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정현 기자] ‘덕상세창양행고백’

언뜻 봐서는 무슨 의미인지 도통 파악이 안 되는 이 말은 현존하는 국내 최초의 상업광고 문구다.

1886년 '덕국(德國)'으로 표기되던 독일에서 온 무역상사 ‘세창양행’이 조선으로 들여올 물건들의 목록을 나열해 한성주보에 실은 광고였다.

‘고백(告白)’이란 말은 '조선왕조실록' 1833년(고종20) 8월 30일자 기록에 처음 나오는 근대적 의미의 ‘광고廣告’라는 표현과 함께 개화기에 광고를 의미하는 또 다른 말이었다.

광고 속 언어는 어떤 과정을 거치며 변해왔을까.

영상과 이미지가 아닌 우리말과 글의 관점에서 광고에 집중해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려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철민)은 전시 ‘광고 언어의 힘, 보는 순간 당신은 이미 사로잡혔다’를 28일 개막해 11월 27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총 4부로 기획됐다.

1부는 개화기부터 1945년 사이 나온 주요 광고를 통해 광고 언어의 발달 과정을 돌아보는 ‘광고를 읽는 새로운 시각, 광고 언어’ 전시다.

2부는 광고 글쓰기의 비법을 공개하는 ‘광고 언어의 말맛’전이다.

1961년 전국적인 히트를 쳤던 ‘샘표 간장’의 라디오 광고와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최신광고인 2016년 신세계닷컴의 ‘쓱’ 광고까지, 각종 실제 광고예시를 통해 유형별 광고 언어와 글쓰기 비법도 공개한다.

3부 ‘광고 언어의 글멋’은 1950년대 현재까지 나온 제품 광고를 통해 언어와 표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볼 수 있다. 글자 디자인의 변화로 우리 사회의 소비 성향, 제품 성격, 생활 유형 등 시대 변화상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4부에서는 젊은 세대라면 교과서를 통해서 접해봤을 가족 관련 광고의 변천이 전시된다. 이 ‘광고 언어, 우리들의 자화상’은 인구 변화에 따라 출산을 제한했던 1960년대부터 출산을 장려하는 2010년대의 다양한 가족 광고를 볼 수 있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추억의 1960년대 광고문구와 “혼자 사는 아이처럼 독거노인에게도 관심이 필요합니다”라는 2000년대 광고는 극명하게 대비되며 우리 사회의 변화를 느끼게 할 것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재미를 떠나 한국 광고사를 대변하는 사료적 가치가 높은 광고자료들이 일반에 공개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최초의 상업광고인 독일 세창양행의 광고가 실린 1886년 2월 22일자 한성주보에도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전면 광고가 도입되는 데 첫 발을 뗀 ‘영국산 소다’ 광고가 실린 1899년 11월 14일자 '황성신문'도 접할 수 있다.

1930년대 유한양행의 ‘네오톤 토닉’ 의약품광고는 일제강점기 광고의 특징을 살펴보는 계기가 된다.

한편 박물관측은 8월10일부터 31일까지 매주 수요일 19시에 광고와 언어를 소재로 하는 다양한 전시 연계 교육도 병행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김정우 한성대 교수, 한명수 배달의 민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사, 정철 카피라이터, 박선미 대흥기획 크리에이티브솔루션본부장 등이 연사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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