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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간한국][따뜻한병원 & 착한달리기] 유전자 주사치료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기자 승인시간승인 2018.02.12 07:00
유전자 주사치료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70이 넘어 보이는 노부부가 진료실에 들어오셨다. 한 손에 신문을 들고 뭔가를 빨리 물어보고 싶은 표정. 자리에 앉자마자 질문을 쏟아낸다. “퇴행성관절염을 치료해주는 주사를 맞고 싶습니다. 원장님이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바로 이거다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필자는 얼마 전에 유전자 주사치료에 대한 인터뷰를 했었다. 이를 접하고 멀리서 어렵게 오신 분들이었다. 일단 엑스레이 검사부터 권한 뒤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고 치료에 대해 설명드리겠다고 답했다.

엑스레이를 검사 결과, 퇴행성관절염이 아주 심하게 진행한 4단계 환자였다. 찬찬히 설명을 드리기 시작했다. “유전자 주사치료는 퇴행성관절염으로 인한 염증을 가라앉히고 무릎 속 연골이 더 이상 닳지 않고 계속 유지되도록 하는 주사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없어진 연골이 새로이 재생되는 정도의 효과를 주지는 못합니다. 지금 환자분의 상태는 연골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새로 나온 유전자 주사로는 효과를 볼 수가 없습니다. 인공관절 수술을 고민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환자의 얼굴에서 실망감과 섭섭함이 스쳐갔다. 어쩌면 당연했다. 그만큼 기대가 컸을 것이란 걸 필자 또한 잘 알고 있다. 필자는 이후 몇 분 동안 환자를 위로하며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해드릴 수밖엔 없었다.

작년 2017년 11월 유전자 주사가 개발된 후로 진료실에서 종종 생기는 일이다. 사실 유전자 주사라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그 기대감은 정말이지 대단하다. 그리고 지난 수십년 동안 퇴행성관절염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약과 주사제가 등장했지만 그 성과가 그리 크지 못해 종국에는 어쩔 수 없이 수술을 받아들여야 했던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주사 한 번으로 2년 동안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하지 않는다는 유전자 주사의 성과는 실로 대단할 수 밖에 없다. 환자분들의 기대만큼 무릎을 치료하는 의사들의 기대 또한 정말 큰 게 사실이다.

병 때문에 힘겨워하며 이 병원 저 병원을 옮겨가면서 어떻게든 아프지 않으려는 환자들의 마음을 필자는 잘 안다. 그래서 이 새로운 치료 주사는 환자들에게 만큼이나 의사들에게도 고마운 존재일 수 밖에 없다. 한 단계 진일보한 치료방법을 권하고 이를 통해 어쩔 수 없던 상태에 있던 환자들이 낫는 것을 지켜보는 것에서 말할 수 없는 감사함이 우러난다.

하지만 이 주사가 관절염을 완전히 치료할 수는 없다는 한계 또한 지니고 있는 게 현실. 때문에 모든 환자분들이 이 치료로 웃을 수 없다는 것은 속상한 일이다. 수술 밖엔 남지 않은 상태에서 걱정하던 환자들이 혹시나 하고 찾아왔다가 실망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보기가 안쓰럽다. 그러나 60세가 되기 전에 인공관절 수술을 할 수 밖에 없는 환자들은 인공관절 수술을 살아 생전에 2번 이상 할 수도 있다는 또 다른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런 환자분들에게 유전자 주사치료는 살면서 받을 수 있는 큰 선물이 된다.

이제 우리는 큰 의미가 있는 새로운 퇴행성 관절염 치료시대를 맞이했다. 이 유전자 주사를 시작으로 한 단계 더 진보한 주사들이 쏟아져 나올 때가 결국은 올 것이다. 그 때에는 닳아 없어졌던 연골이 주사로 살아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이야기는 가능성이 낮은 희망 정도의 이야기로 모두들 받아들였던 게 사실이지만 현재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일단 우리는 그 완벽한 치료시대가 올 때까지 한 번 더 마음의 끈을 조일 필요가 있다. 무릎에 가장 좋은 실내 자전거 운동을 멀리하지 말자. 걷는 운동이 좋다는 방송에 혹해서 내 무릎 상태도 모르고 마냥 걸어서 연골을 없애버리지도 말자. 연골이 생긴다는 기대만 심어주고 결국 돈낭비와 실망감만 안겨주는 헛된 곳을 찾아다니지도 말자. 시간이 거꾸로 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서처럼 퇴행성질환이 완전하게 치료되는 날을 꿈꿔본다. 그런 날은 분명히 우리 앞에 펼쳐질 수 있으리라고 본다.

달려라병원 손보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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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2/12 07:00:42 수정시간 : 2018/02/12 09: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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