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어머니를 둔 자녀들이라면 한 번쯤 ‘엄마가 갑자기 왜 이러지’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아 하던 일인데 별안간 화를 내기도 하고,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등 달라진 엄마의 모습에 당황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뾰족한 해결 방법도 없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엄마가 갑자기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바로 ‘갱년기’다. 여성은 월경이 서서히 멈추고 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다양한 증상을 겪게 되는데 이 기간을 갱년기라고 칭한다. 아무런 증상 없이 지나가는 이들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우울증, 화병, 체중증가, 식욕감퇴, 두통 등 여러 증상을 호소한다.

특히 갱년기 화병은 억울함, 분함 분노 등의 감정으로 인해 가슴이 답답해지며 가슴속에서 뜨거운 뭉치가 치밀어 오르는 듯해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초래한다. 쌓인 화를 풀지 못하고 방치하면 피로감, 소화불량, 어지러움, 호흡곤란 등 신체적인 증상은 물론 불면증, 우울증 등 정서적인 증상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갱년기에 나타나는 화병은 평소에 사회적인 좌절감, 분노, 억울함 등의 울화를 배출하지 못하고 참고 살아왔던 이들에게 주로 발생한다. 따라서 ▲ 시댁과의 트러블 ▲ 배우자와의 갈등 ▲ 자녀의 비정상적인 행동이나 시험 낙방 ▲ 금전적인 문제 ▲ 과중한 업무 등에 오래 노출된 이들일수록 갱년기 화병에 취약하다.

쌓인 스트레스나 화는 곧 열의 성질로 변해 심장을 과열시킨다.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심장은 모든 장기에 에너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과열로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자율신경계가 망가져 갱년기 화병과 이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달아오른 엔진에 냉각수를 보충하듯 과열된 심장을 안정시키는 한편,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을 다스려 감정 조율 기능을 회복해 줘야 한다. 전문가와의 꾸준한 상담치료까지 병행하면 갱년기 화병은 물론 외부에 있는 다양한 스트레스 요소를 보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임형택 자하연한의원 원장은 “갱년기 화병을 겪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아무 이유 없이 화가 난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며 “갱년기 화병은 지난 세월 쌓아온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 기능 문제, 호르몬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한 데 겹쳐 나타나는 것으로 개인의 탓이라고 치부할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관련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와 함께 갱년기를 잘 다스린다면 그 이후는 평안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만큼, 관련 증상으로 불편함을 겪고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적극 치료할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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