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고은 작가 "카뮈의 '페스트' 같은 소설 쓰고 싶어"
[문화계 앙팡테리블] (7)
기발한 상상력, 유쾌한 문체속 현실 풍자 '무중력 증후군'으로 두각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사진 임재범 기자 happyyjb@hk.co.kr



작가 윤고은(29)을 소개할 때 늘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무중력 증후군'. 아직 단편집을 내지 않은 그에게 이 책은 유일한 작품집이자 출세작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문학 전문가가 촉망 받는 차세대 작가를 논할 때 윤고은을 빼놓지 않는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이 작품이 갖는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소설이 허구의 확장을 통해 새로워진다고 봤을 때 이 소설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소설가 박성원 씨는 윤고은의 장편 '무중력 증후군'을 이렇게 평했다.

윤고은 작가는 동국대 재학 시절이던 2004년, 단편 '피어싱'으로 제 2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이른 등단은 문단에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졸업 후 한동안 과외교사, 사보 기자, 학습동화 작가 등 다양한 일을 경험하면서 정작 작품 창작은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다시 동국대 지인들과 소설 모임을 만들었고 2년 후 '무중력 증후군'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달이 6개로 늘어난다는 설정의 이 작품은 '소설은 허구'임을 커밍아웃 하는데서 시작한다. 보잘 것 없는 25살의 부동산 텔레마케터 노시보.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살던 그의 일상에 변화가 생겼으니, 달이 2개로 늘어난 '전 지구적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달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6개까지 늘어나자 일대 소란이 일어난다.

노시보의 엄마는 달구경을 하기 위해 집을 나가고, 무중력을 이용한 각종 상품과 사업아이템이 쏟아진다. 잡지 여기자는 노시보의 나빠진 건강 상태가 '무중력 증후군' 때문이라며 취재에 들어간다. 그러나 결국 달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우주선의 쓰레기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보름달 모양의 빵 있잖아요. 그 빵을 먹다가 빵 봉지에 적힌 성분표시를 보고 생각했어요. 달을 이 봉지에 넣으면 어떨까? 그러다가 달의 개수를 늘려보자는 생각을 했죠."

작품의 발상에 대해 작가는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작품에서 쓴 에피소드 중에 많은 부분은 메모에서 응용한 거예요. 그날 그날 기억 나는 일들을 기록해두거든요. 작품에 썼던 남자들의 성적 농담은 대학시절 술자리에서 남자 선배들에게 들었던 얘기에요."

집요한 관찰과 기발한 상상력, 유쾌한 문체의 트라이앵글 속에는 현실에 대한 냉소가 담겨 있다. 해학 속에 들어있는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는 이 작품 뿐만 아니라 그동안 발표한 몇 편의 단편을 관통하는 공통점이기도 하다. 작품을 경쾌하게 풀어가는 언어 감각은 박민규 작가와 흡사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습작 시절부터 박민규 작가와 유사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어요. '무중력 증후군' 발표 후에 박 작가의 '카스테라'를 읽었는데, 저라도 그렇게 썼을 법한 문장이 많더라고요."

"외국 작가 마루야마 겐지와 마르탱 파주를 좋아한다"는 그는 "언젠가는 카뮈의 '페스트'처럼, 인간과 세계의 문제를 다룬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윤고은이 쓴 '페스트'는 어둡지 않을 것이다. 그는 상처의 잔혹함을 가볍게 그려내는 재주가 있기 때문에. 또한 그가 발표한 일련의 작품은 이 가벼움이 경박함으로 전락하지 않는 미덕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설이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난 시대, 그가 주목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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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9/03/05 14:05:59 수정시간 : 2009/03/05 14: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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