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범진 교수 위내시경검사사진. 사진=중앙대병원 제공
[데일리한국 김진수 기자] 프리랜서 유재환(32·남·가명) 씨는 지난해 SUV 차량을 새로 출고한 뒤로 지방을 여행 다니며 차박(차에서 잠자고 머무르는 여행) 캠핑을 즐겼다.

차에서 먹고 자는 차박 캠핑을 일 년 넘게 반복해온 유 씨는 최근 하부가슴에 쓰린 증상과 함께 신물이 역류되는 증상과 눈이 쉽게 충혈되고 안구통증이 있어서 병원을 찾았더니 '역류성 식도염'과 ‘녹내장’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프라이빗한 여가 취미활동으로 최근 캠핑과 차에서 잠을 자는 차박, 차크닉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기간의 차박 캠핑으로 척추나 관절의 건강 이상뿐만 아니라 '역류성 식도염'과 '녹내장'까지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차박 캠핑을 할 경우 보통 차안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식이나 조리하기 간편한 밀키트, 쿠킹박스 등의 간편식으로 즐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인스턴트 음식이나 밀키트 등은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이면서 식사를 좁은 차안에서 반복적으로 하게 될 경우 위식도 역류질환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에 있는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가슴쓰림 또는 가슴통증, 쉰 목소리, 목 이물감, 삼킴곤란, 인후통, 기침, 천식, 속쓰림 등의 불편한 증상이나 합병증이 유발되는 질환이다 재발하기 쉽고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특성이 있어 환자들이 평생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차박 캠핑을 하면서 위식도 역류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차안에서 식사 후 바로 눕지 말고 차 밖으로 나와서 산책 등 가벼운 활동을 통해 소화를 시키는 것이 좋다. 또한 늦은 시간 식사와 과식은 삼가고 가급적이면 차 밖으로 나와서 바른 자세로 앉아 식사를 해야한다.

아울러 술, 기름진 음식과 매운 음식, 고염분식, 커피, 탄산음료, 민트, 초콜릿, 신맛이 나는 주스, 향신료 등은 먹지 않는 것이 좋으며, 차안에서 잠을 잘 때 좌석을 완전히 풀 플랫(좌석이 180도 완벽히 펼치는 것)하는 것 보다는 침대머리 쪽이 15도 정도 올라오도록 좌석을 폴딩하고 왼편으로 눕는 것이 위장의 음식물이 역류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김범진 교수는 “위식도 역류질환은 잘못된 생활습관과 식습관, 과체중, 비만, 노화 등으로 인해 점점 위식도 접합부의 조임근이 헐거워지고 이로 인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게 되면서 증상을 발생시켜 식도에 염증 손상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특히 기름지고 맵고 짠 자극적인 인스턴트 음식을 과도하게 즐기고 바로 눕는 생활습관은 위식도 역류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인데, 차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차박 캠핑의 경우 이러한 위식도 역류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주된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좁은 차안에서 차박을 할 경우 좌석을 15도 정도 완만하게 경사지게하고, 잠을 잘 때 왼쪽으로 눕게 되면 위장의 상부 식도 연결통로가 상대적으로 높게 위치하게 돼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잠을 잘 때 왼쪽으로 눕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안과 전연숙 교수. 사진=중앙대병원 제공
차박 캠핑을 즐기는 사람은 위식도 역류질환뿐만 아니라 녹내장과 안구건조증 등 안질환 위험도 초래할 수 있다.

차박을 하게 되면 좁은 차안에서 잠자기 전에 눕거나 엎드려서 스마트폰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깜깜한 차박지의 어두운 차안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지속적으로 쳐다보면 초점을 맞추기 위해 눈 안의 섬모체 근육이 긴장을 해 눈의 피로도가 심해져 퍼져 보이거나 두 개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또한, 어두운 곳에서 더 잘 보기 위해 눈 깜박임 횟수가 줄어들면 안구건조증이 악화되기도 한다.

스마트폰의 화면 밝기를 낮춰도 화면의 빛이 눈 안쪽의 망막에 자극을 줘 어두운 환경에서 스마트폰을 장시간 보는 습관이 지속되면 안구 통증이 심해지고 두통도 생기면서 녹내장까지 유발할 위험이 있다.

평소 전방각이 좁은 사람은 녹내장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에 차박을 할 때 엎드려 자거나 어두운 곳에서 엎드려 스마트폰이나 책을 보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으며, 부득이 차안에서 휴대폰을 봐야한다면 주변을 밝게 하고 바르게 앉거나 천정을 보고 바로 누운 상태에서 보는 것이 낫다.

또한, 눈의 피로도와 안구건조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두운 곳에서 20분 이상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삼가야한다.

중앙대병원 안과 전연숙 교수는 “밤에 어두운 차안에서 스마트폰을 보게 되면 많은 양의 빛을 수용하기 위해 눈의 동공이 확대되어 이로 인해 굴절된 빛이 한 점에 모이지 않고 어긋나는 구면수차가 증가해 눈부심과 빛 번짐을 일으키고 야간 근시가 발생한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눈의 조절이 과도해지면서 성장이 끝난 성인도 근시가 진행되며, 특히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전 교수는 “어두운 차안에서 엎드려 고개를 숙인 채 장시간 스마트폰을 보면 동공이 커지면서 수정체가 앞으로 이동하여 방수의 흐름이 차단될 수 있는데, 갇힌 방수의 압력으로 홍채가 앞으로 밀리면서 방수가 빠져나가는 경로인 전방각이 막혀 안압이 상승하게 된다”며 “갑자기 안압이 올라가면 시신경에 기계적인 압박이 가해지고, 혈액순환이 감소돼 시신경의 급격한 손상을 유발하는 ‘급성 폐쇄각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는데, 통증을 참고 치료하지 않으면 수일 내에 실명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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