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구팀, 건강한 사람과 치매 환자 뇌 세균 첨단기법으로 파악

건강한 사람 뇌보다 치매 환자의 뇌 속엔 세균이 훨씬 더 많고 세균의 분포에도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치매의 원인이 유해 단백질 찌꺼기의 축적이 아니라 세균일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영국 브리스톨대학 데이비드 에머리 박사 팀은 첨단 유전자 분석 기법을 이용해 건강한 사람과 치매 환자 뇌 속 세균무리(群)를 비교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의학연구용으로 사후 기증된 알츠하이머환자 8명과 건강한 사람 6명의 뇌 조직 샘플을 뇌 은행에서 받아 세균군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환자의 뇌 조직 속 세균의 총량이 건강한 사람 것보다 7배나 더 많았다. 건강한 사람 뇌 조직 속 세균 수는 적었는데 이는 뇌 조직 혈류 속의 정상적인 수준과 비슷한 것이다.

또 알츠하이머환자의 뇌 조직 속 특정 세균 부류 간 비율이 건강한 사람과 크게 달랐다. 악티노박테리아 그룹에 속하는 세균의 수와 프로테오박테리아 그룹에 속하는 세균의 수의 비율이 건강한 사람에 비해 10배나 높았다.

물론 여기서 파악한 세균의 수가 바로 실제 뇌 속 세균의 수와 똑같은 것은 아니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법(DNA sequencing)을 통해 세균의 DNA 염기서열을 탐지한 것이어서 엄격하게 따지자면 간접적인 증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법 중에서도 최신 기법인 차세대분석법(NGS)를 이용, 뇌 속의 복잡한 세균군을 총체적이면서도 종류별로도 '편향되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물론 이번 연구결과가 치매 세균 원인설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며, 더 많은 뇌 조직 샘플을 대상으로 세균군을 정량적으로 파악하는 연구를 비롯해 알츠하이머 발병에서 세균이 하는 역할 등에 대한 추가 연구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학술지 '노화 신경과학의 선구자들'(FAN) 최신호에[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nagi.2017.00195/full] 실렸다.

◇ 치매 세균 원인설

가장 흔한 치매 종류인 알츠하이머는 뇌 속 신경세포의 '고장과 사망'으로 인지능력 등이 떨어지고 종국적으로 사람을 사망케 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치매의 원인 질환은 외상이나 뇌혈관질환, 이산화탄소와 약물중독 등 60여 가지나 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일반적으로 늘어나는 치매의 근본 원인과 관련해 그동안 과학계에선 베타-아밀로이드니 타우 등 유해 단백질이 축적돼 뇌신경세포를 손상시켜 일어나는 것으로 보는 이론이 주류를 이뤘다.

그런데 이런 가설에 근거해 개발한 수백 종의 치매 치료약들이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이 흔들리고 있다.

반면에 아직 확정적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평가도 받고는 있으나 바이러스나 세균이 원인 또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가설이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다.

지난해 세계적 유명 치매 전문 의사와 과학자 31명은 학술지에 이런 세균 원인설을 주장하는 글을 싣고 헤르페스 바이러스와 클라미디아 박테리아 그리고 나선상균인 스피로헤타균을 잠재적인 치매 주범으로 지목한 바 있다.

알츠하이머 환자 뇌를 해부하면 일반적으로 신경염증 흔적들이 나타나는데 이로 미루어 염증이 뇌 신경세포들의 퇴행을 일으켜 치매를 일으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면 이 염증은 왜 일어나는가? 5명 중 한 명꼴로 발견되며 치매 위험을 높이는 APOE4 변이유전자를 비롯한 몇몇 유전적 위험 인자들뿐만 아니라 세균 등에 감염되는 것도 뇌의 염증성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세균설의 입장이다.

인체의 여타 부위 혈관과 달리 뇌혈관은 '외부 유해 물질의 침투를 막는 구조로 이뤄진 일종의 완벽한 특수 혈관'이어서 온몸을 도는 혈액 속 세균이 뇌 속으로는 침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알츠하이머 질환의 취약한 유전 요인 중 최소한 한 가지가 뇌혈관의 이런 '완벽성'을 일부 무너뜨려 세균이 뇌로 들어가 점령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에머리 박사는 설명했다. 그는 "뇌 신경의 염증은 세균의 존재에 대한 반응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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