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김범준 교수…머리카락 하루 100개 빠지면 탈모 의심

탈모치료제 성기능 부작용 1% 수준, 중단하면 부작용 사라져

[데일리한국 김진수 기자] 아침과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며 일교차가 큰 가을이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찾아오는 가을은 야외활동 하기에 적당한 날씨에 ‘축제의 계절’로도 불린다. 그러나 탈모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가을은 행복하고 즐거운 축제의 계절이 아닌 ‘탈모의 계절’일 뿐이다. 중앙대 김범준 교수(피부과)에게 탈모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어떤 치료제가 있는지 살펴보고, 언제 어떻게 탈모를 치료받고 치료제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을지 살펴봤다.

김범준 교수. 사진=중앙대병원 제공
-실제로 가을에 탈모가 심해지는지?

"가을철에는 남성호르몬 분비가 증가해 탈모를 유발하는 단백질이 활발하게 생성된다. 또한 여름 동안 자외선과 땀, 먼지로 인해 손상된 두피와 모공이 모발의 휴지기를 지속시키게 돼 탈모가 심화되는 경우가 있다. 마지막으로, 차갑고 건조한 가을 날씨가 모발을 건조하고 두피의 혈액순환을 방해하므로 탈모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탈모 치료의 적절한 시기는

"탈모의 경우 초기에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탈모가 진행됨에 따라 굵은 모발이 점차 가늘어지고 더 진행되면 모근이 죽게 되기 때문이다. 간단한 자가 진단법을 알려주자면 하루에 빠지는 머리카락의 수가 100개 이상일 경우 탈모를 의심해야한다. 모발은 자라고 빠지는 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루에 50~60개 정도 빠지는 것은 정상이다. 이마를 관찰한다거나 정수리를 일정 간격으로 관찰하는 것도 탈모를 확인하는데 도움이 된다."

-남성호르몬과 탈모의 연관 관계는

"남성호르몬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중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은 겨드랑이, 치모, 얼굴의 수염의 모발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반면 테스토스테론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하 DHT)은 두피, 특히 정수리 부분에 작용해 머리털을 빠지게 한다.

모낭에 존재하는 효소인 5알파-환원효소는 테스토스테론을 DHT로 변환시키는데 DHT는 모낭의 안드로젠 수용체와 결합해 단백질 합성을 지연시켜 모낭의 생장기가 단축된다. 따라서 해당 모낭은 생장기가 빨리 끝나고 더 빨리 휴지기로 들어가게 돼 휴지기 모낭의 비율이 증가되며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모발은 점차 가늘고 짧아져(연모) 마침내 탈모가 된다."

-탈모로 고통받는 여성 환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남성 탈모와 여성 탈모에 차이가 있다면?

"여성형 탈모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여성도 일정량의 남성호르몬을 가지고 있으며 여성에서도 남성호르몬이 탈모를 일으킨다. 여성에서 남성호르몬의 비율이 높아지거나 남성호르몬으로의 변환이 증가하거나 혹은 이를 받아들이는 수용체의 민감도가 증가해도 탈모가 발생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여성형 탈모의 원인이 제시되고 있으며 모발을 자라게 하는 여성호르몬의 감소도 원인이 된다. 여성형 호르몬 중 에스트로겐은 모발의 수적 증가를 일으키는 작용을 하는데 출산 또는 폐경의 경우 평상시 유지되던 에스트로겐의 농도가 낮아지며 모발의 퇴행기 및 휴지기가 한꺼번에 와 모발이 많이 빠지게 된다.

호르몬 이외에도 과도한 스트레스, 다이어트와 같은 영양 결핍, 파마, 염색, 자외선 노출에 의한 모낭의 손상, 그리고 머리를 세게 묶는 습관 등에 의해 여성형 탈모가 발생한다고 보고돼 있다. 마지막으로 여성형 탈모증은 남성형 탈모가 주로 정수리와 전두부 앞 이마선에서 시작해 M자 형태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이마선이 퇴축되지 않고 유지되며 주로 정수리의 모발이 적어지고 가늘어지는 특징이 있다."

김범준 교수. 사진=중앙대병원 제공
-탈모치료제는 크게 외용제와 경구제로 나뉜다. 탈모 진행상황, 부위, 효과 등에 차이가 있는지?

"외용제와 경구제는 일반적으로 탈모 초기와 중기에 사용된다. 탈모가 초기단계일수록, 나이가 젊을수록 효과적이다. 경구제에서는 피나스테리드 성분 치료제와 도포제에서는 미녹시딜 제제만이 미국 FDA로부터 효과와 안정성을 인정받았다. 피나스테리드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DHT로 변환되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도포제의 경우, 두피의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 공급을 원활하게 하며 모낭의 휴지기를 감소시키고 성장기를 연장시키는 작용을 한다. 도포 부위에 국소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탈모 병변 부위 모두 도포해야 하며 탈모가 아주 심하지 않거나, 두정부 탈모부의 직경이 10cm 이하인 경우, 탈모가 5년 이상 오래되지 않아 솜털이 많이 남아있는 경우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피나스테리드 성분 치료제와 미녹시딜 치료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경구용 탈모치료제의 성기능 감퇴 등 부작용 우려는?

"피나스테리드는 전립선 비대증보다 남성형 탈모에서 보다 적은 용량(1mg/일) 로 복용하기 때문에 성기능 부전에 대한 부작용이 매우 드물게 보고가 되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를 이야기하자면 약 1%정도에서 발기분전과 성기능 감퇴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된다. 하지만 보고에 따르면 대부분 약을 중단하자 좋아진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매우 드물게 비가역적으로 성기능 부전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므로 전립선 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많으면서 기존에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를 복용하는 환자에서 피나스테리드를 같이 처방 받을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피나스테리드는 5년 이상 장기간 치료할 경우에도 소수에서 여성형 유방을 나타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부작용이 없고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이나 간, 신장, 골수, 혈청 지질 수치에도 특별한 영향이 없다."

-피나스테리드 성분 치료제와 두테스테리드 성분 치료제의 차이가 있는지?

"현재까지 진행된 경구용 남성형 탈모치료제의 효과는 M자형이나 C자형 탈모 등 세부적인 진행 패턴이 아닌 앞머리, 정수리, 옆머리 등 특정 부위의 효과를 측정했다. 피나스테리드와 관련된 많은 연구에서는 옆머리, 전두부, 정수리 등 남성형 탈모가 발생하는 모든 부위에서 위약 대비 모발 성장에 효과적인 결과를 보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두테스테리드 성분 치료제가 피나스테리드 성분 치료제에 비해 이마와 정수리 부위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피나스테리드의 경우 유럽과 미국에서 1차 약제로 인정받고 있지만 두타스테리드는 피나스테리드 효과가 없는 환자에게 의사 책임과 관찰이 따라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 이유는

"피나스테리드와 두테스테리드가 억제하는 5알파-환원효소에는 2가지 아형이 있고 피나스테리드가 2형만을 억제하는 반면 두테스테리드는 1형, 2형 모두를 억제한다. 1형의 경우 신체 전반 피지선에 주로 분포돼 있고 2형의 경우 탈모와 관련 있는 모근 주위에 많이 분포돼 있다. 따라서, 제 1, 2형을 모두 억제하는 두테스테리드에서 부작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며 FDA에서 승인 받지 못한 이유 또한 불명확하지만 일부는 부작용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두타스테리드의 경우 의료진이 환자에게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두타스테리드와 피나스테리드의 부작용, 특히 성기능 문제와 관련해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으며 장기간의 3상연구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더욱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비롯해 생물학적 제제를 통한 탈모 치료 연구자 임상 등이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사용해 남성형 탈모 치료의 개선을 보인 몇몇 연구 보고들이 있었고 현재 국내에서는 식약처에서 2상 임상 시험 승인을 받은 상태로, 안정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두필루맙이나 JAK억제제(Janus kinase inhibitor) 등의 생물학적 제제는 남성형 탈모가 아닌 대부분 원형 탈모에 효과를 보기 위해 연구되고 있는 약제들로 남성형탈모와 원형 탈모는 기전이 다르기 때문에 남성형 탈모에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긴 어렵다. 하지만 최근 JAK억제제의 휴지기 모발을 생장기로 재진입시키는 기전을 통해 모발생장을 촉진 시켜 남성형 탈모에 효과를 보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FDA에서 승인된 남성형 탈모의 치료가 현재로는 두 가지 밖에 없는 만큼, 다양한 임상 연구를 통해 치료의 선택지를 넓힐 수 있고 많은 연구를 통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기전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의의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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