은 쇼맨들의 눈물쇼 비판했듯이 박 대통령도 오늘 눈물 안 되는 거다. 정몽준씨도 마찬가지이고 국가 지도자들 함부로 국민 앞에서 눈물 보이면 안 된다. 특히 국민 선동을 막아야 할 애국 지도자 더 엄격해야 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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