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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한 마리 풀코스 요리’ 원조… ‘닭 가슴살 회’첫선, 독특한 맛 인기

1986년 백숙 전문 ‘장수통닭’ 열어…‘닭 가슴살 회’ 고안, 주물럭 요리로도

닭 코스 요리 선봬…닭 발ㆍ모래주머니 회, 닭 다리ㆍ가슴살 주물럭, 백숙, 녹두죽 등

장닭 사용, 다양한 닭요리 내놔…안재근ㆍ이철례 부부 이어 아들 합류, 새로운 요리 준비

‘장수통닭’은 통닭집이 아니다. 통닭은 기름에 튀긴, ‘프라이드치킨(fried chicken)’이다. ‘장수통닭’은 ‘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내놓는’ ‘닭고기 코스요리’ 전문점이다. 닭고기 코스에 여러 가지가 등장하는데 정작 닭튀김, 통닭은 없다. 한반도의 끝, 유라시아 대륙의 마지막 땅끝마을 해남의 ‘장수통닭’을 찾았다.

닭 가슴살이 계륵이다?

계륵(鷄肋)은 닭갈비다. 계륵이 널리 알려진 것은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의 승상 조조 때문이다. 한중(漢中) 땅을 두고 조조는 유비의 군대와 맞선다. 한중 땅을 차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병력 소모도 심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조조는 닭갈비를 먹다가 “(닭갈비는) 먹자니 번거롭고 힘든데 막상 먹어 보면 별로 먹을 것도 없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마치 한중 땅 같았을 것이다. 닭갈비=계륵이다. 실제 닭갈비를 먹어보면 별로 먹을 것이 없다.

“우리도 처음에는 닭 한 마리를 백숙으로 다 내놓았지. 다른 집들처럼 그냥 닭을 푹 삶아서 내놓았는데 예나 지금이나 닭 가슴살은 퍽퍽하다고 싫어들 하잖아. 가슴살은 싫다고 안 먹어. 요즘은 젊은 여자들이 다이어트한다고 먹지만 예전에는 닭 가슴살 맛없다고 아무도 안 먹었어.”

이곳에서 계륵은 ‘닭 가슴살’이었다. 맛이 없지만, 그렇다고 버리기도 힘든.

설마 아무도 안 먹기야 했으랴만. 문제는 이곳이 바로 전남 해남이라는 점이다. 호남 중에서도 가장 아래쪽이다. 호남의 다양한 음식들이 흘러들어오고, 묵어서 새로운 맛을 낸다. 산도 깊고, 평야도 넓다. 남서해가 앞바다다. 음식들은 곰삭은 맛을 낸다. 호남한식을 이야기할 때마다 늘 등장하는 강진이 바로 옆이다. 타지 사람들은 해남, 강진을 나눠서 생각하지만 정작 현지에서는 옆 마을 정도의 분위기다. 바로 곁에 있는데다가 교류도 잦다. 같은 동네다.

해남은 입맛이 까다로운 곳이다. 묵은 지, 된장 등도 좋은 곳이다. 집집마다 웬만큼 음식은 해먹는다. 식당하기 힘들다.

닭 가슴살이 회로 변신하다

대중적인 식당, 가격도 그리 높지 않은 식당이건만 손님들은 닭 가슴살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때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닭 가슴살 회’였다. 이게 ‘주물럭’으로 바뀌었다. 맛없는 닭 가슴살을 맛있게 만들자는 소박한 목표가 오늘날 ‘닭 코스요리’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장수통닭’의 주소는 해남군 해남읍 연동리다. 이 동네의 원래 지명은 ‘황계동(黃鷄洞)’. 현지 사람들은, 닭이 알을 품고 있는 동네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누런 닭이 많았던 동네 혹은 누런 닭 모양을 한 지형이 있는 동네쯤 되는 셈이다. ‘장수통닭’이 주목 받으면서 이 일대가 ‘통닭거리’가 되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정작 통닭거리에는 통닭이 없지만.

한 번에 한 걸음씩, 쉬지 않고 걷다

‘장수통닭’은 안재근ㆍ이철례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남편 안재근씨는 1943년 생, 올해 일흔네 살이다. 아내 이철례씨는 ‘호적으로는’ 1950년 생이다. 실제 나이는 ‘그보다는 쫌 많다’. 일흔 언저리의 나이지만 아직 부부는 꾸준히 가게에 ‘출근’한다.

주방은 이들 부부의 1남4녀 중 독자인 안덕준씨가 맡고 있다. 며느리 박혜진씨도 가게 일을 거들고 있다. 2대가 같이 일하고 있다.

잘 살펴보면 이들 2대 부부는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하다. 친분있는 동네 사람들이 오면 가장 시끄럽고 번거로워진다. 평소에는 늘 조용하다.

창업주는 안재근씨의 어머니 박상례씨다. 남편을 여의고 혼자 몸으로 1남3녀를 길렀다. 호구지책으로 가게를 냈다. 1975년 무렵이었다.

처음부터 ‘통닭집’을 연 것은 아니었다. 추어탕도 팔다가 보신탕도 팔다가 닭백숙, 두부, 삶은 계란도 팔았다. 먹고 살기 위해서 문을 연 작은 가게였다. 메뉴랄 것도 없었다. 기른 닭으로 백숙을 만들고 콩을 수확해서 두부를 만들었다. 손맛이 있는 여주인이 운영하는 자그마한 가게. 장사는 제법 쏠쏠했다.

이 무렵,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이 실비집, 선술집 스타일의 작은 가게들이었다. 실비집은 재료에 실비의 양념값, 노동력을 얹어 음식 값을 받는 곳이다. 서서 가볍게 한잔 마신다고 해서 일제시대에는 ‘다찌노미’라는 가게가 흔했다. 이게 선술집이다. 서서, 가볍게 마신다는 뜻이다. 가진 돈이 넉넉지 않은 이들이 비교적 쉽게 문을 열었던 작은 식당들이었다. 박상례 할머니도 마찬가지였을 터이다. 박 할머니의 아들 안재근 씨가 서울에서 건축 기술자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내려와서 식당 일에 합류한다.

손맛 덕분에 가게는 조금씩 알려졌다.

1986년 옆으로 장소를 옮긴다. 백숙 전문 식당 ‘장수통닭’을 열었다. ‘닭 가슴살 문제’는 그때 불거졌다. 손님들이 잘 먹고 나가면서도 정작 가슴살은 남겼다. 그렇다고 손님들에게 일일이 닭 가슴살을 먹으라고 강권을 할 수도 없었다. 그때 어느 손님이 “화순에서는 닭 가슴살로 회를 만든다”고 귀띔했다. 바닷가 가까운 곳이다. 생선회는 일상으로 접하는 음식이었다. 쇠고기 회는 이미 있었다. 닭고기라고 회가 안 될리 없다.

문제는 맛이었다. 정작 닭 가슴살로 회를 만드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기름기가 너무 많은 닭은 쓰면 기름기가 입에서 맴돈다.

“몇 시간만 냉장고에 넣어두어도 닭 냄새가 나. 그럼 못 쓰지. 바로 잡아서 바로 요리하는 닭이라야 해. 냉동도 해보고 냉장도 해보고 별짓을 다했지. 어디서 듣고 숙성도 해보곤 했는데 역시 생닭을 잡자마자 바로 사용하는 것이 제일 좋았어. 나쁜 냄새도 나지 않고 생닭 맛이나 구운 것이나 고소하고. 암탉은 부드럽긴 하지만 기름기가 너무 많아. 결국 장닭을 쓰고 바로 잡아서 바로 요리해내는 것을 생각했지. 여러 번 해보고 결정한 거야.”

안주인 이철례씨의 말이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남편과 백숙 집을 하다가 닭고기 회를 고안해냈다. 지금은 닭 가슴살을 주물럭으로 내지만 초기엔 참기름 양념을 한 닭 회였다.

처음 음식점을 하면서 고생을 많이 하셨던 시어머니는 1995년 돌아가셨다. 장사를 도와서 하다가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가게를 부부가 떠맡았다. 7년 전쯤에는 아들 안덕준씨가 주방으로 들어와서 일을 돕고 있으니 그나마 많이 편해졌다.

메뉴에는 ‘닭 한 마리 풀 코스’에 5만5000원

오늘날 ‘장수통닭’의 닭 코스요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현재는 다진 닭발 회, 닭 모래주머니 회, 닭다리와 가슴살 주물럭, 백숙, 닭 삶은 국물에 녹두를 넣어서 끓인 죽 등이 코스처럼 나온다.

가격표도 재미있다. ‘한 상에 얼마’라는 호남 한식밥상처럼 닭 한 마리에 5만5000원이다. 손님 1인당 가격 체계가 아니니 손님 숫자가 몇 명이든 1마리에 5만5000원이다.(2017년) 1마리에 모든 코스가 다 포함되어 있다.

밥상을 보면 재미있는 음식이 있다. 묵은지와 동치미 그리고 몇몇 그럴 듯한 반찬과 더불어 조밥이 보인다. 닭고기 국물에 쪄낸 쫄깃한 식감의 좁쌀 밥이다. 녹두죽을 내놓으면서 또 조밥을 내놓는다. 재미있다. 호남 음식점의 메뉴답다. 반드시 주지 않아도 될 것이지만, 죽을 내놓으면 손님들이 섭섭해 할까 봐 또 밥을 내놓는 것이다.

이제 닭을 도축하고, 닭고기 코스요리를 내는 것은 주방장인 아들 안덕준씨의 몫이다.

“우리는 인근에 있는 양계장에서 방사한 닭을 가지고 옵니다. 장닭이 질기다는 선입견들이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장닭은 장닭 나름의 장점이 있습니다. 기름기가 적고 비린내가 나지 않고. 특히 갓 도축한 것은 고소한 맛이 깊지요.”

인근의 양계장에서 가져온 장닭은 가게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다시 며칠 동안 방사를 한다. 무게도 대략 일정하다. 손님들에게는 3kg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무게는 3kg 이상이다. 인터뷰가 있던 날, 닭 한 마리를 달아보았다. 3.2kg. 공장형 양계장에서는 일정한 무게를 고집하지만 ‘장수통닭’은 그렇게 야박하진 않다. 3kg 이상의 장닭을 내면서 그저 3Kg 정도라고 이야기한다. 그동안의 오랜 경험으로 이 정도의 무게를 지닌 장닭이 가장 맛있다고 믿는다.

인터뷰가 있던 날, 주방장 안덕준씨의 아들이 가게에 왔다. 할아버지와 토닥토닥 장난질이 한창이었다. 평온한 분위기. 무심한 듯하면서 살가운 느낌이 와 닿았다.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은 “닭을 코스 요리로? 어떻게?”라고 하지만 한반도의 끝 해남에는 닭 한 마리에 대여섯 가지의 맛을 내는 닭고기 풀코스 요리가 있다.

메뉴는 변하지 않는 듯, 꾸준히 바뀌고 있다. 주물럭에 닭 가슴살만 사용하다가 이제는 닭 가슴살과 닭다리 하나가 들어간다. 백숙으로 나오는 닭은 다리가 하나뿐이다. 날개와 닭발을 잘게 다져서 만든 닭 회는 의외로 부드럽다. 뼈가 씹히면 얼마쯤 불편하지만 손님들은 작은 뼈 쪼가리를 뱉어내면서 먹는다. 더러 닭 육회를 어색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그럴 땐 불판 위에서 구워 먹으라고 권한다.

‘닭 한 마리 풀코스 요리’는 호남 몇몇 지역에서 내놓고 있다. ‘장수통닭’은 그 원조다. 하기야 원조를 따지는 것은 의미 없을는지도 모른다. ‘통닭거리’ 여기저기서 새로운 메뉴를 내놓고 있다.

40대 중반의 안덕준씨가 주방을 맡은 지 채 10년이 되지 않았다. 그도 머지않아 자신만의 닭고기 요리를 선보일 것이다.

글ㆍ사진=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

-왼쪽부터 안재근씨, 필자, 아들 안덕준씨, 며느리 박혜진씨 그리고 안주인 이철례씨다.

-한상차림이다. 코스라고 하지만 계속 음식이 나온다. 한상에 현재 5만5000원. 대략 4명이 넉넉하게 먹을 수 있는 양이다.

- 닭 모래주머니와 닭발, 날개 등을 잘게 부순 회다. 생 것으로 먹어도 되고 구워도 된다.

-‘장수통닭’의 계륵은 닭 가슴살이다. 맛이 없다.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다. 닭 가슴살과 다리를 섞어 주물럭을 만들었다.

-백숙. 다리가 하나만 있다. 하나는 주물럭으로.

특이한 닭고기 전문점 4곳

내촌식당_닭국: 전북 남원시

허름하고 소박한 집이다. 주천면은 남원에서도 외진 곳이다. 깊은 산골에 버스표를 파는 작은 구멍가게. 잡화를 취급하는 가게 안방에서 닭국을 끓인다.

시골집_닭고기 코스요리: 전남 함평군

전형적인 호남의 닭고기 코스요리 집이다. 한적한 시골 논밭 사이에 가게가 있다. 가게 내부는 상당히 넓다. 닭고기 코스요리에 특이하게 닭튀김이 있다.

충남식당-장닭 백숙: 경기도 연천군

장닭 백숙 전문점이다. 인근에서 방사한 닭을 가져와서 요리한다. 최소 5Kg 이상의 닭들이다. 가끔 6Kg급 장닭도 먹을 수 있다. 별다른 양념 없이 부추 등 채소만 얹어도 된다.

원조숯불닭불고기집-숯불 닭 내장 불고기_강원도 춘천

닭 내장과 알집 등을 숯불에 구워먹을 수 있다. 문제는 닭 내장 등을 굽는 것이 까다롭다는 점. 숯도 수준급. 신선한 닭 내장을 소금구이로 먹을 수 있는 드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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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4/01 09:59:45 수정시간 : 2017/04/03 18:3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