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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칭적 무릎 관절염의 원인

필자는 정형외과에서도 하지관절 전문의라서 평소 사람들이 걷는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일까? 건강해 보이는 40대 남성인 듯 한데 진료실로 들어설 때부터 한쪽 다리를 심하게 절뚝거리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까지 접하고나니 뭔가 큰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축구 동호회를 하고 있는데 요즘 들어서 너무 아파요” 라고 말을 꺼내는 40대 남성 환자. 육안으로만 봐도 왼쪽 무릎이 많이 부어있다. 이어 엑스레이를 살펴보니 무릎 관절연골이 50%이상 닳아진 것으로 보였다. 신기하게도 반대편의 무릎은 아무 이상이 없는 상태.

왜 이 환자는 왼쪽 무릎에만 관절염이 심해진 것일까? 진료실 침대에 누워 무릎 진찰을 해보니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왼쪽 무릎은 힘을 주어 당기면 전방으로 밀리는 ‘전방동요’가 심했다. 좀 더 자세히 문진해 보니 약 10년전 쯤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당시엔 따로 치료받지 않고 통증도 시간이 지나 호전됐다고 했다. 그래서 잊고지내며 축구, 등산 같은 고강도 운동을 계속하다보니 왼쪽 무릎에만 관절염이 심해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사람은 두 다리로 걷는 생명체. 그러다보니 무릎 관절염이라면 일반적으로 양쪽 다리에 비슷한 속도로 생기는 것이 상식적으론 맞다. 그렇지만 때론 어떤 원인들로 인해 한쪽 다리에만 훨씬 더 심한 관절염이 생긴 환자를 종종 보게 된다. 무릎 관절은 시계처럼 매우 정교한 기계같아서 여러 가지 부품들이 정상적으로 잘 작동한다면 평생 동안 별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부품들 중 하나에 문제가 생기면 뒤이어 다른 부품들에도 문제가 유발되어 한 쪽 무릎만 일찍 고장 나는 것이다. 오늘은 무릎이 빠르게 나빠질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원인들에 대하여 알아본다.

1. 무릎의 인대

무릎 관절은 다른 관절과 다르게 뼈 만으로 안정적인 모양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동서남북으로 중요한 인대들이 뼈를 붙잡고 있다. 전방, 후방의 십자인대가 앞뒤 방향의 안정성을 담당하고 있고, 무릎 내측 및 외측의 측부 인대가 옆으로 가해지는 힘에 대항하여 안정적인 무릎을 유지한다. 이들은 항상 구부리고 펴는 일을 하는 무릎 관절을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인대가 하나 또는 둘 이상 파열되어 자기 일을 못하게 되면 무릎에 비정상적인 운동이 유발된다. 쉽게 말해서 견고하게 고정되어 있던 문에 유격이 발생하는 것이다. 가장 흔히 접하는 것이 전방 십자인대의 파열인데, 이 인대가 일을 하지 않으면 무릎의 아래쪽에 있는 경골이 자꾸 앞쪽으로 빠지려고 한다. 마치 소 고삐가 풀린 것처럼 경골은 수시로 전방 동요를 일으키는데 전방 십자인대가 자기 일을 하지 않으니, 이를 조금이라도 막아 보고자 내측 반월상 연골판의 뒤쪽 부분이 대신 일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반월상 연골판의 보조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에 불안정성이 남아있다. 무릎이 앞쪽으로 덜컹거리며 움직이니 그 사이에 있는 반월상 연골판은 빠른 속도로 마모된다. 그리고 연골판이 제 기능을 못하니 결국 관절연골이 닳는 관절염으로 진행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도미노 게임에서 첫 번째 블록이 쓰러지면 다음 것들이 연달아 넘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무릎 관절의 불안정성으로 시작된 일이 결국에 가서는 조기에 관절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 것이다.

2. 반월상 연골판

무릎 안에는 걸을 때마다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하고 연골의 마모를 방지하는 반월상 연골판이 두 개씩 들어있다. 나이가 들거나 일을 많이 할수록 연골판에는 퇴행성 변화가 생기면서 파열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무릎에 강한 충격이 가해질 때 외력에 의한 파열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도 원래 초승달 모양인 연골판과 선천적으로 다른 모양을 가진 원판형 연골판이라는 것도 있다. 반달모양인 원판형 연골판은 주로 외측에 생기며 상대적으로 잘 찢어지기 쉬워서 매우 어린 나이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파열 또는 마모 등으로 인하여 연골판의 기능이 떨어지면 관절의 연골이 빠르게 닳을 수 있다. 비교적 조기에 한쪽 무릎의 퇴행성 관절염이 발생한 환자들 중에는 젊은 나이에 연골판 파열로 관절경 수술을 하신 분들이 많다. 연골판이 별로 남아있지 않거나, 수술 후 관리를 잘 하지 못한 경우에 관절염이 빠른 속도로 발생할 수 있다. 때때로 이른 나이에 양쪽 무릎의 외측 구획에 매우 심한 관절염이 발생한 분들이 있는데, 이러한 경우 상당수에서 선천적인 외측 원판형 연골판이 원인이다. 연골판 덕분에 관절연골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데, 이런 중요한 구조물에 문제가 생기면 반대편 무릎에 비해 빠른 속도로 관절염이 진행할 수 있어서 적절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3. 통풍, 화농성 관절염, 관절 내 골절 등

무릎 문제는 크게 관절 내부에서 생긴 것과 외부에서 생긴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슬개건염 같은 힘줄염은 무릎 관절의 외부에 생긴 것으로 장기적으로 관절 내부의 연골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잠깐 스쳐 지나간 감기처럼 낫고 나면 별문제가 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일부 질환들은 관절 내부에 생겨서 관절염을 초래할 수 있다.

요산염 결정이 관절에 침착하여 염증을 일으키는 통풍은 중년의 남성에 자주 생기며 발가락이나 발목, 무릎 등 여러 부위에 발생할 수 있다. 통풍은 관절 내부에 염증을 유발하는데,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연골이 빨리 마모될 수 있다. 관절 내부에 세균이 들어와 증식하는 화농성(감염성) 관절염 역시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관절염이 매우 심하게 되는 후유증을 남긴다. 또한, 골절이 관절연골을 포함하여 발생하면 뼈가 붙고 나서도 관절면이 매끄럽지 않아 조기에 관절염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관절 내부의 염증을 초래하는 질환들은 해당 관절의 관절염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무릎은 중요한 부품이 많고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고장이 나기 쉬운 관절이다.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요인들을 잘 관리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활동적인 젊은 나이에 관절염이 빨리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관절 통증이나 불편한 증상이 2주 이상 오래 지속된다면 정형외과 전문의를 만나 진찰과 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진단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달려라병원 김동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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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2/05 07:00:29 수정시간 : 2018/02/05 07: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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