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데일리한국 허단비 인턴기자] “빛은 간결하다”

미국 미니멀리즘의 선구자로 알려진 댄 플래빈이 ‘형광등’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유다. 지난달 26일 잠실 롯데월드타워 7층에 문을 연 롯데뮤지엄의 '댄 플래빈, 위대한 빛:1963-1974' 전시는 1322㎡(약 400평) 규모에 형광등을 질서있게 배치한 것이 전부다. 장식적인 기교도 최소화했다.

롯데뮤지엄이 세계 현대미술의 다채로운 흐름을 담아내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만큼, 예술의 트렌드를 ‘미니멀리즘’에서 찾은 댄 플래빈의 이번 전시는 미술애호가뿐 아니라 일반 고객에게도 시각예술을 단순하면서도 편안히 접하게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형광등은 익숙하지만 ‘빛 전시회’는 생소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1963년 5월 25일의 사선'(부제 '콘스탄틴 브랑쿠시에게') 작품은 익숙함과 생소함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 댄 플래빈, 1963년 5월 25일의 사선(콘스탄틴 브랑쿠시에게). 사진=허단비 기자
형광등 하나를 벽에 비스듬히 세워 놓은 이 작품은 노란빛이 공간을 압도한다. 벽면과 그림자를 대변하는 다양한 색과 빛의 향연이 본래의 감각을 의심하게 하고 다시금 작품을 들여다보게 했다.

찍는 각도, 보는 각도에 따라 빛과 공간이 달리 보이는 생경한 느낌이 꽤나 신선했다. 방 안을 뒤덮는 형광등 색과 방마다 대치되는 다채로운 형광등 색은 그 고유의 색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느낌이다.

자연스럽게 방과 방을 오가며 각각의 빛의 감도와 그 속에서도 사소한 차이를 느끼며 형광등을 바라본다면 전시회가 훨씬 다채로울 것으로 보인다.

  • 전시장의 방과 방을 잇는 문. 사진=허단비 기자
무제 '(당신, 하이너에게 사랑과 존경을 담아) 1973년 작, '녹색 장벽'(Green Barrier)'이라고 불리는 작품은 플래빈 전시회의 하이라이트다. 압도적인 규모의 초록색 형광등 조형물이 눈길을 끌었다.

  • 댄 플래빈, 무제(당신, 하이너에게 사랑과 존경을 담아). 사진=허단비 기자
낮은 채도에 익숙했던 눈이 수십 개의 초록 형광등을 마주하자 강렬한 느낌이 더해졌다. 형광등의 단순함과 규칙적인 간결함, 그 조형물이 만들어내는 반복의 미학은 색을 넘어 공간의 아름다움을 보게 했다.

더 나아가면 초록색 형광등이 흰색으로 보이기도, 사선의 장벽이 곡선으로 보이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전면에 바로 보이는 노란색, 분홍색 형광등이 고유의 색보다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재밌는 착시도 이색적이다.

빛은 항상 그 고유의 색을 내비치고 있을 뿐인데, 이곳에서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하는 빛을 발견할 수 있다.

  • 전시회 벽면의 댄 플래빈의 단상. 사진=허단비 기자
한광규 롯데뮤지엄 대표는 개막전시로 댄 플래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는 전시를 하자는 계획하에 댄 플래빈의 역발상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댄 플래빈은 아시아에서는 소개된 적이 없는 작가라 화제성은 약하지만, 앞으로 신진작가를 발굴하겠다는 롯데뮤지엄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 8일까지 진행되는 ‘댄 플래빈, 위대한 빛’ 전시회가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한국미디어네트워크에 있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입력시간 : 2018/02/14 11:37:06 수정시간 : 2018/02/14 14:40:36
AD

오늘의 핫이슈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