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 등 첨단 기술 활용 '미래형 의료' 속도…AI 활용한 진료도 주목

사진=유토이미지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국내 의료 부문에서도 4차산업혁명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병원가에서는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병원의 디지털화를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15일 병원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병원들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미래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병의원계에 따르면 고대의료원은 지난달 29일 SK텔레콤과 국내 AI 기술을 활용한 'AI 병원'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11월까지 △AI를 활용한 진료 음성인식 시스템 개발 및 의료정보 학습 추진 △IoT 기반의 환자 편의 서비스 도입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접목한 수술 상황·의견 공유 시스템 구축 등 3개 단기과제를 진행한다.

양사는 다양한 IoT 서비스를 개발하고 상반기 착공 예정인 첨단융복합의료센터에 적용, 11월까지 고려의료원 산하 3개 병원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올 초 AI로 폐, 간, 심장 질환 영상을 판독하는 '인공지능 의료영상 사업단'을 출범했다.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용 AI 기술을 개발해 실제 환자의 진단과 치료 등 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상용화시킨다는 방침이다.

연세의료원이 건립을 추진 중이며 2020년 개원을 목표로 하는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가칭)도 '디지털 병원'의 실현을 지향한다.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에는 현재 연세의료원이 사용 중인 병원운영 전산시스템(U-세브란스 3.0)이 적용되고 진료에 AI가 활용된다.

왓슨 vs 한국형 왓슨

많은 이들은 '미래형 의료'라고 하면 'AI 닥터'가 질병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모습을 떠올린다. 이는 작년부터 본격화된 인공지능 진료에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된다. 인공지능 진료 열풍의 중심축에는 미국 IBM의 암 치료용 AI 왓슨이 있다. 국내 병원가에서는 왓슨과 국내 병원이 직접 개발에 나서는 '토종'의 대결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건양대병원은 지난 4월 '인공지능 암 진료실'을 개소하고 왓슨을 통한 진료에 돌입했다. 왓슨은 인간의 자연어 형식 질문에 답할 수 있다. SK C&C는 건양대 병원에 의사가 입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왓슨이 최적의 치료법을 수십 초 안에 찾아내는 IBM '왓슨 포 온콜로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왓슨은 의사가 모두 파악하기 어려운 최신 의료정보와 문헌 등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추가해준다.

앞서 가천대 길병원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IBM 왓슨을 도입했다. 길병원은 작년 10월 중순부터 왓슨과 협동 진료를 해왔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방대한 양의 개별화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제 임상에 활용할 수 있게 종합 제시해 국제적인 표준 의료를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병원에서는 적지 않은 환자들이 왓슨의 판단에 높은 신뢰를 보이고, 의사와 왓슨의 처방이 다를 때 왓슨의 처방을 따른 환자도 있다는 전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가천대 길병원과 건양대병원을 비롯, 부산대병원, 대구 가톨릭대학병원, 중앙보훈병원 등에서 도입했거나 검토하고 있다. 주로 지방 대학병원에서 왓슨 도입을 계기로 환자 유입 및 신뢰도 제고를 꾀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소위 빅5 병원은 왓슨 도입에 나서지 않았다. 애초 방대한 임상경험을 지닌 전문의들의 다학제 진료제가 이뤄지고 있어 왓슨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의료 실정에서 IBM 왓슨이 큰 효용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 한국의 임상 환경, 경제적·제도적 상황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국내 병원에서 왓슨은 별로 효용성이 없다"면서 "병원의 왓슨 도입은 홍보 차원 외에는 큰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빅5 병원에서는 직접 한국형 의료용 AI 개발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지난 1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의료용 AI 연구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양 기관은 의료용 AI 공동연구팀 발족, 협력연구추진, AI 연구분야 개발 및 제도 개선, 의료용 AI관련 과학기술 정보 및 인력교류 등에 상호협력할 방침이다.

연세의료원은 전자부품연구원 등과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헬스케어 AI 챗봇 개발에 나섰다. 장혁재 연세의료원 교수(의료정보실장)는 "의료데이터와 공공데이터를 결합해 정확도를 제고할 것"이라며 "현재 헬스케어 챗봇 자체는 외국에서 존재하지만, 수준 높은 건강상담을 제공하는 챗봇은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벤처기업 루닛과의 협업을 통해 유방암을 조기 진단하는 AI의 개발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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