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여행 트렌드⑲ 여행업 문화 혁신 방안 ]

저가 공영 관광지 및 쇼핑 위주 관광 벗어나려면 지나친 '가격' 경쟁 탈피해야

무허가 불법영업 퇴출시키는 강력한 제도 및 사업체 총량 시스템 도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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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지난해 해외 여행을 떠난 국민은 1600만 명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 여행 자유화 시대가 열린 25년 동안 여행객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여행이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시대를 맞으면서 여행업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질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질타의 요지는 '저가 여행으로 포장해서 여행의 질을 추락시키는 무한 덤핑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여행사 간 가격 경쟁으로 열악해진 가이드 처우

여행사 간 패키지관광 상품의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가이드 처우가 열악해지자 선택관광과 쇼핑에 치중하면서 관광객의 피해도 우려된다.

주이스탄불 총영사관에 따르면 지난 8월 20일(현지 시간) 재터키 한인가이드협회 소속 A씨 등 4명이 이스탄불 최대 관광지인 성소피아박물관에서 한국 단체 관광객에게 전단을 배포하다가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A씨 등은 선택관광과 쇼핑의 문제점을 지적한 전단을 배포하는 순간 여행사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대기하던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 여행업을 하는 3개사 사장들은 터키 여행업계에 피해를 주려고 허위 내용의 전단을 배포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을 고소했다. 고소를 접수한 경찰은 현장에서 대기하던 중 곧바로 가이드들을 연행했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A씨 등은 외국인보호소로 이송됐는데, 터키 이민청이 이들의 추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인 여행사와 가이드 간 분쟁은 지난달 한 여행사가 현지 관광비용(숙박비, 식비, 가이드 수당 등)을 받지 않는 이른바 '노 투어피'를 선언하면서 불거졌다. 다른 여행사들도 '노 투어피'에 동참하면서 발생한 손실을 벌충하려고 가이드의 월급과 일당을 주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 여행사는 가이드에게 관광객 1명당 150달러(약 17만8,000원)를 먼저 회사에 내라고 요구해 가이드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에 가이드협회는 한인 여행사들에 "노투어피 행사에 따른 '노 일당' 투어와 선택관광 쇼핑의 커미션이 조정된 투어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는 공문을 보냈다. 또 다른 가이드 B씨는 "월급과 일당을 없애고 커미션도 회사가 더 많이 갖도록 조정하는 것도 모자라 먼저 회사에 돈을 내고 일하라는 것은 관광객에게 더 많이 바가지를 씌우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가이드들이 데려가는 상점에서 장미오일을 1개에 35유로(약 4만6,000원)에 파는데 터키의 일반 시장에서는 같은 상품을 3유로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탄불의 숙소를 시내에서 멀고 주변에 상점이 없는 가격이 싼 곳으로 잡아 기념품이나 선물 구입을 특정 업체로만 유도할 뿐 아니라 시내 야경관광도 선택관광으로 운영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이드협회에 따르면 선택관광인 안탈리아의 유람선은 항구에서 1인당 10유로만 내면 탈 수 있지만 패키지관광의 선택상품에는 50유로를 받고 있고, 밸리댄스 관람도 개인 관광객은 20유로이지만 패키지상품에는 70유로로 책정됐다. 이스탄불 돌마바흐체궁전 관람 입장료도 40리라(약 1만6,000원)이지만 선택관광을 하려면 50유로(약 6만6,000원)을 내야 한다.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쇼핑은 지방정부가 허가한 합법 상점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고객들도 항공료와 숙박비, 교통비, 관광비용 등을 개별적으로 지불하는 것보다 패키지상품의 비용이 작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패키지 상품으로 수익을 남기려는 여행사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보다는 적정한 가격에서 질 높은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여행사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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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션' 받는 쇼핑 위주 관광 없애려면 '가격'에 치우친 경쟁 사라져야

여행업 종사자들은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저가 공영 관광지 투어와 쇼핑 위주 관광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특히 업계 난립과 소셜커머스를 통한 저가 상품 판매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도 우려했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가 발간한 ‘2014 관광사업체 운영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제주 지역 여행업 등록 현황을 보면 일반여행업 242곳, 국내여행업 594곳, 국외여행업 110곳 등 모두 946곳으로 전년 850곳에 비해 11.3% 증가했다.

특히 국내·외를 여행하는 내국인 및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업인 일반여행업은 2010년 89곳에서 2011년 111곳, 2012년 153곳, 2013년 153곳, 2014년 242곳으로 4년 전에 비해 2.7배 증가했다. 관광숙박업은 호텔 222곳, 휴양콘도미니엄 50곳 등 모두 272곳으로 전년 192곳에 비해 41.7% 늘었다. 이처럼 관광 사업체들이 급증하면서 업체 간 과당 경쟁이 심화돼 업계 영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상당수 업체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실제 제주도관광협회 설문 조사 결과 최근 10년 내 설립된 관광사업체가 전체의 66.6%를 차지했다. 종사자 수는 3명 이하인 사업체가 전체의 42.2%로 가장 많았다. 종사자 수가 4~5명 18%, 6~10명 16.4%로 나타나 업체 평균 종사자 수는 14.7명으로 집계됐다. 임금 수준은 2000만~3000만원 미만이 38.1%로 가장 많았고, 1500만~2000만원 미만 24.2%, 1500만원 미만 16.7%로 조사됐다. 관광객 이용 시설업과 여행업의 경우 1500만원 미만 연봉자의 비율이 각각 41.9%, 28.6%로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연봉인 것으로 나타났다.

체감 경영 상태에 대해 ‘다소 악화됐다’는 응답이 34.8%로 가장 많았고, ‘매우 악화됐다’ 는 답변은 23.6%로 전년에 비해 악화됐다는 의견이 전체의 58.4%를 차지했다. 올해 경영 전망에 대해서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42.6%로 가장 많았고, ‘다소 호전될 것’과 ‘다소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각각 24%였다.

특히 저가 공영 관광지와 쇼핑 위주 관광이 이뤄지는데다 업계 난립과 소셜커머스를 통한 저가 상품 판매 경쟁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소셜커머스 등에 지불하는 예약수수료 부담도 애로 사항이었다.

여행업 종사자들은 "여행 산업 전반에서 저가 상품 판매 경쟁이 질이 낮은 여행 상품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 서비스 경영 환경을 개선하면서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해 무허가 불법 영업을 근본적으로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는 강력한 제도 개선과 사업체 총량제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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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해외여행 여건은 여전히 열악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장애인여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장애인들의 해외 여행 여건이 여전히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장애인들의 해외여행 희망 비율은 88.7%로 높은데 반해, 최근 3년 내 실제 해외 여행을 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15.7%로 매우 낮았다. 이는 일반 국민의 해외 여행 비율 49%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또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여행 여건에 대해 불편을 느끼고 있었다. 불편의 원인으로 국내 여행은 장애인 이동 편의 시설 부족(74.1%)을, 해외 여행은 비싼 여행비용(65.0%)과 장애인에게 편리한 여행상품 부재(54.7%) 등을 꼽았다.

한편 장애인의 80.8%가 편리하고 장애 없는 별도의 장애인 여행 상품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나, 주요 종합 패키지 여행사 중 장애인 대상 기획 여행 상품을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소비자원 측은 전했다. 소비자원은 "조사 결과 드러난 문제점을 바탕으로 장애인 여행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장애인 여행 제도화 및 대중교통 전반의 이동 편의 확대를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함으로써 장애인 무장애 여행 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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