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줌인] 영화배우 서정
"금지된 사랑, 그러나 행복해요"
영화<녹색의자>에서 이혼녀로 미성년과의 사랑에 혼신 연기






영화배우 서정(34)은 국제영화제와 인연이 많다. 영화 ‘섬’‘거미숲’등으로 베를린영화제를 비롯한 각종 국제영화제에 서왔기 때문이다. 그의 최근 작품 ‘녹색의자(박철수 감독)’ 역시 베를린 영화제 파노라마 부문과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 등에 진출했다. 남들은 한번도 가기 힘든 국제영화제의 레드 카펫을 여러 번 밟은 덕인지 그의 입에서는 벌써 선댄스 영화제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비교담이 흘러나올 정도다. “영화제 분위기가 진지함에서 화려함 쪽으로 변했어요. 예전에는 작가주의 작품이 많이 거론됐는데, 이번엔 공식경쟁인 까닭인지 할리우드 스타들도 많이 보이더라고요.”

사람들은 그가 작품선택에 있어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궁금해 한다. 그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여러 시나리오를 읽다보면 그 중에서, 분명 친근하고 강렬한 힘을 느끼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과거 영화 ‘섬’의 대본을 읽었을 때도 이미 다른 배우가 이미 내정되어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건 내가 할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촬영한 지 2년 반이 지나 뒤늦게 국내에서 개봉한 작품 ‘녹색의자’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역시 ‘전율’을 느꼈단다.

특히나 녹색의자를 선택할 때는 그의 영화에 대한 갈증이 정점에 달해있던 시기였다고. 방송 드라마 ‘로펌’과 연극 ‘두 여자’로 영화를 벗어나 오랜 외도를 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시나리오의 작품성 못지 않게 감독 역시 그가 영화선택을 할 때 염두에 두는 요소다. “박철수 감독은 워낙 작품에 대한 열의가 뛰어난 분이라 영화찍고 편집하는 데만 2년 이상이 걸렸어요.” 현재 국내에서 회고전을 갖고 있는 박 감독은 선댄스 영화제에만 그간 4번 진출한 세계적 감독이다.

영화 속 문희와 같은 사랑 하고파
2년 전의 일을 회고하며 “아프다”는 말을 하면서도 영화 개봉시기에 대해 그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2년 전보다 지금이 이 영화를 받아들일 사회적 분위기가 나아졌다는 것이다. 판타지를 상징하는 ‘녹색’과 콤플렉스와 평안함을 상징하는 ‘의자’가 결합된 녹색의자는 19살 미성년인 현(심지호 분)과 32살 이혼녀 문희(서정 분)를 주인공으로 해 사회적 금기인 ‘역원조교제’를 다룬 내용이다. 나이를 초월해 순수한 사랑을 했을 뿐인데, 영화의 처음은 원조교제란 죄목으로 교도소에 간 문희의 교도소 출감장면으로 사회의 관습을 부정한 대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는 “문희는 사회적으로는 매도당해 봉사활동을 할 지 모르지만 행복한 여자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까지 문희와 같은 사랑을 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장면은 ‘정말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있구나. 진정성이 보이는구나’하는 느낌이 들어 예뻐보였다고 한다. 연하남과의 연애에 대해 묻자, “사랑에 정말 빠졌다면, 상대가 연하든 몇 십년 많은 사람이든 그게 보일까. 나이나 환경은 사랑에 방해되는 요소다”라고 답한다.

무거운 주제지만 경쾌하고 단순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서정은 영화 찍는 내내 불안함을 거두지 못했다. 캐릭터의 행동이 압축적이고 극단적일 뿐 아니라 돌출적 상황을 표현하는 문제에서 어려움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라고. 그는 “이전 영화와는 달리 영화를 찍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못해 아팠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정신공황 상태를 앓고 있는 문희의 캐릭터가 어려워 그를 이해하려면 앞으로 몇 년 더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자유로워 보이는 그에게 일반적?사회의 관습에 얽매이기 싫지 않느냐고 묻자, 이내 차분하고 조용한 답변이 돌아온다. “사회적 통념에 비판적 시선을 보이기도 싫다. 자신의 풍요로움을 위해서다. 어느 선에 서서 벽을 둔다는 자체가 자신을 가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시점부터는 인간에 대한 포용과 따뜻한 시선, 헤아림을 중시하게 됐다. 공존의 마인드를 좋아한다.” 여성주체적으로 끌고 가는 녹색의자의 문희 역이 맘에 드는 지에 대해선 예상대로 “양성적 입장에 서고 싶다”는 반응이다.

원래 단편영화 제작으로 영화에 참여했던 서정은 1995년 주변의 제의로 ‘탈 순정시대’라는 단편영화에 출연했다. 이어 가볍게 박하사탕 오디션에 참여하게 된 것이 그의 인생에 있어 터닝포인트가 될 줄이야. 하지만 그는 배우의 길을 들어선다는 것에 대해서 멈칫했었다. 표현에서 오는 고통스러움을 인정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표현보다는 오히려 사유하는 것을 좋아하고 진지한 성향이 강한 탓에 20대 그 시절, 그는 배우를 하지 않으려 발버둥쳤다.

자유롭고 편안하게 연기하는 배우
그러나 몇 번의 작품에 출연한 지금은 배우인 자신을 인정하게 됐다. 그는 “이제는 연기를 누리면서 자유롭고 편안하게 하려고 한다. 이제까지가 연기 경험, 공부였다면 이제부터는 슬슬 시작을 해보려는 단계”라며 웃었다. 연기에 몰입했다가 빠져나오는 것이 예전만큼 어렵지 않다는 그는 지금 스스로도 놀랄 정도다. 녹색의자 촬영 후의 후유증도 얼마 가지 않았던 것.

그는 일에 몰입할 때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혼자 집에 있을 때는 외롭고 슬픈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데, 그것은 연기에 빠져들지 않고 오로지 ‘생각’만 하며 긴장 속에 있는 까닭이다. 그의 긴장을 증명하는 것은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것인가’라고 자주 자문하는 것.

이젠 연기에 대한 욕심과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 ‘연기 잘하는 배우’란 수식어를 들으면 너무 좋아하는 서정. 그가 꼭 듣고 싶다는 ‘기대되는 배우’라는 수식어에서 그리 멀지 않은 듯 보인다.

홍세정 기자 weekly724@hanmail.net

입력시간 : 2005-06-1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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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5/06/15 17:38:36 수정시간 : 2008/01/15 1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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