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허리 질환이라고 하면 대부분 허리디스크를 먼저 떠올린다. 물론 허리디스크가 흔한 질환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흔한 질환이 또 하나 있다. 특히 중장년층 사이에서 소리 없이 병을 키워나가는 ‘척추관 협착증’이다.

척추관협착증이란 인대, 척추 뼈가 두꺼워져 척추관이 좁아지고, 그 과정에서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척추관협착증의 원인으로는 운동부족, 비만, 잘못된 자세, 격한 운동 등 다양한 요인이 존재하지만, 신체 노화로 인해 퇴행성 과정을 겪으며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허리(요추)에 발생한다는 점 하나로 척추관협착증을 허리디스크로 오인하고 혼동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은 엄연히 다른 질환으로, 나타나는 증상과 그에 따라 적용되는 치료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확실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척추관협착증과 허리디스크를 구분하고자 한다면 어떤 자세를 취했을 때 통증이 악화되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척추관협착증의 경우에는 허리를 앞으로 숙였을 때 통증이 완화되는 경향이 있고, 뒤로 젖혔을 때 악화되는 특징을 갖는다. 반면 허리디스크의 경우에는 허리를 앞으로 숙였을 때 통증이 심해지고, 뒤로 젖혔을 때 통증이 완화된다.

걸을 때 어느 정도의 통증이 나타나는지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허리디스크의 경우에는 허리에 통증이 심해도 걷는데는 큰 지장은 없다. 반면, 척추관협착증의 경우에는 종아리가 터질 듯 당겨 10분 이상 걷는 것이 힘들 수도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조금도 걷지 못할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진행될수록 걷기 가능한 거리가 자신도 모르게 점점 줄어들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의 경우 허리에만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허벅지와 종아리에 저릿저릿한 저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허리 통증과 다리가 저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척추관협착증은 아닐지 의심해보고,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허리디스크는 급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천천히, 점차적으로 그 통증과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조용히 병을 키워나가는 척추관협착증은 무엇보다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척추관협착증이 진행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방치한다면 척추 신경이 회복 불가할 정도로 굳어버리고, 손상될 수 있다. 그에 따라 정수리가 금방이고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가 굽어질 수 있으며, 추후에 배변 장애, 성 기능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자인메디병원 척추센터 배장호 대표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중장년층이라면 특히 척추관협착증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의심해볼 만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즉각적으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척추관협착증과 허리디스크가 혼동될 때는 스스로 판단하려고 하기 보다는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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