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학자 하노 벡 신간 '경제학자의 사생활'

누구나 마트에서 쇼핑을 마치고 계산대에 설 때마다 이상하게 내가 선 줄보다 옆줄이 빨리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도로에서 내가 진입한 차선만 이상하게 차가 밀리는 것 같은 느낌도 비슷한 느낌이다.

독일의 경제학자이자 작가인 하노 벡은 이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경제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떤 선택을 하건 결국은 걸리는 시간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A계산대의 줄이 가장 길고 B계산대의 줄이 가장 짧을 경우 A계산대에 섰던 사람들이 B 계산대로 옮겨간다. 결국, A계산대의 줄은 줄어들고 B계산대의 줄은 늘어나 결과적으로 두 계산대의 평균 대기시간은 같아진다. '줄의 길이'라는 불균형 상황에서 '빠른 줄에 서고 싶다'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줄을 옮기는' 행동을 하고 그럼으로써 불균형이 제거되는 메커니즘이 작동한 것이다.

계산대 줄이나 도로 차선의 경우 이 불균형 제거 메커니즘이 짧은 시간에 조정될 수 있지만, 조정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다.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하자 농부들은 그다음 해는 새끼돼지를 키우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농부가 동시에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다음해 돼지고기는 품귀 현상을 빚고 가격이 비싸진다. 그러면 다시 농부들은 돼지를 많이 사육하게 되고 그다음 해 돼지고기 가격은 다시 곤두박질친다. 이른바 '돼지 사이클' 현상이다. 이는 집값이 비쌀 때 건축을 계획하더라도 새로운 건물이 완성될 때까지는 한동안 시간이 걸리는 만큼 완공 후에는 집값이 곤두박질치는 현상을 설명할 때 적용된다.

신간 '경제학자의 사생활'(와이즈맵 펴냄)은 하노 벡이 이처럼 소소한 일상생활과 경제학을 연관 지어 설명하는 책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해야 할지, 조금 더 자야 할지, 점심시간 기사들이 추천한 식당과 줄이 길게 선 식당 중 어느 곳을 선택해야 할지, 세금을 당장 내야 할지 연말에 내야 할지 같은 일상의 고민을 소재로 삼아 경제학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박희라 옮김. 268쪽. 1만4천500원.

왕성한 저작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하노 벡은 또 다른 책 '인플레이션'(다산북스 펴냄)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하노 벡은 '인플레이션의 피해자는 언제나 소시민'이라면서 소시민들이 금융위기 시대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자본주의의 근간인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돈의 역사가 인플레이션의 역사'라는 돈이 탄생하고 발전한 과정부터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원인, 인플레이션의 역사를 살핀다. 이어 20세기 인플레이션과 금융위기, 금융정책을 소개하고 금융위기 시대 투자 원칙까지 담았다.

우르반 바허·마르코 헤르만 공저. 강영옥 옮김. 376쪽. 1만8천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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