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발생한 피부 상처는 밤에 생긴 상처보다 회복 속도가 2배 가까이 빠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 Medical Research Council) 분자생물학연구실의 존 오닐 박사 연구팀은 인간의 24시간 생체리듬이 상처 회복에도 영향을 미쳐 낮에 발생한 상처가 밤에 발생한 상처보다 훨씬 빨리 회복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8일 보도했다.

피부세포 실험, 쥐 실험 그리고 화상 환자의 회복 속도 분석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오닐 박사는 밝혔다.

그의 연구팀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발생한 중화상 환자 118명의 치료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야간(저녁 8시~아침 8시)에 발생한 화상이 주간(아침 8시~저녁 8시)에 발생한 화상보다 회복에 걸린 시간이 평균 60% 긴 것으로 나타났다.

밤에 겪은 화상은 95% 회복되는 데 평균 28일이 걸린 반면 낮에 겪은 화상은 평균 17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섬유 모세포(fibroblast)와 각질 형성 세포(keratinocyte) 등 피부세포를 이용한 시험관 실험과 쥐 실험에서도 낮에 발생한 상처가 밤에 발생한 상처보다 2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피부세포 실험은 생체시계를 바꾸는 약물에 세포를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쥐 실험에서는 밤에는 불을 켜고 낮에는 불을 꺼 피부세포가 낮과 밤을 착각한 상태에서 상처 수리 반응을 보이도록 유도했다.

이는 24시간 생체리듬이 가져온 결과라고 오닐 박사는 설명했다.

24시간 생체리듬은 인체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세포의 활동(수면, 호르몬 분비, 대사 등)을 조절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즉 낮에 피부에 상처가 발생하면 피부세포가 훨씬 신속하게 상처 부위로 출동해 수리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상처가 발생하면 세포의 이동과 수리에 관여하는 단백질, 그중에서도 특히 액틴(actin)의 활동이 증가한다. 액틴의 세섬유(filament)는 세포 안의 근육처럼 세포를 상처 부위로 이동시킨다.

또 낮에는 피부를 구성하는 단백질인 콜라겐이 상처 부위로 대거 이동, 최장 2주까지 머문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밤보다는 낮에 상처가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낮에 발생하는 상처가 가장 빨리 회복되도록 인체가 진화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오닐 박사는 추측했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최신호(11월 8일 자)에 발표됐다. (서울=연합뉴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