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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업력의 ‘홍어전문점’…국산 홍어만 사용, 마니아들의 단골집 1968년 문 열어, 2대 걸쳐 문 대표 27년째 식당 운영

오래 사용한 옹기에 강진의 솔잎 넣어 국산 홍어 삭혀

“청년층이 홍어를 자연스럽게 찾는 모습을 보고 싶어”

  • 문정일 대표
홍어는 음식이다. 약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맛있는 음식을 두고 건강 이야기를 강변할 것은 아니다.

홍어 마니아들은 홍어, 홍탁삼합 이야기만 나오면 그저 침을 삼킨다. 몸에 좋아서가 아니다. 맛있기 때문이다. 호남에서는 “홍어 없는 잔치는 잔치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불행히도 누구나 홍어를 쉽게 만날 수는 없다. 가격이 비싸고 독특한 냄새도 대단하다. 서울에서 홍어를 재료로 50년간 전문점을 운영했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홍어회집’의 맛있는 홍어 이야기다.
  • 1968년 문을 열었다. 50년 업력의 '신설홍어횟집' .
  • 내부 모습. 좌식으로 바뀌었다.
밀주집에서 홍어전문점으로

‘신설홍어횟집’의 대표 문정일 씨. 1969년생이다. 쉰 살. ‘신설홍어횟집’의 창업주는 어머니 김인자 씨다. 김인자 씨는 1942년, 전남 고흥 출신이다.

“어머님도 고흥에서 태어나서 잠깐 고흥에서 사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서울로 와서 친분이 있는 언니네 집에서 일을 했지요. 음식점이었습니다. 어머님이 워낙 손끝이 매워서 반찬 등을 잘 만지니까 곧 독립해서 가게를 열었지요.”

‘신설홍어횟집’은 1968년에 문을 열었다. 창업주 김인자 씨가 스물일곱 살 되던 해. 식당은 김인자 씨 부부가 같이 운영했다.

“드럼통 몇 개 놓고 밀주 만들어 팔던 허름한 실비 집 같은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원래 어머님이 처음 일했던 가게도 밀주 만들어 팔고, 이런저런 안주들 해달라는 대로 해주던 그런 가게였고 어머님이 문을 연 가게도 마찬가지. 실내가 좁아서 좌석이 몇 되지 않으니 여름이면 손님들이 가게 앞에 둥근 통 놓고 술잔 기울이는 그런 가게였겠지요.”

1968년 정식으로 가게 문을 열었다. ‘신설홍어횟집’의 시작이다. 50년 전의 이야기다. 박상규, 신구, 주현 같은 원로배우, 가수들이 허름한 가게에 드나들었다. 너나없이 둥근 드럼통을 앞에 놓고, 나무 박스에 앉아서 밀주를 마셨다. 그때 대선배들과 술을 마셨던 후배들이 수십 년 단골로 가게를 드나든다. 모두 가족 같던 시절이다. 안주인이 주방 일이 바빠서 제대로 돈도 받지 못하곤 했다. 단골손님들은 자기들이 마신 밀주와 안주 값을 돈 통에 던져놓고 갔다.

안주인의 손끝이 매워서 음식이 짭짤하니 손님들은 꾸준히 늘어났다. 가난한 시절의 고단한 삶이었다. 50년 전의 ‘신설홍어횟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홍어 살, 날개 등 3개 부위가 섞여있다.
홍어와 생선회, 국산홍어와 수입산

가게 운영 방식, 소소하게는 메뉴 등이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늘 평탄했던 것도 아니었다. 오르막내리막도 있었고 가게 운영 방침(?)이 변화한 적도 있었다.

1960년대, 70년대는 ‘전문점’의 개념이 없던 시절이다. 원래 ‘실비 집’은 ‘실제 비용만 받는 집’ ‘이문을 붙이지 않는 집’이란 뜻이다. 동네 골목마다 있던 자그마한 밥집, 술집들이었다. ‘신설홍어횟집’도 그런 실비 집 중의 하나였다.

“한때는 일반 생선회와 홍어의 비율이 50:50이었습니다. 전체 매출의 반반이었죠. 이걸 그동안 꾸준하게 바꾸었습니다. 이젠 홍어 관련 음식이 매출의 90% 정도입니다. 홍어 전문점으로 자리 잡은 것이지요.”

홍어를 전문으로 내놓던 노포들은 이미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유명한 신당동의 ‘할매집’도 문을 닫았다. 대부분의 홍어전문점들도 ‘국산 홍어’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홍어 마니아들도 “칠레산이라도 잘 삭힌 것이라면 좋다”고 말한다. 홍어전문점들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 묵은지
  • 막걸리
이제 ‘신설홍어횟집’ 역사의 절반쯤은 문 대표가 쓰고 있다. 우선 어떤 경로로 홍어 집을 물려받았는지 묻는다.

“공부를 잘하지는 못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좋아하고, 친구들 만나는 것 좋아하고. 공부하고는 조금 멀었지요.(웃음)”

그러지 않아도 가게 입구에 ‘용두초등학교’ 동창회 간판이 걸려 있어서 “사람 사귀는 것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던 참이었다.

“1992년 2월 26일 제대했습니다. 정확하게 3월 2일부터 가게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가게 일을 했으니까 어느덧 27년째네요. 좋아하는 일입니다. 주방에서 일하는 분들과 같이 홍어 만지고 손님 접대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아버지의 권유로 가게 일에 뛰어 들었다.

“제대하고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아버님이 ‘어머니 일을 도와주면 어떻겠느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늘 가까운 황학동 언저리 시장에서 식재료를 구했다. 양이 적지 않았다. 채소 등을 구입해서 한 곳에 모아두면 자전거로 운반해주던 시절이다. 자전거로 실어 옮기기에도 시장에서 구매하는 채소 등의 양이 적지 않았다.

“네가 운전을 배운 다음, 어머니를 도와서 채소 등 구입한 물건을 옮겨주면 어떻겠느냐?”

거래처도 눈으로 익히고 채소 등 식재료 구하는 요령도 익혔다.

그동안 생선회도 내놓아 봤다. 한때는 칠레산 등 수입산 홍어도 사용했다. 가게 운영에 참가하면서 하나, 둘 바꾸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다행히도 건강하다. 가게에 나와서 여전히 밑반찬이나 김치 등은 꼼꼼하게 챙긴다. 덕분에 가게의 전체적인 운영에 좀 더 깊이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 홍어회. 국산 홍어는 차이가 있다.
국산 홍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일을 시작하고 오래지 않아 ‘우리 가게는 홍어전문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선회를 줄이고 국산 홍어만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수입 산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홍어전문점’으로 국산 홍어만 취급하면 나름대로 장점도 있습니다. 국산 홍어인 경우, 내놓으면서 별다른 설명이 필요치 않습니다. 홍어를 3곳에서 받습니다. 한때는 백령도에서 조업하는 배에서 일괄적으로 홍어를 구매한 적도 있습니다. 대량 구매니까 가격이 좀 쌉니다. 수컷, 암컷 구별이 없으니 선별하고 손질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한꺼번에 많이 들어오니 손질하기도 힘들고요. 노량진 시장에서 구매할 때도 있고, 상당수는 흑산도 경매인을 통해서 들여옵니다. ‘흑산도 0번 경매인한테 구한 것’이라고 설명하면 편합니다.”

단순히 설명하기 편해서 국산을 사용한다? 그럴까? 국산과 수입 산의 가격차가 크지 않으니 편하게 국산을 사용한다? 과연 그럴까?

그렇진 않다. 문 대표와 몇 마디 이야기를 더 나눠보면 문정일 대표의 홍어와 ‘홍어전문점’에 대한 깊은 애착을 읽을 수 있다. 최고의 홍어를 내놓고 싶다.

홍어도 암수를 따진다. ‘암치’ ‘수치’라고 이야기한다. 맛이 다르다. 홍어를 한 마리 해체했을 때 ‘수율’도 다르다. ‘암치’와 ‘수치’는 부위 별로 맛도 다르다. 꼼꼼하게 챙겨서 사용한다. 여러 번 시험해보고 가게에 맞는 홍어를 고른다.

홍어도 금어기가 있다. 봄부터 8월말까지 5개 월 간은 금어기다. 가끔 ‘실수로 잡은’ 홍어를 제외하고 국산 홍어는 없다. 금어기 전에 홍어를 구해서 발효, 숙성시켜야 한다. 가게의 모든 냉장시설에 홍어를 쟁여두어야 한다. 홍어 마니아들은 이때 내장 등 부속물이 있는지 없는지 꼼꼼하게 따진다. 홍어 마니아들은 홍어에 대한 지식이 뛰어나다. 그 높은 기준에 맞추어야 한다. 문 대표가 국산 홍어를 고집하는 까닭이다. 국산, 질 좋은 홍어의 경우 칼질을 할 때 느낌부터 다르다. 손님상에 내밀면서 “이거 한번 드셔보라”고 권하기만 하면 된다.

그릇도 자기를 사용한다. 대중적인 음식점에서 자기 그릇을 고집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비싸고, 무겁고, 쉬 깨진다. 씻는 과정, 손님상에 반찬이나 음식을 내놓는 과정 모두 힘들다. 문 대표는 자기그릇을 고집한다.
  • 수제 옹기에 솔잎을 넣고 홍어를 삭히는 모습.
홍어를 삭히는 그릇도 범상치 않다. 옹기다. 이미 오래 전에 옹기 전문 장인을 초빙했다. 유약을 바른 반듯하고 보기 좋은 옹기와 비뚤거리는 그릇을 동시에 봤다. 형태도 가지런하지 않고, 비뚤어진 모양의 옹기를 선뜻 선택했다. 수제옹기였다. 일부러 가게까지 찾아온 장인에게 옹기를 맡겼다. 지금도 그 옹기에서 홍어를 삭히고 있다.

지인이 전남 강진에서 좋은 솔잎을 보내왔다. 참 구하기 힘든, 정성이 들어간 솔잎이다. 올해는 오랫동안 사용한 옹기에 강진의 솔잎을 넣어서 홍어를 삭히고 있다.

“부모님이 가게를 잘 일구신 덕분에 저는 편하게 좋은 음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국산 홍어와 좋은 그릇, 옹기, 솔잎, 여러 가지 식자재들 모두 편하게 구해서 사용합니다. 음식점 운영자로는 복 받은 거지요.”

홍어 가장 맛있는 부위는? 애, 코, 구섬치, 간?

냉장, 냉동시설이 발전했다. 수입 홍어를 쓰더라도 내장 등을 내놓을 수 있다.

“홍어 간이 있습니다. 마니아들도 잘 모르지요. 국산이면 신선한 홍어 간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홍어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내장을 빼냅니다. 이때 번거로운 작업을 한 번 더 해야 합니다. 저희 가게 손님 중에는 홍어 간을 꼭 찾는 분도 계십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가 없으니까요.”
  • 위는 홍어 코, 왼쪽은 홍어 간, 오른쪽은 홍어 애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홍어 애(내장), 간, 코 등을 몇 점 내왔다. 홍어 마니아들끼리 다투는 이야기가 있다. 애, 코, 구섬치(아가미) 중 어느 부위가 가장 맛있을까?

“취향인 것 같습니다. 삭히는 정도도 마찬가집니다. 약 80% 이상 삭히면 웬만한 마니아들도 한두 점 드시곤 다른 걸 찾습니다. 조금 덜 삭힌 걸 원하지요. 홍어 애를 먹으면 홍어 한 마리 다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간, 코, 구섬치(아가미 부분), 꼬리까지 상당히 다양한 부위들을 각자 최고로 칩니다. 취향 나름이겠지요. 탕을 끓이면 홍어애탕이 향이 진하고 좋습니다. 누구나 홍어애탕은 인정하지요.”

홍어는 널리 퍼졌다. 이젠 호남에 한정된 음식이 아니다.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지역은 넘어섰는데 연령층은 넘어서질 못하네요. 아직도 홍어를 좋아하는 이들은 중장년층들입니다. 청년층이 홍어를 자연스럽게 찾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글ㆍ사진=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

[‘신설동/용두동’ 인근 맛집 4곳]

어머니대성집
특이한 형태, 맛의 해장국 전문 노포다. 해장국 위에 고기를 다지듯이 올려낸다. 국물도 걸쭉하고 시원하다. 밑반찬도 맛있다.

제기동마약고기
전국적으로 유명한 ‘마약고기’집이다. 고기를 구울 때 가게 특유의 소스를 뿌려준다. 고기가 너무 맛있어서 ‘마약고기’라고 부른다.

개성집
개성 음식 전문점으로 노포다. 가게에서 직접 빚은 개성식 만두가 아주 좋다. 개성음식으로 알려진 조랑이떡국도 맛볼 수 있다.

옥천옥
설렁탕 노포다. 인근 재개발 등으로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 상당히 무거운 국물을 내고 있다. 수육 등?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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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5/07 09:41:29 수정시간 : 2018/05/10 10: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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