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학생 대상 연구에서 '성장 마음가짐'과 성적간 인과관계 입증
"지능과 재능은 고정불변 아니다"는 성장 마음가짐이 도전동기도 높여

학생들에게 지능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의 도전 동기와 학업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칠레 가톨릭대학교의 수사나 클라로 조교수 등이 미국 시카고 공공정책분석·경영협회(APPAM)의 연구회의에 제출한 논문에 따르면, 학생 12만5천 명을 대상으로 흑인이나 히스패닉, 아시아인 등 인구학적 변수와 재산 등 사회경제적 변수, 그리고 현재의 학업 성적 변수를 통제해도 '성장 마음가짐(growth mindset)'이 있느냐 없느냐가 1년 뒤 성적을 예측하는 인자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브루킹스연구소 웹사이트에 9일(현지시간) 게재한 논문에서 성장 마음가짐과 학업 성적 간 인과관계를 분석해보니 2015년 봄 성장 마음가짐이 돼 있는 학생이 2016년 봄 영어와 수학 시험에서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더 높은 성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영어는 표준편차 0.07, 수학은 0.04로 나왔다. "이는 의미있는 크기"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두 과목의 고득점자와 성장 마음가짐 간 상관관계는 매우 강하게 나타났으나, 이는 성장 마음가짐 외에 다른 변수도 작용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 변수를 통제하고 난 후의 인과관계는 상관관계보다 약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의미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성장 마음가짐과 성적 간 인과관계는 인종, 재산, 성별, 기존 성적 등에 따라 분류한 모든 하위 집단에 걸쳐 나타났다.

연구진이 성장 마음가짐 유무를 알기 위해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은 ▲내 지능은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스스로 한계에 도전해봐도 내가 더 똑똑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도저히 배울 수 없는 게 있다. ▲내가 어떤 것을 잘하도록 태어나지 않았으면 그건 앞으로도 내가 절대로 잘 할 수 없는 것이다 등 4가지이다. 대답은 전혀 아니다, 약간 그렇다, 어느 정도 그렇다, 매우 그렇다, 완전히 그렇다 등 5가지 중 택일하도록 했다.

성장 마음가짐이 학업 성적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에 대해 연구진은 통계 기법을 활용해 자신의 지능은 고정불변이라는 마음가짐이 '중립'적으로 바뀌는 것만으로도 "얼추 19일간의 학습, 즉 (미국에선) 거의 한 달간의 학교 수업에 맞먹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연구 대상 학생들이 학년별로 약 75%가 성장 마음가짐을 더 높일 여력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성장 마음가짐을 갖도록 교육하는 것이 그에 드는 비용에 비해 전망이 밝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대규모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장 마음가짐의 분포도와 학업 성적 간 관계에 대한 경험적 증거를 처음으로 밝힌 의미가 있지만, 성장 마음가짐의 측정 방법의 타당성과 효용성 등을 더욱 세련화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진은 인정했다.

자신의 지능과 재능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들어 본 일이 없기 때문에 성장 마음가짐이 없거나 약했던 학생들은 이 사실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구조적인 성공 장애와 기회 박탈 등으로 인해 성장 마음가짐이 부족한 학생들의 경우는 단순히 지능은 고정불변이 아니라는 사실만 일깨워준다고 해서 성장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고 기대할 수 없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이 연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대도시 지역 교육구 소속 학교의 4학년부터 7학년 학생 12만5천 명에 대한 2015년 봄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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