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서 15일 '무비 페스티벌' 성황리에 개최돼

경마장에서 가로 127m 대형 화면을 통해 연인과 함께 영화를 관람해보니 ...

15일 렛츠런파크 서울 '무비 페스티벌' 현장.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데일리한국 이정현 기자] 15일 저녁 7시, 경기도 과천 렛츠런파크에 설최된 세계 최대 경마스크린 ‘비전127’은 경기가 끝난 시간에도 불이 훤히 들어와 있었다. 이 날 초대형 전광판에는 경주마 대신 영화 ‘나우유씨미2’에 등장하는 스릴감 넘치는 매직쇼가 화면 가득 펼쳐졌다.

이 날 저녁 기온은 선선한 가을바람이 체감될 정도인 섭씨 18도여서인지 점퍼를 입고 어깨에 담요를 두른 사람이 여럿 눈에 띄었다. 푸드트럭에서 파는 우동과 스테이크, 핫도그가 입에 착착 감기는 날씨였다. 스크린 오른편 상공으로는 휘영청 떠오른 달이 한편의 그림같았다.

현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곳은 LED존과 프리존이었다. 관객들이 은은한 빛이 들어오는 푹신한 의자에 아예 드러누운 자세로 영화를 감상하거나 함께 준비된 탁자 앞에 다과를 놓고 영화를 즐기고 있었다.

쌍쌍이 짝을 이룬 청춘 남녀들은 연인임을 뽐내기라도 하는 듯 허리를 감싸고 어깨에 기대는 것도 모자라 손을 꼭 잡은 채 영화를 즐겼다. 갓난아기를 대동한 엄마는 아기를 유모차를 태운채 스탠드를 돌아다니며 영화를 감상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마사회가 경마장이라는 기존 인식을 벗어나 문화공간으로서의 렛츠런파크를 각인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계획했다. 앞으로 정기적인 문화행사를 제공할 계획에 앞서 시행된 ‘파일럿’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행사 소식을 듣고 서울 종암동에서 가족과 함께 왔다는 김상우(42)씨는 “영화를 좋아하는 데도 다섯살배기 아이가 있어 평소에는 극장을 가기가 너무 힘들다”며 “하지만 오늘만큼은 가족들과 함께 오랜만에 영화를 즐길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존 경마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할 수 있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현장에서 만난 안순희씨는 “경마공원역에 도착했을 때까지한 해도 담배를 피는 사람도 너무 많아 보이고, 도박하러 온 사람들이 눈에 띄는 것 같아 처음에는 무섭기 조차 했다”면서 “하지만 경마공원 안에 들어오니 분위기도 전혀 다르고 영화도 대형스크린으로 편하게 볼 수도 있어 유쾌하고 즐거웠다”고 만면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진=한국마사회

다만 일부 관람객은 사운드 시설에서 불편함을 느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게다가 상영 영화가 외국 영화인 탓에 한번에 알아듣기 힘들고, 자막도 스크린 하단에 다소 작은 크기로 보여 정확히 알아보기 힘들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들리는 듯 했다.

영화가 한창 상영 중일 때 자리를 뜨던 김수경 씨는 “소리가 잘 안 들려서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며 “다음에는 차라리 한국영화를 보여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렛츠런파크 관계자는 17일 이에 대해 “첫번째 시행이다보니 예상치 못했던 관객들의 불편이 발생한듯 하다”며 “앞으로 ‘문화의 날’을 정기적으로 시행할 계획도 있는 만큼 미비점을 꼭 보완해 만족도가 높은 행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렛츠런파크는 오는 29일(토) '뮤직페스티벌 VOL2'를 개최할 예정이다. 사이먼디, 그레이, 박재범, 로꼬, 어글리덕, 스윙스 등 국내 최고의 힙합 뮤지션이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전석 스탠딩 공연으로 진행된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