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여행 트렌드 ⑮ 여행과 음식(해외편)]

여행 만족도에 영향 미치는 요소?… 관광지 관람, 음식 체험

'미식가 나라' 일본, '음식 용광로' 싱가포르… 다양한 요리

프랑스의 달팽이·홍합, 독일의 족발·소시지 등도 독특한 맛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이번 추석에 나홀로 여행을 계획 중인 직장인 강모(31) 씨는 여행 경로를 확인하는 것보다 나라별 음식을 확인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강씨는 "여행에서 보는 것보다 먹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편"이라면서 "잠자리는 불편해도 현지 전통 음식을 맛보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외 여행을 할 때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실제 조사 결과 상당수의 여행객들이 음식이 여행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답했다. 2013년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해외여행 실태 및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해외 여행을 할 경우 비용에 구애받지 않고 지출하는 항목의 1위가 식비(43.5%)였다. 그 비용은 관광지 입장(29.8%)이나 공연·전시 관람(28.7%), 숙박(25%)보다 훨씬 많았다. 여행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맛있는 현지 음식 체험'(54.4%)이 '자연 경관 및 관광지 관람'(55.7%)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현지의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해외 여행을 떠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나라들의 음식 정보를 소개한다.

말고기 회, 바사시. 사진=하나투어

쇠고기 '와규'·말고기 회 '바사시'·흰색 짬뽕 '나가사키짬뽕'…'미식가의 나라' 일본

일본 각지의 산물이 모여드는 오사카는 '천하의 부엌'이라고 불린다. 세상의 모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오사카의 도톤보리는 최대 식당 밀집 지역으로 연중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도톤보리에는 대대손손 음식을 만들었던 식당들이 즐비하다. 20세기 초반 일본 최초로 오므라이스를 선보인 홋쿄쿠세이는는 버섯, 닭고기 등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오므라이스를 선보인다. 오므라이스로 홋쿄쿠세이와 쌍벽을 이루는 식당으로는 메이지켄이 있다. 쇠고기 꼬치 튀김 세 개가 포함된 오므라이스가 인기 메뉴다. 9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며 도톤보리와 인접한 신사이바시에 있다.

돼지 뼈를 우려낸 국물 맛이 일품이라고 알려진 긴류 라면은 오사카 라면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한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계속 이어져 메뉴도 일어·영어와 함께 한글로 적혀 있다. 기호에 따라 파무침과 김치도 라면에 얹어 먹을 수 있다. 도톤보리에만 세 곳이 운영된다.

이마이는 도톤보리에서 가장 유명한 우동 전문 식당이다. 다시마와 가다랑어 국물에 우동을 말고 간장으로 조린 유부를 올린 담백한 맛의 기쓰네 우동이 인기 메뉴다. 기쓰네 우동으로 유명한 다른 한 곳은 우사미테이 마쓰바야이다. 1893년 문을 연 우동 전문 식당으로 신사이바시 역 1번 출구에서 5분 정도 소요된다. 기쓰네 우동의 원조 가게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은 밥과 날계란이 들어가는 오지야 우동으로 더 유명하다. 간식거리인 다코야키도 오사카에서 탄생했다. 밀가루 반죽 속에 쫄깃한 문어 살을 썰어 넣고 계란, 생강, 야채와 버무려 바삭바삭 동그랗게 굽는다.

일본의 남쪽 규슈 지방은 예로부터 '풍요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음식 문화가 발달했다. 넓은 들판에서 나오는 곡식들, 바다에서 갓 잡은 신선한 어패류, 산에서 나는 다채로운 채소들을 사용해 만든 규슈의 여러 음식들은 그것만으로 여행 목적에 충분하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일본의 쇠고기 요리로 규슈의 청정 자연에서 자란 와규(일본의 한우)로 만든 스키야키나 고춧가루가 짙게 풀린 얼큰한 짬뽕이 아닌 중국에서 온 정통적인 나가사키짬뽕, 말고기를 회로 만든 구마모토만의 향토 음식 바사시 등의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나가사키짬뽕. 사진=하나투어

중국의 '딤섬'부터 일도의 '탈리'까지…'아시아 음식의 용광로'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문화가 어우러진 싱가포르는 '아시아 음식의 용광로'라고도 불린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꼬치 요리인 사테, 인도에서 유래한 탈리, 중국의 딤섬 등을 전역에서 접할 수 있다.

커다란 게를 삶아 칠리 소스로 버무린 칠리 크랩은 현재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요리다. 향신료와 토마토가 주재료인 매콤하고 달콤한 소스가 맛의 핵심으로 꼽힌다. 싱가포르 도심 푸드코트와 해산물 식당의 메뉴에서 빠지지 않는다. 칠리 크랩으로 유명한 식당은 점보 시푸드, 롱비치 시푸드, 팜비치 시푸드, 싱가포르 시푸드 리퍼블릭 등이다. 이 가운데 롱비치 시푸드는 반세기가 넘는 역사와 함께 블랙페퍼 크랩을 최초로 선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칠리 크랩을 더 맛있게 먹으려면 중국 빵 만토우를 주문해 톡 쏘는 맛이 일품인 칠리 크랩 소스에 찍어 먹으면 된다.

락사는 페라나칸 요리로 쌀국수에 진한 코코넛 밀크 육수를 붓고 어육 완자, 숙주, 해산물, 닭고기 등을 고명으로 얹어 먹는다. 락사 전문 식당은 싱가포르 도심 동쪽의 카통 지역에 밀집해 있다. 카통 락사의 경우 젓가락을 쓰지 않고도 수프용 스푼에 여러 가지 재료를 올려 떠먹을 수 있도록 국수를 잘라 놓은 것이 특징이다.

말레이어로 '여러 가지를 섞는다'는 뜻의 로작은 파인애플, 구아바 등 여러 가지 과일과 채소를 먹기 좋게 잘라 발효 새우 페이스트와 프리세 칠리, 라임즙을 섞은 드레싱에 버무려 땅콩 가루를 뿌려 먹는다. 싱가포르 도심 외곽에 있는 부킷 메라와 카통 지역의 노천 식당들이 선보이는 로작이 최고로 꼽힌다.

매콤한 새우 수프 '톰얌꿍'·볶은 쌀국수 '팟타이'… '향료의 나라' 태국

태국의 쌀은 찰기가 없는 품종이어서 맨밥보다 돼지, 닭, 새우, 게 등을 넣어 볶음밥으로 만들어 먹는 게 일반적이다. 면은 담백한 육수를 붓거나 채소와 함께 볶아 먹는다. 태국에서 팟은 볶음 요리, 얌은 매운 샐러드, 톰은 수프, 카오는 밥, 까이는 닭고기, 누어는 쇠고기, 무는 돼지고기, 탈레는 해산물, 꿍은 새우를 의미한다.

태국에서 가장 먼저 맛봐야 할 음식은 새우가 들어간 매운 수프 톰얌꿍이다. 첫 맛은 시큼하지만 먹다 보면 얼큰하고 시원한 맛에 매료된다. 숙주나물, 달걀, 땅콩 가루를 넣고 양념장에 볶은 쌀국수 팟타이도 대표 음식 중 하나다. 우리의 김치와 비교되는 매콤한 파파야 샐러드인 쏨땀도 태국을 대표하는 음식 중에 하나다. 아직 익지 않은 파파야를 채로 썰어 말린 새우, 라임, 고추, 토마토, 땅콩 등과 함께 절구에 넣고 짓빻은 뒤 액젓을 넣어 만든다. 식당에 따라 일반적인 쏨땀에 계란, 호박, 게 등을 곁들여 내놓기도 한다.

입 안에서 터지는 갖가지의 맛…'딤섬의 나라' 홍콩

홍콩의 딤섬은 작은 만두, 완자, 빵, 롤, 볶음, 튀김 등 형태가 다양하다. 얇은 반투명 만두피 안에 새우가 들어간 딤섬의 대표 주자 하가우나, 입안 가득 퍼지는 돼지고기의 깊은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슈마이는 반드시 현지에서 맛봐야 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뛰어난 딤섬 맛을 경험할 수 있는 딤섬 전문점으로는 팀호완이 있다. 포시즌 호텔의 룽킹힌이 미슐랭 3스타 식당으로 선정될 당시 딤섬 부문을 총괄했던 막카이푸이가 주인이다. 1만 원 미만의 비용으로 미슐랭 스타 셰프의 딤섬 맛을 느껴볼 수 있다.

홍콩 도심 거리를 걷다 보면 양념한 고기를 쇠꼬챙이에 꽂아 화덕이나 로티세리 오븐에 구워 밖에서도 보이도록 식당 안에 걸어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돼지, 거위, 오리 등을 구운 중국식 바비큐 슈메이다.

차찬텡과 다이파이동은 홍콩만의 음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차찬텡은 홍콩 스타일 티하우스로 홍콩 시내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밀크티를 비롯해 파인애플 번, 에그타르트 등 간식거리와 함께 중국식 바비큐, 볶음 요리, 죽, 소이 소스 웨스턴(홍콩식 서양 요리)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 유명 차찬텡으로는 비단천으로 거른 밀크티를 선보이는 란퐁위엔, 홍콩 전역에 20여 개 지점을 운영하는 취화 등이 있다.

야시장에 가득한 먹거리… '대륙 음식의 축소판' 대만

대만은 전체 중국 지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대륙 음식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대만 원주민 부족, 신항로 개척 이후 진출한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반세기 이상 대만을 지배했던 일본의 음식 문화가 더해졌다.

'꽃보다 할배'로 유명세를 탔던 야시장은 정말 장관이다. 야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식은 굴국수와 굴지짐이다. 굴국수는 면발의 탄력성이 우수한 홍면에 굴, 흑식초, 마늘, 향채 등을 넣어 먹는다. 굴지짐은 감자 전분에 굴, 타피오카 가루, 계란, 야채 등을 넣어 부침개로 만든다. 굴국수, 굴지짐과 함께 사람 얼굴 만한 크기의 닭튀김인 지파이도 인기가 높다.

매운맛과 담백한 맛으로 나뉘는 우육면은 대만 사람들의 꾸준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타이베이에서는 매년 가을 국제 우육면 페스티벌이 열린다. 우승하면 타이완 최고 식당 반열에 오르게 된다. 국제 우육면 페스티벌에서 우승한 식당으로는 홍스푸미엔스잔, 용캉우육면 등이 있다.

우롱차, 홍차, 재스민차, 국화차 등도 대만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 타이베이 북쪽에 위치한 산간 마을 지우펀은 차를 마시기 위해 찾은 여행객들로 붐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가파른 계단길이 이어지는 산비탈에 찻집과 식당이 즐비하다. 고풍스런 찻집에 앉아 산 아래 바다를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호사를 경험할 수 있다.

프랑스의 달팽이 요리, 에스카르고. 사진=이민형 기자

달팽이 요리부터 홍합까지…미슐랭 식당이 넘쳐나는 프랑스

관광의 도시 프랑스 파리에는 여행객들의 입맛과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파리 전역에 크고 작은 식당들이 산재해 있다. 식당과 카페 앞에는 오늘의 요리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있다. 오늘의 요리는 앙트레(애피타이저), 플라(메인 디시), 데세르(디저트)로 구성되며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중간급 식당에서 오늘의 요리를 주문할 경우 가격은 30유로 안팎이다. 가격과 양이 부담된다면 앙트레나 데세르 중 하나를 빼도 무방하다. 보통 가격대는 높은 편이지만 최고 수준의 맛을 선보인다는 요리의 수준이 그만큼 훌륭하다. 미슐랭 3스타 식당도 10여 곳에 이른다.

앙트레로는 달팽이 요리(에스카르고·Escargot)가 대표적이다. 조리법에 따라 종류가 20 가지가 넘는데 가장 일반적인 부르고뉴 에스카르고는 달팽이를 삶아 버터, 레몬즙, 마늘, 파슬리를 더한 후 껍데기에 넣고 오븐에서 굽는다.

플라는 비앙드(고기), 프아송(생선)이 일반적이다. 프랑스인이 즐겨 먹는 홍합 요리는 앙트레나 플라로 나오는데 화이트 와인으로 조리한 것이 일반적이다. 파리에서 홍합 요리를 맛보기에 좋은 곳은 19세기 벨기에에서 창업한 홍합 요리 전문 식당 레옹 드 브뤼셀이다.

독일의 슈바인 학센. 사진=하나투어

구워진 족발 '슈바인 학센'과 소맥(소시지+맥주)의 나라…독일

독일은 소시지와 맥주의 풍미를 경험하기에 적합한 도시다. 뮌헨에서는 매년 가을 세계 최대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가 개최되기도 한다. 뮌헨에서 가장 먼저 맛봐야 할 음식은 부르스트(Wurst)로 불리는 소시지다. 소시지 요리는 빵이나 감자, 샐러드가 곁들여 나오기 때문에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기에 좋다. 돼지 다리를 맥주에 담가 끓인 후 그릴에 구워 만든 슈바인 학센은 우리나라 족발과 비슷한 맛이지만 현지 맥주와 같이 즐기면 더욱 색다르게 느껴진다.

뮌헨에서 학세로 유명한 식당은 학센바우어이다. 일반적인 학세 판매 식당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맛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슈바인 학세를 주문하면 윤기가 흐르는 뭉툭한 돼지 다리가 커다란 쟁반에 감자와 함께 나오는데 겉은 바삭바삭하고 중간 부분은 쫄깃하며 속살은 부드럽다.

쇠고기·양고기·닭고기·고등어로 만든 케밥… 터키

터키의 케밥은 양고기, 쇠고기, 닭고기, 생선 등을 구워 채소, 밥, 빵에 곁들여 먹는다. 일상적인 음식이고 재료와 조리법이 다양한 만큼 수도 이스탄불에서 케밥 식당은 쉽게 눈에 띈다. 1920년 문을 열었던 술탄아흐멧 쾨프테지시 셀림 우스타는 양고기 케밥으로 가장 유명하다.

맛이 독특한 것을 찾는다면 보스포루스 해협 유람선이 드나드는 에미노뉴 선착장에서 고등어 케밥을 맛볼 수 있다. 선착장 옆 부두에 정박한 작은 선박에서 터키 전통 복장을 한 요리사들이 빠른 손놀림으로 쉴 새 없이 만들어낸다. 고등어를 철판에서 구워 양파, 토마토 등과 함께 빵 사이에 끼워서 손님에게 건넨다. 생선 비린내가 거북하면 피클이나 음료를 추가할 수 있다.

삶은 감자를 으깨 그 위에 치즈와 햄, 올리브와 각종 채소 등을 얹어 오븐에 구운 쿰피르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다. 토핑 재료는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데, 마무리는 케첩과 마요네즈 또는 식당별 수제 소스가 장식한다. 해안가 지역인 오르타쿄이에 쿰피르 가게가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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