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진수 기자] 5월 초 지리산에서 심정지 상태에 빠진 등산객을 구조하던 소방헬기가 추락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흔히 등산 사고는 실족으로 인한 골절 등을 생각하기 쉽지만 사망까지 이르는 사고는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고가 가장 많다. 특히 기온차가 큰 5~6월은 등산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박창범 교수. 사진=강동경희대병원 제공
◇ 등산 중 사망 사고 둘 중 하나는 ‘심장질환’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 내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 124건 중 심장 질환에 의한 사망 사고는 60건으로 48%에 달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박창범 교수는 “외국에서 시행됐던 연구에 의하면 등산하다가 심장질환과 같은 이유로 급사하는 확률이 같은 나이의 사람들에 비해 약 4배 높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등산을 하다가 심장질환과 같은 이유로 급사할 확률은 나이에 비례해 증가하며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15~20배가 높다고 한다. 이처럼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원인은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 대부분이 중년이상의 남성들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를 보면 2019년 허혈성심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50~60대 남성은 33만6310명으로 전체 환자 94만여 명 중 35.6%를 차지했다. 실제로 심장 질환 사고 등산객은 모두 남성이었다.

◇ 혈관 수축, 혈압 상승 등으로 허혈성 심장질환 유발 등산은 추운 환경에서 이뤄지는 매우 강도 높은 활동 중 하나로 특히 높은 고도에서 낮은 산소농도와 함께 많은 신체활동으로 인해 탈수가 쉽게 발생한다.

이에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돼 맥박이 증가하고 혈관이 수축되고 혈압이 상승하게 되는 등의 신체변화로 인해 심장의 운동량이 증가한다. 심장의 운동량 증가는 허혈성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흉통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심장병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도 산속의 낮은 온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운동으로 인한 과다호흡이 발생하면 심장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소판기능이 활성돼 급성심근경색과 같은 급성 허혈성심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이런 사고들이 주로 늦은 아침에 많이 발생하고 음식이나 물을 섭취한 기간과 비례해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박창범 교수는 “등산은 주로 아침 일찍 시작하는데 늦은 아침이 되면 등산으로 인한 갑작스런 운동량 증가와 함께 탈수, 저장된 탄수화물을 소비해 허기를 느끼는 시기가 된다. 이러한 변화가 몸의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해 신체변화 및 급성 허혈성심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 나만의 페이스로 등산하고 평소 꾸준한 체력 관리 필요

등산 중에 급성허혈성심질환이 발생하는 경우, 들것이나 헬리콥터로 이송해야 되므로 치료까지 시간이 많이 지체되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이전에 협심증이나 급성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심장질환을 가진 남성의 경우 등산을 할 때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간간히 등산과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 보다는 평소에 규칙적으로 일주일에 3~4회 이상 유산소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고 적응한 상태에서 등산을 즐기는 것이 좋다.

또한 남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빨리 오르는 것 보다는 본인 스스로 강도와 속도를 조절하면서 충분한 휴식을 하면서 천천히 등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등산할 때 물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하고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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