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들, 17억달러 규모 세계 필러 시장 공략 잰걸음

성장세 두드러지는 중국 시장서 국내 업체 경쟁력 '눈길'

사진=유토이미지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국내 필러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른 가운데, 국내 업체의 해외 시장 진출 추이가 관심을 모은다.

필러(조직수복용생체재료)는 주름, 함몰된 부위, 여드름 흉터 등을 개선·교정하기 위해 피부나 피하지방층에 주입하는 물질을 말하며 4등급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미용 목적으로 인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전문의약품이 아닌 의료기기로 분류된 필러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가장 많이 사용되는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 필러의 제조·생산은 크게 까다롭지 않아 개발 업체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각 제품의 질적인 부분에 대한 차별성도 크지 않으며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아져 해외 시장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업계 새 엔진으로 떠오른 성형용 필러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필러가 국내 제약 산업의 새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16년 의료기기 생산실적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필러 생산실적은 1887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해당 분야에서 필러는 치과용임플란트(8407억원), 초음파영상진단장치(4600억원)의 뒤를 이어 생산실적 상위 품목 3위에 올랐다.

미용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며 국내 업체들의 전체 필러 생산액은 2015년 1092억원에서 지난해 1887억원으로 무려 72.7% 뛰었다. 같은 기간 필러 수출 규모는 약 1억3907만달러로 전년 대비 73.8% 가량 확대됐다.

앞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해 연말 발간한 의료기기 품목시장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내 성형용 필러는 생산 및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수입은 감소세인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성형용 필러는 2015년 기준으로 58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수출국 비중은 중국(560억원)이 약 60.9%로 가장 높다. 일본(126억원)과 러시아(79억원) 등도 주요 수출국이다.

수출 품목으로서의 경쟁력까지 갖춘 필러에 눈독 들이며 국내 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세계 필러 시장 점유율 1위인 다국적 제약사 갈더마의 '레스틸렌'이 앞서나가고 있으며 국내 기업 중에서는 LG화학, 메디톡스가 각각 '이브아르', '뉴라미스'를 내세워 경쟁 중이다. 일동제약, 제일약품 등도 후발주자로 나서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필러 시장은 지난 2010년 최초의 국산 제품인 LG화학의 이브아르 출시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LG화학, 메디톡스, 휴젤, 휴메딕스 등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기업과 동등한 효능, 뛰어난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의료업계에서도 국산과 외산의 효능 차이가 적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국산 제품보다 두 배 가량 비싼 수입산의 점유율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 글로벌 시장 노리는 국내 기업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필러 시장은 17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2020년에 27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흥국 시장 수요 확대를 기반으로 급속 성장 중이며 특히 지난해 중국의 필러 시장은 전년 대비 65% 성장한 3억3000만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필러는 유럽 CE인증(유럽연합 통합규격 인증 마크) 취득 후 약 6~12개월 간 국가별 등록 절차를 거치면 유럽 연합에서 판매할 수 있다. 국내 업체들은 국내 식약처 허가와 CE인증, 중국 CFDA 허가 취득을 병행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중장기 실적 성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KB증권 보고서에서 서근희 연구원은 "해외에서는 선진국을 포함해 브라질과 멕시코, 인도, 콜롬비아 등에서 모두 필러 시술이 활발하다"면서 "다만 선진국에선 앨러간과 갤더마 등 기업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어 국내 제품은 선진국보단 신흥시장으로 진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의 전략 시장은 역시 중국 지역이다. 중국에서는 미국이나 유럽 브랜드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고 중국 현지 업체보다 안전성과 유효성 측면에서 검증된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사드 이슈 또한 중국 시장 내 한국 필러의 수요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의 김호종 연구원은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에 투자하자' 보고서에서 "중국은 시술비가 워낙 높아 중장기적으로 필러 공급 가격 인하 압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중국 파트너사가 가져가는 유통마진을 감안해도 중국 비중 상승 시 한국 필러 업체들의 수익성은 개선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 내 국내 주요 필러 업체의 국가별 인허가 현황을 살펴보면 LG화학의 경우 중국, 러시아, 일본, 페루, 그리스, 우크라이나, 이탈리아, 카자흐스탄, 스페인 등 25개국에 수출 중이다.

LG화학의 지난해 수출 내 중국 비중은 무려 90% 수준이다. 지난 2015년 중국 필러 시장에서 LG화학 이브아르의 점유율은 24%로 2위에 올랐으며 2016년 이브아르의 중국 매출액은 370억원으로 증가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 시장에서 허가를 취득해 진출한 수입 필러 제품 10개 중 4개는 LG화학의 '이브아르' 브랜드 제품"이라며 "이브아르는 LG 브랜드를 달고 나온 제품인데다, 2013년 허가 당시 한류의 영향이 있었고 높은 브랜드 인지도로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중국 시장에 이어 중남미 지역에서도 점유율 높이기에 본격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메디톡스는 일본과 홍콩, 태국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 중이다. 휴젤 또한 일본, 홍콩, 태국 등 지역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향후 유럽 시장 진출을 계획한다. 아울러 중국, 브라질, 베트남, 필리핀 등 177개 나라의 허가 등록을 진행 중이다. 메디톡스는 2019년, 휴젤은 2018년 하반기에 각각 중국에서 허가 취득을 예상하고 있다.

휴메딕스는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이란, 베트남, 벨라루스에 수출 중이며 사우디, 바레인, UAE, 대만, 필리핀 등 지역에서 등록을 진행 중이다. 케이젠은 러시아 및 CIS 지역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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