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공간 두려워하는 출발거부 경주마로 1년에 27억원 매출 감소

2017년부터 평가시스템 모든 경주마에 적용해 결과 경마팬에게 공개

출발을 앞두고 있는 경주마들. 경주마 증에는 폐쇄적 공간을 두려워해 출발을 거부하는 사례가 있어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이 국내 최초로 ‘출발레이팅’제도를 시행한다. 사진=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제공
[부산=데일리한국 김광현 기자] 지난해 8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선 한 경주에 걸렸던 7억 원의 돈이 한순간 날아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주마 ‘대한의명성(3세 암말)’이 경주 출발 직전 대기하는 출발대 안에서 요동치며 출발을 거부하는 '악벽(惡癖·나쁜 버릇)'을 보였기 때문이다. 출발 요원 10여 명이 달라붙었지만 '대한의명성'은 끝내 경주를 거부했고, 이 경주의 매출액 25억 원 중 '대한의명성'에 걸렸던 7억 원이 환급됐다. 말의 등에서 튕겨나간 기수는 타박상으로 일주일을 쉬어야 했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장 고중환)은 국내 최초로 악벽 경주마를 대상으로 출발훈련 수준을 계량적으로 평가하는 ‘출발레이팅(출발훈련수준 평가제)’ 제도를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경주마의 출발 악벽은 경마의 대표적인 골칫거리다. 출발악벽으로 인한 사고는 말뿐 아니라 기수 등의 생명까지 위협한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2015년 한해 악벽 사고로 총 27억 원의 매출감소가 있었다고 밝혔다.

말은 폐쇄적인 공간을 두려워하는 특성이 있다. 초식동물인 말은 위험에 처하면 잽싸게 도망가는 본능이 있어 사방이 막힌 발주기 속에서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다. ‘출발레이팅’ 제도의 시작은 이런 경주마의 출발악벽을 좀 더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계량화해 그에 맞는 적절한 훈련처방으로 경주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행됐다.

‘출발레이팅’ 제도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경주마의 악벽을 말의 심리상태와 연계해 5단계로 분류한 뒤 이 심리상태를 바탕으로 순차적으로 출발 진행(윤승→진입→자세→출발→발진) 중 발생하는 각 상황을 20단계로 정밀하게 세분화해 계량화했다. 5개 항목의 종합 성적이 70점 이상이면 대체로 출발훈련수준이 양호한 것으로 본다. 70점 미만이거나, 특정 항목에서 11점(항목당 20점·총점 100점 만점) 미만일 경우 좀 더 출발훈련이 필요한 수준으로 판단한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출발레이팅’을 활용해 경주마들을 특별 관리할 계획이다. 출발악벽으로 경주 진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말들이 주 대상이다. 악벽의 '전과'가 있거나 평소 발주기에 들어갈 때마다 말썽을 부리는 말은 일단 명단에 오른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말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2회 실제 경주와 유사한 상황을 만들어 ‘출발레이팅’을 평가하고 반복훈련과 운동처방으로 악벽을 교정할 계획이다.

고진형 부산출발전문위원은 “사람이 어릴 적 버릇을 쉽게 고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의 악벽을 완전히 없애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당근과 채찍'을 통한 반복교육으로 악벽을 최소화할 수는 있다”며 “나쁜 버릇을 가진 경주마를 대상으로 출발레이팅으로 평가하여 훈련처방과 반복교육을 통해 악벽사고를 줄여나가고, 2017년부터는 모든 경주마를 대상으로 ‘출발레이팅’ 제도를 확대 시행하여 경마팬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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