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여행 트렌드 ⑳ 여행자 문화 바꿔야]

공짜 방갈로에 줄 선 한국인 관광객들 때문에 유료로 전환

수영장 이용권 웃돈 주고 판매하는 등 기본 매너도 안 지켜

동남아·중국의 '성매매 관광' 성행… 빨리빨리 '인증샷' 급급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어글리 코리안'(Ugly Korean). 1989년 해외 여행 자유화 이후 등장한 이 신조어는 외국 문화에 익숙치 않아 해외 여행을 가서 양말 바람으로 비행기를 누비고 식당에서 몰래 김치를 꺼내 먹던 한국인들을 가리키던 말이었다. 26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잊었지만 해외에서 '어글리 코리안' 인식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진=블로고스 캡처

지난달 일본 블로거 뉴스사이트 블로고스에는 '한적한 태국 수영장에 한국인이 찾아올 때 벌어지는 난리'라는 제목으로 글과 함께 한국인의 사진이 올라왔다. 내용은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한국인들이 수영장에서 소란을 피워 조용히 쉬려는 다른 사람들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글을 쓴 일본인은 지난 십여년 간 리조트 수영장을 다니며 자주 한국인들의 추태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명의 한국 남성들이 수영장 물 속에서 공을 던지며 놀고 있는 사진을 게재하며 "휴양지의 수영장에서 한국인들이 다른 손님들을 무시하는 광경을 매번 보게 된다"면서 "한국인들은 단체로 찾아와 조용한 수영장의 정적을 깨고 성인들의 휴식공간이던 수영장을 개방된 초등학교 수영장으로 변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여전히 낮은 의식 수준, '어글리 코리안' 오명 못 벗었다

한국인 여행자 문화와 의식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국제적 기준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의 악명은 높은 편이다. 세계 유명 관광지 직원들은 여전히 '어글리 코리안'이라며 고개를 내저을 정도다. 연간 1000만명이 찾는 관광 부국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나라 밖으로 나갈 땐 여전히 '어글리 코리안'인 것이다.

한국 관광객은 지난해 미국의 만달린 리서치가 꼽은 '최악의 관광객' 6위에 올랐다. 해외에서 나라 망신을 시키는 '어글리 코리안'은 해외 관광 상징물에 한국어로 낙서, 질서 의식 부재 등으로 도마에 오른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싱가포르는 최근 '어글리 코리안' 탓에 비상이 걸렸다. M호텔 투숙객만 입장이 허용되는 옥상 수영장 이용권을 한국인들이 돈을 받고 사고파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 미국령 괌의 한 해변가에는 공짜 방갈로를 이용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서 자리를 잡는 한국인 관광객 때문에 유료로 전환됐다.

사진=KRT 여행사 제공

실제 국내 여행 관련 사이트에는 "괌 P리조트는 해변에서 수영장으로 몰래 들어가는 길이 있어요. 공짜 수영 즐길 수 있답니다", "해변가에 있는 나뭇가지들 꺾어 호텔에서 가지고 나온 침대시트에 올려 놓으면 자체 그늘막 완성" 등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내용들이 '여행자들을 위한 조언'이라며 버젓이 올라와 있다.

기본 매너를 지키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잦다. 동남아의 한 리조트에서 근무하는 현지인은 "한국인은 저녁 식사 때 티가 난다"고 지적했다. 서양인들의 저녁 식사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문화적인 시간이다. 좋은 레스토랑일수록 드레스 코드를 갖춰 입고, 상대방과 모두에게 예의를 갖춰야 한다. 정장까지 입을 필요는 없지만 저녁 식사 때는 드레스 코드에 신경 써야 한다. 하지만 한국 남성들은 버젓이 라운드 티셔츠에 반바지·조리 등을 신고 나타나기도 하고, 여성들은 머리를 감은 후 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레스토랑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호텔 내 객실을 '내 집'처럼 편안하게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샴푸, 칫솔 등을 가져가는 것은 물론 호텔 타월과 찻잔 등 집기를 가방에 챙기기도 한다. 호텔 조식에 포함된 잼과 버터를 훔치다가 걸리는 한국인들도 적지 않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옛날 일이 아니라 최근에도 동남아·유럽 할 것 없이 호텔 객실을 함부로 사용해 우리 여행사와 연계된 숙소 측에서 컴플레인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국인들끼리 객실에 모여 술자리를 만들고 소란을 피우는 일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에 나가서 '아무도 모르니깐 괜찮아'라는 생각에 기본적인 매너조차 지키지 않는 관광객들이 의외로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현지 가이드를 맡고 있는 한 여성은 "독일 총독부나 괴테하우스 등 내부 촬영이 금지된 곳이 있는데 여행객들이 종종 '가이드님 같이 사진 찍어요'라고 하거나 '사진 좀 찍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일에서는 손을 흔들면서 식당 직원을 재촉하는 것은 상당히 무례한 행동이어서 주의를 줘도 계속해서 실수를 하는 관광객들을 보면 방문국의 문화를 이해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이 가이드는 "비록 일부 관광객의 문제이지만 경제는 발전했지만 해외에서 지켜야 할 '예절'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크게 뒤처진 상태라는 지적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비뚤어진 성 의식으로 국가적 망신

올 4월 중국 베이징에 출장 간 한국의 모협회 소속 50대 남성 3명은 중국 단란주점에서 여성들과 술을 마신 후 자리를 옮겨 성 관계를 가지려다 적발됐다. 이들은 10여 일 간 구류형 처분을 받고 벌금을 낸뒤 한국으로 추방됐다.

외국에서 한국 남성들의 성매매나 퇴폐업소 출입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동남아에서 근무하는 교민이나 주재원들은 "한국에서 오는 손님들이 성매매 주선을 요구해 곤혹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다"고 털어놨다.

Y 여행업체 동남아팀 관계자는 "성을 상품화하고 해외에서 성을 사는 것을 오락 정도로 여기는 고객들이 있다"면서 "태국을 가는 고객의 경우 게이쇼, 트랜스젠더 바 등을 여행 코스에 넣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인의 해외 여행이 크게 증가했지만 그만큼 시민의식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가 이미지 관리와 국내 여행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여행자의 문화와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빨리빨리' 여행은 그만…사진도 의미는 알고 찍자

한국인 여행의 가장 큰 특징은 ‘수박 겉핥기’다. 최대한 많은 유명 관광지에서 '기념 사진'을 잔뜩 찍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인의 '8박9일 유럽 여행' 일정에 경악하기도 한다.

사진=노랑풍선 제공

여행사 측은 “한 번에 많은 것을 보고 싶다는 고객 요청에 따라 기획된 것이며 8박9일 유럽 여행은 흔한 패키지가 됐다”며 “갔다온 것에 의미를 두고 사진만 찍으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한 한국에서나 가능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패키지 상품은 이동 거리가 워낙 길다 보니, 창밖으로 절경이 펼쳐져도 버스 안에서 잠자는 여행객이 태반이다.

쪽잠을 자며 유럽을 돌아다닌 여행객들은 "영국의 빅벤, 파리의 에펠탑 앞에서 사진을 찍었으니 유럽의 모든 것을 본 셈"이라고 흐뭇해 한다. 입장료가 아까워 에펠탑을 올라가지 않겠다던 한국인 관광객들은 면세점에서는 쇼핑을 잔뜩 하곤 한다.

한국인만큼 박물관·고궁 관람을 빨리 끝내는 여행객도 드물다. 파리 인근 베르사이유 궁전 안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사진만 찍는가 하면,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 작품만 훑어 보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현지 유적지만큼 그 나라를 잘 대변하는 장소는 없지만 한국인들은 '인증샷'에 급급해 사전 정보를 챙기지 않을 뿐더러 가이드가 설명해주더라도 전통과 의미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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