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규모 연구 "가짜수술과 효과 같고, 놔둬도 큰 차이 없어"

흔한 어깨 통증 완화·치료 수술이 '사실상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앤드루 카 교수와 국립보건연구소(NIH) 생체의학센터를 비롯한 여러 대학과 병원, 연구소 등의 관련 전문가 50여 명으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최근 이를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에 발표했다.[http://www.thelancet.com/journals/lancet/article/PIIS0140-6736(17)32457-1/fulltext]

통증 감소와 기능 개선 효과가 위장(僞裝·placebo)수술, 즉 가짜수술과 사실상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또 아무런 치료도 하지 않는 것에 비해선 약간 더 효과가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어서 비용 등을 따져보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어떤 약의 효과 측정 때 실험 참가자를 임의로 두 그룹으로 나눠 진짜 약과 흔히 '밀가루약'이라고 하는 가짜약(僞藥·placebo)을 각각 주고 결과를 비교한다. 상당수 사람에겐 가짜약도 일정한 효과가 있어서다. 수술도 마찬가지다.

어깨통증은 흔한 질환이다. 특히 팔을 들어 올릴 때 지속해서 통증이 나타나 때론 일상생활이 힘겨워진다. 어깨통증 원인은 여럿 있으나 약 70%는 어깨뼈 위쪽 돌출부 아랫부위 통증(견봉<肩峰>하통증)으로 알려져 있다.

이 통증은 여러 이유로 견봉 아랫면에서 뼈 조직이 자라나며 돌출한 골극(骨棘)이 회전근개(어깨힘줄)나 견갑골 바깥쪽 돌기 끝에 연결된 연한 조직과 마찰하면서 생기는 것이 주 원인이다.

따라서 이상 돌출한 골극과 연조직 등을 일부 잘라내면 통증과 증상이 없어지거나 완화될 것으로 보는 게 일단 논리적이긴 하다. 지난 1972년부터 이러한 '견봉하 절제(감압) 수술'이 시작됐고, 내시경이 도입되면서 확산해 이제는 세계적으로 흔한 수술이 됐다.

공동연구팀은 그러나 이 수술의 효과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없는데도 너무 성행하고 있어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 연구를 시작했다.

기존에도 이 수술이 효과가 별로 없다는 연구결과는 있었으나 가짜수술과의 비교까지 포함한 대규모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의사들이 지난 30여 년 동안 흔히 해온 이 수술이 아무 효과 없거나 수술비용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환자에게 의미 있는 혜택을 주지 못한다는 이번 연구결과가 관행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우선 2012년 9월~2015년 6월 사이 영국에서 물리치료나 약물투여에도 불구하고 3개월 이상 견봉하통증으로 고통받은 환자 중 313명을 선정했다.

환자들의 의사에 따라 이들을 3그룹으로 나눠 1그룹은 실제 내시경을 이용한 감압 수술을, 2그룹은 내시경으로 잠깐 들여다본 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봉합한 가짜수술을 받게 했고 3그룹은 수술을 포함해 아무런 처치를 받지 않게 했다.

시험 시작 때 모두 '옥스퍼드어깨등급'(OSS) 검사를 받았다. 이는 어깨통증과 증상 등을 12개 항목에 걸쳐 설문 조사한 뒤 종합해 점수화한 것이다. 60점 만점이며 점수가 클수록 상태가 좋은 것이다.

1그룹은 수술 전 OSS가 평균 25.2이었고, 수술 6개월 뒤엔 32.7로 좋아졌다. 2그룹은 26.7에서 34.2로 좋아졌다. 3그룹은 25.5에서 29.4로 개선됐다. 1년째에 다시 측정한 OSS도 거의 같은 양상이었다.

즉, 실제 수술받은 환자와 가짜수술 받은 그룹 간에 실질적 차이가 없었다. 또 아무런 처치도 받지 않은 그룹은 개선 효과가 뒤졌으나 그 차이가 작고 '눈에 띄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부작용(또는 합병증)은 3개 그룹에서 각 2명씩만 있었으며, 모두 흔히 오십견이라고 하는 증상이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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